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타는 홍 소령, 목동 자가 사는 김 소령

by 독립단장

주요 등장인물


김 소령 : 11년째 군 생활 중. 작년에 대위에서 소령으로 진급. 조종사를 희망했으나 부적합 판정 후 정보 병과에서 근무. 군 복무 4년 차부터 자본주의에 눈을 떠, 적극적으로 투자 중


홍 소령 : 김 소령과 공군사관학교 동기.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조종 능력이 뛰어남. 현재 대한민국 공군 최신식 전투기인 F-35A 조종사. 동기 중 처음으로 외제차를 구매



김 소령은 오후 반차를 쓰고 부동산에 간다. 행선지는 목동이다. 3번째 부동산 매매 계약이지만 실거주는 처음이다. 지방에서 근무할 때는 부동산 계약을 위해 하루 휴가를 썼지만 서울에서 근무를 하니, 반차만 쓰고 갈 수 있어 편하다.


군인은 관사라는 큰 장점이 있지만 그 장점이 독으로 올 때가 있다. 군대 안에만 있다 보면 마치, 군대라는 터널 안에서 갇혀 그 안에서의 규칙과 성공만 몰두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군대 밖의 상황은 무관심해진다. 내가 속한 조직의 안락함에 빠지면 떠나는 준비를 할 수 없다. 영원히 군인인 사람은 없다. 군인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근로자 중 하나이다. 자본주의에서 살아남을 준비를 해야 한다.


김 소령은 올림픽대로에서 한강을 보면서 잠시 생각에 빠진다.


‘나도 그럴 때가 있었지. 사관학교부터 내 주변 환경은 모두 군이었다. 그렇기에 최 대령님을 만나기 전까지 나는 터널 안에만 있었어. 그 터널을 나옴으로써 내 삶은 근본적으로 변화했지.’


김 소령이 자본주의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투자를 한 지 7년이 지났다. 그동안 김 소령은 실거주는 부자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계속 관사에서 지냈다. 물론 근무지가 지방이고, 보유한 부동산은 수도권이기에 어쩔 수 없었다.


김 소령은 군인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다만 낡은 관사에 살면서 보유한 더 좋은 컨디션의 집을 볼 때, 가끔씩 마음에 혼동도 왔다. ‘그냥 부대 근처 일반 아파트에 월세로 들어갈까?’ 그럴 때마다 아내는 관사에 거주하며, 더 효율적인 투자를 하자고 말해 주었다. 아내의 도움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마침내 김 소령은 목동에 도착한다. 아직 목동의 일방통행 길들이 적응이 되지 않아. 길을 조금 헤맸다. 주차를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부동산 문을 연다.




부동산 계약을 마친 김 소령은 근처 스타벅스에 들어가서 라떼를 한 잔 시킨다. 갑자기 누군가 김 소령의 어깨를 친다.


“김 소령, 근무시간에 여기서 뭐 해?”


김 소령은 깜짝 놀란 눈으로 쳐다본다.


“홍 소령! 아니, 청주에 있어야 하는 사람이 어떻게 여기에 있어?”


둘은 반갑게 포옹한다. 사관학교 4년을 함께한 동기들 사이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끈끈함이 있다. 눈빛만 봐도 그냥 반갑다.


“나 목동으로 이사 와. 그래서 오늘 부동산 계약하고 왔어. 시간이 좀 남아서 커피 한 잔 하고 가려고.”


“이웃사촌이네. 우리 가족들도 목동에 있어. 나야 청주에 있으니 주말부부지만... 사실 한 달에 두 번 정도 오기도 힘들어.”


“전혀 몰랐네. 홍 소령이 여기 사는지 알았으면 내가 이것저것 물어보는 건데. 그래도 너무 반갑다. 그런데 아이가 아직 어리지 않아? 청주에서 함께 여유롭게 있지. 벌써 주말부부 하는구나.”


군인 가족들이 주말부부를 하는 경우는 흔하다. 아이들이 중ㆍ고등학생만 되어도 교육, 입시로 인해 이사가 쉽지 않다. 그래서 김 소령도 아이들이 초등학생 고학년이 되면서 목동을 선택했다. 그 이전까지는 지방도 함께 다니며, 자연과 가깝게 재미있게 보냈지만 아이들이 크면서 교육여건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아네와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눈 이후에 결정했다.


홍 소령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한다.


“말도 마. 우리 마누라가 극성이야 아주. 유치원부터 관리를 해야 한다나 뭐냐. 벌써부터 교육비가 장난 아니야. 그 많은 월급이 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


“홍 소령은 그대로네. 요즘도 차 좋아해? 동기들 중에 처음으로 BMW 탔잖아. 난 그게 아직도 기억나. 파란색이었지?”




