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저녁

by 독립단장

【 주요 등장인물 】


김 소령 : 11년째 군 생활 중. 작년에 대위에서 소령으로 진급. 사관학교 입학부터 조종사를 희망했으나, 부적합 판정 후 정보 병과에서 근무. 군 복무 4년 차부터 자본주의에 눈을 떠, 적극적으로 투자 중.




그날 저녁 아이들을 일찌감치 재운 김 소령 부부는 목동 아파트 계약서를 테이블에 놓고, 와인 잔에 와인을 따른다. 김 소령이 먼저 말을 꺼낸다.


“이제 진짜 서울 살이가 시작되네. 만약 몇 년 후에 내가 또 지방으로 발령 나면 주말부부를 해야 되고... 나도 이제 조직에 계속 있을지, 나와서 진짜 내 일을 할지 결정할 시기가 다가오는 것 같아.”


김 소령의 아내는 그를 지긋이 바라보며 웃는다.


“여보는 언제나 당신이 원하는 길을 잘 찾아왔잖아. 그래서 우리가 지금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나는 당신을 믿어. 너무 걱정하지 마. 매번 당신이 말했지? 서울에서 실거주는 부자만 하는 거라고! 이제 우리 서울에서 실거주하는데 부자 된 거잖아.”


“맞아. 사실 요즘 사람들은 몇 십억을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는데, 사실 순자산 10억이면 대한민국 10%란 말이야. 수치상으로 부자지 당연히. 그리고 알잖아. 나는 돈 없을 때부터 이미 부자라고 생각하고 살았는 걸”

김 소령이 크게 웃는다.


“맞아. 당신이 그랬지. 우리는 이미 부자라고. 단지, 아직 돈만 없을 뿐이라고. 그래서 이제 돈을 벌겠다고 말했지. 맨날 군만 생각하던 당신이 그런 말을 했을 때, 나 정말 당황했었어. 가장 바빴던 기무사에서 근무하면서 그런 말을 했을 때 처음에는 정말 이해 못 했다?"


김 소령의 아내가 7년 전 과거를 회상하면서 말을 이어간다.


“그런데 당신이 바쁜 시간 쪼개가면서 공부하고, 나한테 왜 투자를 해야 하는지 설명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생각을 바꿨지. 진짜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바뀔 수가 있을까? 신기해 참. 처음엔 나도 당신 말을 다 믿지 못했어. 조금 허황되지 않나 의심도 했지. 직업 군인인 당신이랑 결혼하면서, 그저 평범한 공무원처럼 살 것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당신은 하나씩 다 이루더라."


김 소령은 속에 담아 두었던 말들을 꺼낸다.


“나는 당신에게 참 고마워. 기억나? 내가 코인에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하고서, 2억 손실 났던 것 말이야. 당시, 그게 거의 전 재산이었잖아. 그때 진짜 힘들었는데 말이야. 다시 복구하는데 거의 1년 가까이 걸렸잖아. 그때 마음고생도 많이 하고, 투자에 있어서 엄청난 성장도 했어. 아마 평생 잊지 못할 투자 인생의 터닝 포인트일 거야.”


“가장 어려운 게 말이야. 사실 나는 나름 원대한 계획이 있고, 잘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지금 돈이 없고, 힘들어도 버틸 수 있단 말이야. 그런데 가족들은 내 머릿속을 읽는 것이 아니니까, 그것을 모르잖아. 힘든 상황에서 닿을 수 있는 목표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크잖아.”


김 소령의 아내는 이런 남편의 마음을 직접 듣는 것이 오랜만이기에, 더 귀 기울여 듣는다.


“그렇다고 내 원대한 계획을 그대로 이야기하면 너무나 허황되게 보일 수도 있잖아. 1~2년 안에 일어나는 단기적인 목표도 아니어서 어쩌면 더 힘들게 할 것 같더라고. 그래서 매번 그 원대한 목표를 이야기하기가 참 힘들었어. 생각해 봐. 7년 전에 우리가 20억이 넘는 아파트에서 살 수 있다고 말하면 당신은 얼마나 믿었을 것 같아?”


김 소령은 와인 한 잔을 마시고, 빈 잔을 바라본다. 김 소령의 아내는 와인을 따라주며 말한다.


“나도 그때 기억나. 처음에는 우리가 열심히 달려온 몇 년의 시간이 그냥 무너져 버린 것 같았지. 그런데 그건 돈 만이더라. 어쨌든 우리가 저축하고, 투자했던 그 시간과 경험들은 그대로 있잖아. 그래서 나도 긍정적으로 생각했어. 물론 당신은 힘들었겠지만 무너지지 않고,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었잖아. 몇 년 동안 잘해 왔는데, 한 번 잘 못했다고 당신에 대한 신뢰를 잃지는 않았어.”


김 소령은 눈빛만 봐도 느낄 수 있다. ‘그동안 수고했어. 사랑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오늘은 참 의미 있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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