대한민국 고위 공직자의 민낯

by 독립단장

김 소령은 새롭게 추진 중인 AI 기술을 접목한 테러 발생 사전징후 탐지 시스템 개발 관련 보고서를 검토한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할 업체로 「B-Tech」를 선정한 사유를 읽으며 내용을 추가하고, 향후 추진계획을 조금 수정한다.


초급 간부 시절 존경했던 오 장군이 고문으로 있는 「Open I」를 선택에서 배재한 것이 이내 마음에 걸린다. 오 장군이 제안한 돈 때문이 아니다. 단지, 참 군인의 표본이었던 대선배가 어쩌다 이렇게 변했나 하는 씁쓸함이 머릿속을 계속 맴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소령은 돈과 외부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스스로 다짐을 지켰다는 생각에 만족한다.




약 9년 전 김 소령이 중위일 때, 김 소령은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로 소속을 옮겼었다. 기무사는 군의 방첩업무와 보안 업무를 담당했다. 군사 보안을 누출하는 내부 스파이를 잡고, 이를 위해 군 내부동향을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2018년 기무사가 민간인 사찰, 정치 개입 등으로 해편되고, 국군방첩사령부로 바뀌면서 김 소령은 공군으로 소속을 다시 옮겼다.


김 소령은 약 3년간 기무사에 있으면서 정말 많은 사건사고를 관찰했다. 일선 부대에서 발생한 소소한 예산, 보안 사고부터 국가적인 방산비리 사건까지 직ㆍ간접적으로 담당했다.


예산과 보안 위규는 모든 군인들이 민감하게 생각한다. 위규를 식별한 이상 어떻게 봐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김 소령은 조그만 욕심 때문에 큰 문제를 야기하는 사례들을 보면서 아이러니했다. ‘왜 이런 푼돈 때문에 큰 위험을 감수할까?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한 것일까?’


사실 개인의 문제들은 처리가 간단하다. 기무사와 감사 부서에서 일을 열심히 해서 이를 식별하고, 이에 상응하는 처벌을 내리면 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군 스스로 해결할 수도 없으며, 개인에게 처벌을 내리는 것으로 그 파급효과가 끝나지 않는다.


김 소령이 기무사에 근무할 당시 정부는 방산비리 척결 TF를 가동할 만큼 고질적인 방위사업의 체질적인 개선에 온 힘을 다했다. 실제로 KAI(한국항공우주산업) 방산비리 사건, 통영함 음파탐지기 납품 비리, 다수의 중국산 함정 부품 불량 납품 등 많은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내 입장에서는 성과지만, 국가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엎질러진 물이다. 비리와 관련된 전직 장성과 고위 공무원을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엄청난 규모의 예산이 이미 잘못 사용되었다. 군 장병의 잘못은 아주 엄중하게 처리하면서, 정작 국가적인 문제를 초래한 최고위급 장성과 공무원에 대한 처리는 참 실망스럽구나.’


김 소령은 일을 할수록 회의감을 느꼈다. 한 번은 군사 보안이 유출되어 온 부대 간부들의 휴대폰 내역을 점검했다. 그런데 정작 가장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부대장의 휴대폰 내역을 점검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었다.


‘약한 자에게만 강한 이 모습이 맞는 것인가...’ 알고 보니 청와대 안보실 고위급에서 정보가 유출된 것이었다. 힘 있는 정치인 출신이었기에 아무런 잘못도 묻지 못하였다.


2018년 기무사가 해체되고, 국군방첩사령부가 설립되면서 인원의 30% 감축이 있었고, 김 소령은 아무런 미련 없이 공군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김 소령은 기무사에서 사건, 사고를 마주할 때마다 자신은 절대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김 소령은 기무사에서 있었던 기억의 조각들을 잠시 덮어 두고, 단장(부대장)에게 보고를 올라간다. 단장이 보고서를 읽고 조금 의아해하는 눈치다.


‘「Open I」 측이 발 빠르게 부서장에게도 컨택을 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저런 반응이겠지. 그렇지만 대놓고 나에게 말하지는 못할 것이다. 부서장도 몸을 사리겠지. 보고서 내용은 완벽하다. 「B-Tech」와 함께 해야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


단장이 묻는다.


“김 소령, 이번 프로젝트는 우리 군에서 AI를 활용한 최초의 프로젝트로 상징성 또한 큽니다. 그래서 나도 나름대로 공부를 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지요. 아무래도 기술력 측면에서 민간 업체 선정이 핵심일 것 같은데, 어떤 업체들과 회의를 했죠?"


‘단장은 지금 나를 떠보는 것이다. 내가 확신을 주지 못하면 단장이 흔들릴 수 있다.’


“사실 마지막까지 고민한 것은 「B-Tech」와 「Open I」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AI 관련 최초의 프로젝트이기에 불확실성도 존재합니다. 그렇지만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B-Tech」와 해야 합니다. 저희 팀은 여러 외부 변수를 제외하고, 오로지 기술력만으로 판단했습니다.”


김 소령은 일부러 외부 변수에 힘을 주어서 말한다.


“외부 변수를 제외한 기술력만 보았다라...”


“말씀하신 대로 최초의 AI 기술을 활용한 민-관 합동 프로젝트입니다. 성공 가능성만 판단했습니다. 향후 우리 군의 발전에 큰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장은 잠시 머뭇한다. 검지로 책상을 두드리며 잠시 생각한다. 그가 예상하지 못한 고민을 마주했을 때 나오는 버릇이다.


“향후 우리 군의 발전이라... 허허 듣기 좋은 말이네요. 좋아요. 보고서 대로 진행하시죠. 외부 변수는 신경 쓰지 말고, 오로지 기술력과 성공만 보고 일하세요.”


“네,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필승!”

‘부서장님도 외부 변수에 굴복하지 않아 주셔서 진짜 감사합니다.’


김 소령은 마음 속으로 인사를 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무실로 돌아간다.




김 소령은 사무실로 돌아와 이 대위와 함께 후속사항을 조율한다.


‘이 대위는 모르겠지. 이번 프로젝트에 얼마나 많은 외부의 개입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것에 굴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이를 지켜냈다고... 그러다 보면 내 다음 세대에서는 더 깨끗해질 것이다 분명.’


김 소령은 이 대위가 빈틈없이 준비한 보고를 흐뭇하게 들으며 미소를 짓는다.


김 소령이 오 장군의 제안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사명감, 부끄럽지 않게 살겠다는 스스로의 약속도 맞다. 그렇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이를 알기 위해서는 김 소령의 삶의 가치관을 송두리째 바꾼 만남을 알아야 한다. 이 인연 또한 기무사 근무 당시 일어났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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