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존경하던 장군님

by 독립단장

김 소령은 11년째 군 생활 중이다. 작년에 대위에서 소령으로 진급했다. 월급도 100만 원 올라 400만 원. 이제 좀 가정의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부서장이 되어 책임감도 더 커졌다.


정보 특기인 김 소령은 진급 후 자리를 옮겼다. 이번에 담당하는 업무는 공개정보를 AI로 분석하여 테러 발생 징후를 탐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SNS를 비롯한 인터넷상 방대한 자료들을 수집, 분석해 테러를 예방하는 AI 시스템을 만드는 아주 복잡한 사업이다. 군에서도 처음 하는 시도이며, 기술력 있는 민간 업체와 협력도 필수다.


민간 업체와 미팅이 끝나고, 사무실에서 잠깐 쉬는데 전화가 왔다. 반가운 목소리다. 군 생활을 처음으로 시작할 때, 모셨던 오 장군님이다. 군대에서 롤 모델같이 가장 존경하는 분이고, 재작년에 소장으로 예편했다.

“이게 얼마만이야. 이제 소령이지? 얼굴 한 번 볼까?”




다음 날 저녁 김 소령은 설레는 마음으로 오 장군을 만나러 일식집에 들어섰다. 따뜻한 녹차를 마시며, 오 장군을 떠올린다.


전역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오 장군의 현역 때 모습은 여전히 선명하다. 주말에도 출근해서 상황실을 살피고, 부하들이 힘든 상황에도 끝까지 도움을 손을 내밀었던 오 장군은 참된 군인의 대명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조종사가 아니면 진급이 힘든 공군에서 소장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능력과 함께 성품이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예전 생각에 골똘히 잠겨있던 김 소령은 문소리를 듣고 바로 일어난다.


“필승! 장군님 그대로시네요~ 예전 생각하고 있었어요. 이렇게 뵈니 너무 반갑네요.”


재회의 기쁨 그리고 맛있는 음식과 정종까지 화기애애한 추억을 대화한다. 바쁘게 살던 사람이 퇴직하면 확 늙는다고 하던데, 오 장군의 얼굴을 보며 김 소령은 나이듦을 생각한다. ‘하긴 자신도 이제 영관급 장교가 되었는데, 시간이 많이 흘렀지...’


식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되고, 오 장군이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


“김 소령, 돌이켜보니 내 32년 군 생활이 너무 아쉬워. 지금 와서 후회하면 무슨 소용이겠나. 그런데 내가 가장 후회되는 게 무엇인지 아는가? 아파트야. 웃기지? 장군이라는 사람이 가장 후회하는 게 아파트라니...”


오 장군은 정종 한 잔을 마시며, 김 소령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꺼낸다.


“32년 군 생활하면서 이사도 셀 수 없이 많이 다니고, 아내도 묵묵히 따라주었지. 예전에는 지금과 많이 달랐어. 부대 행사하면 아내들도 모두 나와서 돕고, 관사에서 김장해도 다 같이 하고. 돌이켜보면 쉽지 않았지... 그래도 언제나 아내는 나를 자랑스럽다고 말했어. 나도 실제로 자부심 있게 살았지. 자네도 알잖아? 내가 정보사령부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말이야.”


“그런데 퇴직하고 몇 달 있다가 아내가 무심코 말하더라. 사실 나는 일만 생각해서 아내랑 제대로 된 대화도 안 하고 살았지. 아내가 그러더라. 내가 군 생활할 때 매번 후배들 술 사주고, 어려운 부하들 도와주고 너무 멋있는 참 군인이었다고. 그런데 은퇴하고 연금이야 충분한데, 살 집이 없으니 서럽다고 말이야. 나라에서 이런 군인에게 아파트 한 채 주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이지.”


김 소령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오 장군의 모습을 처음 보았기에 낯설다. 오 장군님은 매번 애국심, 군인의 본분, 희생정신만 반복했었기 때문이다.


“내가 너무 무지했어. 너무 국가만 생각했어. 내가 딱 자네 정도 나이였을 때, 판교신도시를 만들었어. 아내가 청약 넣자고 하는 걸 내가 반대했지. 내가 그때 성남공항에서 근무하고 있었거든.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가 오고, 나는 내가 정말 똑똑하다고 생각했어. 또 마침 그때 내가 중령 진급한 직후여서 일에만 미쳐있었지.”


“2015년인가 대령 진급하고 아내가 송파 헬리오시티에 청약을 넣었었어. 군인특별공급을 넣어서 덜컥 당첨되었지. 그런데 내가 너무 세상 물정을 몰랐어. 퇴직하고 아파트 살고 싶지 않고, 고향에서 전원주택 짓고 살 생각만 했지. 그리고 몇 억 프리미엄 받고 분양권을 팔았어. 지금은 아파트 뉴스도 안 봐... 군에서 나름 잘 나가니, 퇴직하고도 잘 나갈 줄 알았는데... 참...”


오 장군은 답답한 한숨을 쉬며 정종 한 잔을 따르고, 씁쓸히 웃는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나처럼 어리석지 않을 거야. 그렇지 김 소령? 자네도 꽤 일찍 집 샀었잖아? 내가 쓸데없는 이야기를 많이 했네. 아! 나 이번에 취직했어. 여기 명함. 고문으로 있어. 나도 이제 돈 좀 벌어 봐야지. 앞으로 잘 부탁해. 이만 일어나지.”


김 소령은 오 장군의 갑자기 늙은 모습이 퇴직 후 여유 때문은 아니구나 생각하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오 장군을 배웅하고, 김 소령은 가만히 명함을 본다. ‘주식회사 오픈 아이(Open I), 고문’ 가만히 바라보던 김 소령의 눈이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