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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머니즘 퀸

          사랑과 전쟁,실전보고서


김변: 변 변호사님, 저 이번에 용한 점집 전화번호 받았어요
나: 어딘데요? 나도 연락처 주라
김변: **동에 OO도사라고 신내림 받은 지 얼마 안돼서 잘 맞춘다네요.                                                       우리 아기 때문에 물어볼 게 있어서 가볼까 해요.
나: 거기 전번이 어떻게 돼요?
김변: 010-OOO-OOOO 이요.


나: 읭?ㅋㅋ  나 여기 단골인데, 거기는 애들 점은 안 봐줘요.
 ‘딸 낳을까요? 아들 낳을까요?’ 물어도, 삼신할머니가 알아서 점지해준다 그래요.  
 애들 점사는 OO선녀가 잘 봐.
김변: 어머나. 변 변호사님, 점집을 왜 이리 잘 알아요? 완전 샤머니즘 퀸이네.





 나는 주변인들에게 샤머니즘 퀸으로 불린다. 나한테 용한 점집을 물어보러 오면, 철학, 신점, 운세, 택일, 사업운, 자녀운 세부항목까지 분류하여 정보를 대방출한다. 한 번은 친한 오빠가 오래 교제한 여자 친구와 결혼을 하려 한다고 했다. 결혼 날짜를 택일하고 싶으니 용한 점집을 알려달라고 하니, 샤머니즘 퀸 변변이 모른 척 할 수 없지.


 오빠는 한 달 후 내게 말했다. “OO도사 만나고 왔어. 나더러 결혼하지 말래. 날 잡지 말고 다시 생각하래. 여자친구가 남자 잡아먹는 사주라고, 궁합이 엄청 안 좋으니 다른 여자를 만나라네.”  “어머, 그래서 여자 친구에게 말했어요?” 오빠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답을 이었다. “아니. 말 못 하지. 그런데, 웃긴 건 여자 친구도 알음알음 소개받아서 택일하러 점집을 갔대. 그런데, 세상에. 하고 많은 점집 중에 하필이면 OO도사 한테 갔대”  “진짜? 그래서?” “ OO도사가 궁합이 너무 좋다고 신랑 될 사람을 놓치지 말라고 했다지 뭐야.”


 나는 웃으며 말했다. “나도 결혼 전에 몇 군데 가서 물어봤어요. 어떤 데는 내가 남편 덕 못 보고 남편에게 희생만 하는 궁합이라 결혼하지 말라고 말렸고, 어떤 데는 이혼 안 하고 잘 산다, 아주 좋은 궁합이라고 결혼을 강력 추천했고요. 그런데 너무 미심쩍잖아요. 결과가 다 제 각각이라 OO도사 한테 가서 물었죠.  그랬더니 그분 말씀이 ‘당신은 어떤 남자를 만나도 그 사람보다 그릇이 큰 사주다. 때문에 당신보다 잘난 남편을 찾을 수 없다. 그 전제 안에서 조화로운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거예요.” 허무한 표정으로 오빠는 물었다. “아무리 좋은 궁합 따져 만나보려 해도 결국 자기 사주 운명대로 살게 된다는 거네. 그럴 거면 궁합을 왜 봐?” 나는 조용히 웃음이 번졌다. “그러게요.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둘 중 하나라도 상대방의 덕을 본다면 전체로 보아 좋은 궁합 아닌가 싶더라고요. 생판 남한테 봉사하기도 하는데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헌신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콩깍지가 제대로 씌었었던 거지요. 그래서 결혼했어요” “야, 그러면 그때 나한테 궁합 보러 가지 말라고 하지.” “내가 안 알려줬으면 내가 아닌 다른 사람한테 물어서라도 갔을 거잖아요.” 그 오빠는 그렇게 상반된 궁합으로 두 사람의 운명을 미궁에 빠뜨린 여자 친구와 결혼했고, 지금도 잘 살고 있다.


 여러분이 궁합을 봤는데 ‘이 사람과 결혼하면 네가 손해야’라는 조언을 듣게 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미신에 불과하다 생각하고 무시할 수 있을까? 궁합 좋은 사람 만나도 잘 살아갈 수 있을지 모를 이 거친 세상에, 상대방이 삶의 짐이 된다고 하면 망설여질 수 있을 것이다. 데이트 비용도, 혼수도, 스드메도 반반씩 비용을 부담하는 더치페이 세상에 상대방에게 평생 헌신하며 살아야 한다면 여러분은 어떨까?