사관학교 생도 당시 동기들은 김 소령과 홍 소령을 합치면 무적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는 했다. 김 소령은 학업 성적이 우수했지만 조종에서 부적합을 받았었다. 반면, 홍 소령은 학업 점수는 낮았지만 조종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칭찬을 받고는 했다.


그래서 2019년 대한민국에 F-35A 최신식 전투기가 들어올 때, 홍 소령은 초도 조종사로 선발되어, 미국 애리조나에서 양성교육을 받는 등 공군에서 우수한 조종사로 유명하다.


또한, 차를 좋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홍 소령이 7년 전 파란색 BMW 5 시리즈를 가지고 부대에 오면서, 보수적이었던 부대 문화를 약간 바꿨다.


조종사들은 비상 대기 등으로 주말에도 멀리 이동하지 못한다. 육군의 위수지역과 비슷하다. 그러나 항공 수당, 야간 비행, 위험 임무 등으로 다른 병과의 장교들보다 월급이 더 많다.


“우리는 주말에도 멀리 가지도 못하고, 부대에 있는 것도 지루한데 차라도 좋은 것 타면서 좀 즐겨야 줘. 임무에도 전혀 지장이 없고, 항공 수당으로 할부금 내고 얼마나 좋아요.”


당시 홍 대위의 말에 선배들도 대꾸를 하지 못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그 이후로 조종사들 사이에서 외제차 유행이 불었었다.




홍 소령이 눈이 반짝이며 사진을 보여준다.


“당연히 차 좋아하지. 주말 부부하는 나의 유일한 취미생활이야. 이번에 전기차 타고 있어. 청주에서 왔다 갔다 하는데 기름 값도 안 들고 아주 좋아!”


파란색 차에 포르쉐 마크를 보며, 김 소령이 말한다.


“포르쉐 타이칸이지? 내 드림카야 지금. 하하. 부러운데?! 포르쉐 타고, 목동에 살고!”


“목동이 근데 좋아? 나는 이 오래된 아파트가 학군지라는 이유로 이렇게 비싼 게 맞나 싶어. 부동산 가격이 말도 안 되잖아 요즘. 이해가 안 가. 나는 지방에 전원주택 짓고 여유롭게 살고 싶어 그냥. 아이도 어린데 청주에서 왔다 갔다 하기도 힘들고.”


“하긴. 유치원 다니면 굳이 벌써부터 주말부부 안 하고, 청주에 있어도 되지 않나? 청주도 아이들과 다닐 곳 많잖아. 돈도 모으고 말이야. 나도 지방에 있을 때 아내랑 아이들이랑 즐거운 기억이 참 많거든!”


“마누라가 원하는데 어떡하겠어. 아휴. 이번에 갱신권 썼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야 하나 싶다. 마누라는 대치동 가고 싶대. 목동으로도 부족한가 봐.”


김 소령은 잠시 커피를 마시며, 밖을 쳐다보며 생각을 정리한다.


‘아, 전세로 있었구나... 포르쉐 탈 때가 아닌 것 같은데... 후배라면 편하게 얼른 등기 치라고 말할 텐데, 지금 말하는 건 괜한 오지랖이겠지.’


김 소령이 조심스럽게 말한다.


“꼭 학군지 아니더라도, 적당한 곳에 내 집 사는 것도 좋지 않겠어?”


“공무원 월급으로 집은 무슨. 불가능하지. 저 40년 넘은 아파트가 25억이 넘는데, 우리 월급으로 어떻게 사겠어. 금수저가 아닌 이상. 퇴직까지 한참 남았으니, 천천히 생각하게. 세상이 어떻게 될 줄 알고. 지금은 그런 것 생각할 여유가 없다. 너무 바빠서.”


홍 소령의 목소리가 거칠어진다.


“야, 난 네가 금수저처럼 보인다. 포르쉐에 목동에 하하”


김 소령이 대화 주제를 바꾸기 위해 장난스럽게 말한다. 그리고 목동에 자가로 매매한 사실을 굳이 말하지 않는다.




김 소령은 낡은 소나타에 시동을 건다. 차를 안 좋아하는 남자가 어디 있을까? 포르쉐 타이칸이 생각난다.

‘홍 소령은 나보다 더 월급이 많을 텐데... 또 유망한 조종사니 장군도 되겠지. 더 높이 올라갈 수도 있겠지. 그러니 군의 터널에서 나올 필요가 없을까?’


김 소령은 다시 올림픽대로를 되돌아가며 한강을 본다.


‘이제 나도 포르쉐 타도 되지 않을까? 모르겠다. 우선 집에 가서 가족들과 오늘을 축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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