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등장인물 】
o 김 소령 : 11년째 군 생활 중. 작년에 대위에서 소령으로 진급했고, 월급도 100만 원 올라 400만 원. 현재 국방부 직속 부대에서 공개정보를 AI로 분석하여 테러 발생 징후를 탐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프로젝트 진행 중
o 오 장군 : 김 소령이 군 생활을 함께한 지휘관이자 롤 모델. 32년 군 생활 후 장군으로 예편. 무주택자. 군 생활 중 애국심, 군인의 본분만 신경 쓰느라 재테크는 등한시. 김 소령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은 기업(Open I)의 고문으로 재직
‘어?! 주식회사 오픈 아이(Open I) 면 이번에 미팅했던 업체들 중 하나잖아. 오 장군님이 단순히 안부차 저녁 먹자고 한 게 아니었구나. 이것 참...’
김 소령은 집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탄다. 이번에 소령 진급을 하고, 국방부 직속 부대로 옮겼다. 그래서 서울 관사로 가족들과 이사했다. ‘서울에 오니, 지하철도 잘 되어 있고 편하네 역시.’ 가족들도 서울로 이사한 것을 너무 좋아한다. 김 소령이 살고 있는 관사 바로 옆 아파트 단지는 11억이다. ‘군에서 나에게 이번에 11억 원 상당의 복지를 주었네... 하하.’ 김 소령은 집에 도착해 생각을 멈춘다.
현관문을 여니 따뜻한 기운이 느껴진다. “여보 나왔어. 얘들아 전학 간 학교는 어때? 서울 아이들이 지방에서 왔다고 무시 안 해?” 아이들은 오늘 있었던 일을 조잘조잘 이야기한다.
다음 날 아침, 김 소령은 이번 프로젝트에 참가 의사를 표시한 기업들의 장ㆍ단점을 정리한 보고서를 읽는다. AI를 앞세운 기업들은 많지만 군에서 원하는 정도의 기술력을 명확하게 보유한 기업을 명확하게 알 수는 없다.
‘AI 관련 뜬 구름 잡는 이야기도 많고, 국내에서 AI를 공개정보에 접목시켜 테러 발생 징후를 탐지한 선례도 없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기준으로 업체를 선정해야 하지? 그렇다고 AI 기술이 가장 뛰어난 외국 기업과 일을 하는 건 보안 문제가 있는데...’
김 소령은 새로 맡은 프로젝트가 답보상태에 놓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때 진동 소리가 들린다. 오 장군이다.
“필승 장군님, 어제 잘 들어가셨어요?”
“응, 김 소령 난 잘 들어갔지. 어제 오랜만에 만나서 너무 반가웠어. 어제 내 명함 봤지? 우리 회사 직원이 오늘 부대에 간다고 하네. 잘 좀 해줘~”
“제가 뭐 잘할 게 있나요. 장군님께서 민간 기업에서 안보 관련된 일을 하시니 참 보기 좋습니다. 종종 연락드리겠습니다. 필승.”
김 소령은 사무실 실무를 총괄하는 대위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업체 미팅에 함께 가자고 이야기한다.
그날 오후 김 소령은 이 대위와 꽤 오랜 시간 동안 진지한 대화를 나눈다. 요지는 어떤 업체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지다. 이제는 업체를 선정해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해 나서야 한다. 지휘부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빠르게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고민과 대화 끝에 결국 김 소령이 말한다.
“이 대위, 기술력만 보면 어디로 하는 게 맞는 선택이야?”
“과장님, 제 생각엔 「B-Tech」와 「Open I」가 적합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B-Tech」가 더 나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테러 정보를 캐치하기 위해서는 SNS 게시글 모니터링이 중요한데 관련 경험 보유 여부 그리고 엔지니어들의 경력을 고려한 결정입니다.”
“의견 고마워. 내일 최종 결정한 다음에 보고서 마무리하자고.”
김 소령은 이 대위의 생각에 동의를 하지만 한편으로는 오 장군의 얼굴이 떠오른다.
‘오 장군이 「Open I」의 고문을 맡고, 함께 저녁을 먹으며 잘 부탁한다고 했다. 오 장군이 얼마나 훌륭한 군인이었는가... 사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AI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어떤 업체를 선택하든 규정상 문제가 될 것은 없다.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내 책임은 없다. 장기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나는 프로젝트의 성과가 나오기 전에 다음 보직으로 옮길 가능성이 높다.’
김 소령은 생각에 잠겨 쉽게 퇴근하지 못한다. 고민이 많은 밤이 될 것이다.
다음 날 아침, 김 소령은 이 대위를 부른다.
“이 대위, 「Open I」 보다 「B-Tech」가 이번 프로젝트에 더 적합하다는 의견 그대로야? 내가 「Open I」가 낫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할래?”
“네, 그대로입니다. 과장님께서 저보다 경험이 많으시니, 제가 보지 못한 것을 보셨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흠... 이 대위, 우리 「B-Tech」가 적합하다는 것으로 보고서 마무리하자고. 오늘 오후에 바로 보고하자.”
김 소령은 오 장군에게 전화를 건다.
"장군님, 잘 지내셨어요? 미리 말씀드릴 게 있어서 전화드렸어요. 이번에 「Open I」와 프로젝트 관련 미팅도 여러 번 했잖아요. 그런데 최종적으로 다른 곳과 진행하려고 내부 결정을 내렸습니다. AI 기술이 정부 내에서도 다방면으로 활용될 테니, 다음 기회에 함께 하시죠."
오 장군은 한 동안 대답이 없다.
"저... 김 소령. 군인 봉급 얼마 안 되잖아. 선후배끼리 밀고, 당겨줘야지. 어떻게 안될까? 우리 마누라 자네도 알잖아. 고생 많이 한 거. 좀 어떻게 안될까? 자네도 이번에 포르쉐 한 번 탈 수 있게 내가 신경 쓸게. 사실 규정이나 자네 커리어 흠 될 것도 아니잖아. 우리처럼 국가 안보에 이바지한 사람들이 이 정도 보상은 받아야지 안 그래?"
오 장군의 언성이 점점 높아진다.
"죄송합니다 장군님! 이미 충분한 보상받았습니다."
"자네가 아직 몰라서 그래. 내가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게 세상과 타협하지 못한 거야. 김 소령, 잘 생각해. 앞으로 남은 자네 군생활, 퇴직 후 생활. 이 세상에 혼자서만 할 수 있는 건 없어. 자네도 포르쉐 한 번 타면서, 가족들 호강시키고 당당한 가장이 되어야지."
"이제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필승!"
"사람 참..."
김 소령은 전화를 끊고, 잠시 산책을 나간다. 머리가 복잡하다.
'내가 아는 오 장군이 아니다. 무엇이 오 장군을 이렇게 바꾸었을까? 돈이다. 현역에 있을 때 무시하던 돈 때문에 지금 무시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지금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도 돈이다. 나는 군 생활 시작부터 돈을 소중히 대했기에, 지금 돈에 무시당하지 않는 것이다. 내 결정이 오히려 가족들에게 당당한 가장이 되는 선택이다.'
김 소령은 사무실에 돌아와서, 이 대위가 작성한 보고서를 검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