 그렇다면 남편 잘 만나서 인생이 바뀌는 이런 케이스도 있다. 친한 철학관 선생님이 나에게 들려주신 이야기이다. “어떤 여자분이 궁합을 보러 왔어요. 그런데, 가지고 온 남자의 사주를 보니 이 여자분과의 인연이 아주 짧았어요. 그런데 남자분 덕에 큰 재물을 얻을 운은 있었어요. 부부의 연은 짧으나, 재물운이 따른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 줄 아세요? 여자분은 결혼을 선택했어요. 그런데, 몇 달만에 남자분이 사고가 나서 사망한 겁니다. 그리고 여자분은 미망인이 되어 사망한 남편으로부터 엄청난 거액의 재산을 상속받아 졸지에 큰 부자가 되었어요. 이 여자분은 행복할까요? 불행할까요?” 쉽게 답하기가 어려웠다.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였는가? 그렇다. 궁합이 좋다, 나쁘다는 개념은 어떤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돈이 간절한 사람 입장에서는 큰 재물을 얻어 새 출발 할 수 있었으니 대박이다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고통을 생각하면, 이보다 더 큰 비극이 없을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절대적으로 좋은 궁합, 나쁜 궁합이란 것이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 내가 미래의 배우자에게 베풀어야 할 운명이라면, 그 베풂의 대상이 다른 사람보다 이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능력을 발휘하여 사랑하는 사람에게 기꺼이 줄 수 있다면, 그 또한 나의 행복일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 사람과 결혼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나는 남편에게 물심양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는데도, 남편은 자신이 나에게 희생하고 있다고 여긴다는 것이었다. 나는 아들 하나를 더 키우고 있다고 말하는데, 남편은 내가 큰 딸 같다고 했다. 참으로, 결혼생활은 서로의 희생이 필요한 관계이다. 내가 아무리 주어도 상대는 받지 못한다고 여기고, 상대가 죽을 만큼 노력해야 나는 조금 받는다고 여긴다. 하물며 애초에 결혼을 더치페이하듯이 공평하게 조건을 맞춰서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 거래는 오래가기 힘들다. 반대로, 내가 상대를 위해 희생하겠다는 각오만 있다면 실은 궁합은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된다.







 그러함에도 우리는 궁금하다. 이 사람과 결혼해도 되는지. 미래를 내다볼 혜안이 없고, ‘행복한 결혼을 영위하게 해 줄 배우자를 현명하게 고르는 법’은 너무나도 어렵다. 사람마다 성격과 취향이 다르고 살아온 환경이 다르다. 그래서 같은 질문에 대한 답변도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 연애와 결혼문제에 정답은 없어 더 어렵다. 그러다 보니, 사랑의 콩깍지가 씐 결정 장애자인 우리는 자꾸 누군가에게 묻게 된다. 연애고수인 언니, 만만한 게 친한 친구, 인생 경험이 많은 엄마, 때론 유명 연애 컨설팅 유튜버나 연애상담 블로거에게도 묻는다. 그래도 확신이 안 서서 궁합도 본다. 하지만, 누구든 자신의 경험 치안에서 각자의 주관적인 가치관에 따라 답해줄 수밖에 없다. 물어보는 건 자유지만, 그 대답을 신뢰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여자는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보다, 자기를 더 사랑해주는 남자를 만나야 행복해요
성향이 반대이신 분들이 결혼해야 서로 보완해서 잘살아요
남자들은 아기가 생기면 철이 든대
이 여자는 너무 강해서 남자 잡아먹는 사주니 결혼하지 마라.



그럴듯한가? 공감되는가? 그렇다면 아래의 조언들을 보자.



‘남자는 바람피우다가도 집으로 돌아오지만, 여자가 바람나면 안 돌아온다’
‘성격이 비슷해야 잘 산다’
‘나쁜 남자는 절대 안 바뀐다’
‘여자가 똑똑해야 남편 내조를 잘한다’


어떤가. 처음 조언들과 상반되는 조언들이다. 그런데 이 또한 보편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조언들이다. 이 사람 말을 들으면 이런 것 같고, 저 사람 말 들으면 저런 것 같고. 귀가 팔랑거린다. 스스로 현명하게 판단하지 않으면, 자칫 잘못하다간 ‘장님이 코끼리 만지기’식 조언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개인들은 각자 제한된 경험치 안에서 결정을 하게 된다. 결혼하고 싶은 남녀를 매칭 해주는 역할은 결혼정보업체가 하고, 결혼식 준비는 웨딩플래너가 도와준다. 부부관계에 위기가 오면 부부심리 상담사가 부부상담을 도와주고, 이혼은 이혼 전문 변호사가 도와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결혼할 배우자의 선택을 도와주는 서비스 영역에만 사회적 공백이 있다. 이 사람과 결혼할지 헤어질지는 오롯이 내가 선택하고 책임져야 할 개인의 문제로 남겨지는 것이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결혼할 배우자를 고르는 문제는 순전히 개인의 선택의 영역으로 남겨져 있음에도, 각 개인이 잘못된 선택을 한 대가로 치르게 되는 이혼이라는 결과는 아주 큰 사회적인 문제가 된다는 것이. 그러함에도 배우자를 고르는 중대한 결정을 결혼도 안 해 본 연애고수 언니나 생면부지의 점술가에게 의존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나는 이혼 전문 변호사 변변이다. 나는 수천 건의 이혼상담을 했고, 천 건이 넘는 이혼소송을 했고, 지금도 그 수가 늘고 있다. 변변은 이혼상담을 할 때 연애사부터 거슬러 올라가 이야기를 듣는다. 당장 사건 수임과 소송에 도움이 되는 질문은 당신이 살고 있는 그 집이 누구 명의로 되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두 사람의 만남과 불화, 파경으로 이어지는 그 서사 안에서 부부의 캐릭터를 파악하고 갈등의 인과관계를 찾아 회복 가능성이 없는지를 먼저 본다. 그리고, 부부에게 자녀가 있는 경우라면 두 사람의 상호작용이 자녀에게 어떤 악영향을 주고 있는지 향후에 대미지를 주게 될지를 파악하여 조언한다.  


 어떤 구제님(변변이 운영하는 법률사무소 이름이 求濟다. 구하여 건너게 한다는 의미로, 변변은 우리 의뢰인들을 구제님이라고 부른다)은 나에게 '너무 용하세요' 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 징후가 있었더라면 결혼하기 전에 헤어졌으면 좋았을 걸’ 하고 후회하는 경우도 많다. 마치 이등변 삼각형의 꼭짓점에서 시작되는 아주 미미한 작은 각도 차이로 시작된 두 선이 아래로 아래로 쭉 그어내려가다 보면 걷잡을 수 없는 거리 차이를 두고 벌어지게 되는 것처럼 모든 이혼에는 전조가 있었다. 하지만 뒤늦은 후회는 돌이킬 수 없는 고통이다. 게다가, 어린 자녀들이 있다면 불행한 관계에서의 탈출이 몹시 어렵다.


 나는 이혼 전문 변호사로 일하면서 의뢰인들의 사랑과 결혼과 이별을 함께 경험했다.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40여 년 동안의 타인의 인생들을 들여다보았다. 그것을 통해 어떤 개인이 또 다른 개인을 만나 부정적인 상호작용을 함으로써 가족 구성원 모두의 인생을 불행하게 하는 메커니즘을 발견할 수 있었고, 결혼 전에 가려내야 할 옥석에 대한 힌트 또한 얻을 수 있었다.


 사랑과 전쟁 실전보고서는 변경민의 개인적인 경험에 의존한 것이 아니라, 이혼 전문 변호사 변변으로서 일을 통해 만난 많은 유형의 사랑과 이별을 통찰하여 정리한 손절해야 할 남녀들에 대한 리포트이다. 어떤 배우자를 골라야 하는지 망설이고 있는 분에게는 결혼과 이혼에 대한 수 천 건의 집적된 데이터를 가진 이혼 전문 변호사 변변이 하는 조언이 연애경험, 이별경험이 많은 친구의 조언보다 조금이나마 더 설득력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나아가, 막연한 두려움으로 이혼소송을 망설이고 있거나 이혼소송에 대한 정보가 없어 궁금한 분은 변변이 겪은 다양한 사례의 리얼한 소송 이야기를 통해 이혼소송의 큰 흐름에 대한 이해와 자신감을 얻게 될 것이다.


 사랑하는 우리 딸들이 엄마의 경험을 타산지석 삼아 좋은 남자를 알아내는 혜안을 갖기를 바라며 엄마가 딸들에게 잔소리하는 마음으로 변변이 구제님들과 함께한 이혼소송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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