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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은 갔지만 대화만 했다?!  

           불륜이혼소송 실전보고서

-불륜 이혼 실전보고서

변변: 증인, 피고와 모텔에 간 적 있지요.
증인: 기억이 안 납니다.
변변: 갑제 6 호증 사진을 제시합니다. 이 사진을 보면 증인이 피고와 모텔에서 나오는 상황이 포착되었는데도 부인하는 것인가요?
증인: 모텔에 간 건 맞지만, 대화만 했습니다. 스킨십을 하지 않았습니다.
변변: 모텔은 숙박을 위한 용도인데 대화를 하기 위해 유부녀가 커피숍 대신 모텔에 갔다는 것인가요? 갑제 7 호증 내지 갑제 10 호증의 사진을 제출합니다. 이를 제시하겠습니다. 모자이크 처리된 증인의 신체 사진입니다. 이 사진들을 보면 증인의 신체노출이 있고, 피고와 성관계를 한 것으로 추단 되는데요. 그래도 부인하나요?
판사: 프라이버시가 침해되는 사진이라 사진을 공개하기가 곤란한데요...
변변: 판사님, 이 사건에서 소외인과 피고가 성관계를 하였는지 여부가 위자료 산정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증인이 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확실히 입증하기 위해 이를 제시하여 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판사: 증인, 모텔 욕실에서 탈의하고 있는 사진, 객실 침대 위에 누워있는 사진 등이 있습니다. 증인의 사진이 맞나요. 있는 사실 그대로 말하세요. 안그러면 사진을 공개법정에서 제시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증인: (말을 잇지 못하다가) 네, 부적절한 신체접촉 있었던 것 맞습니다. 죄송합니다.




 모텔이 커피숍이냐? 대화만 할 거면 모텔에 왜 가? 모텔은 갔으나 스킨십은 없었다는 주장이 가당키나 한가? 정말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는지 궁금하다. 실제로 많다. ‘술을 마시고 운전했으나, 음주운전은 아니다.’에 대적할 만한 억지주장임에도, “불륜이 아니다. 그냥 직장동료일 뿐이다. 긴히 할 얘기가 있어서 만났다. 부부관계가 나빠서 상담하러 만난 거다. 코로나 때문에 밖에서 술 먹기가 위험해서 모텔에서 만나 술 한잔하며 대화만 했다” 라며 요즘 부쩍 숙박업소인 모텔을 숙박 목적으로 이용한 것이 아니라는 항변이 늘었다.  


 정말 확실한 불륜의 증거를 들이밀었을 경우라도 “유부남인 줄 모르고 만났다” “서류 정리만 안됐고, 이미 사실상 이혼 상태였다. 그래서 끝난 관계인 줄 알고 만났다”라는 주장이 단골로 등장한다. 때문에, 여러분이 우연히 연 남편의 노트북 비밀 폴더에 저장된 상간녀의 나체사진을 발견했다면, 00 언니가 아내에게 ‘자기야. 사랑해’라고 보내온 문자메시지를 봤다면 당황하지 말고, 전문가의 상담을 받고 차분히 대처해야 한다. 상대는 바람을 들켰을 때 쿨하게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을 텐데, 구제님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여 “이 여자 누구야?” “당장 이혼해”라고 배우자에게 티를 냈다가는 증거수집도 못한 채 상대방에게 방어전략을 짤 기회만 주는 꼴이 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A구제님(求濟, 구하여 건너게 하다는 뜻의 변변이 운영하는 법률사무소 상호에서 유래한 의뢰인들에 대한 애칭이다)은 아내와 바람을 피운 상간남에게 위자료 소송을 진행하였다. 그저 배우자에게 진실한 사과를 받기를 원했을 뿐이고, 배우자와 바람피운 상간남을 혼내주고 싶을 뿐인데, 그들은 구제님의 소중한 결혼생활과 추억들을 모두 불행했던 과거로 왜곡하였다. 상간남은 ‘부정행위가 아니다. 사실상 이혼 상태에서 만났다’라고 항변했다. 상간남은 이를 입증하기 위한 충분한 증거가 증인밖에 없다며 구제님과 아내가 사실상 이혼 상태였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구제님의 아내를 증인 신청하였다. 그런데, 구제님의 아내는 증인으로 나와 구제님을 배신하고 불륜남의 편에 서서 위증을 하였다. 구제님의 아내는 사과는커녕 “우린 이미 오래전부터 쇼윈도 부부였어요! 남편과 남처럼 지내던 중에 다른 사람 만났을 뿐이에요”라며, 불륜남을 두둔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 결국은 들통이 났고, 변변은 상간남과 구제님의 아내가  위증을 공모할 정도로 긴밀한 관계라는 점을 강력하게 주장했고, 상간남은 위자료를 통상적인 경우보다 더 많이 물어야 했다. 하지만, 구제님이 원한 것은 위자료보다 진실한 사과였을 것이다. 그냥 잘못을 인정하고 아름다운 이별을 했다면 구제님의 상처는 그렇게까지 깊지 않았을 것이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으니 한 번의 바람은 용서하라고들 한다. 그러나, 이 말은 잘못되었다. 애초에 바람은 잊고 용서를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배신한 이의 얼굴을 볼때마다 생생하게 떠오르는 배신감을 껴안은 채 평생을 살아낼 것을 각오하고 결단한다는 것이 옳은 표현이다. 그만큼 배우자의 외도는 큰 고통을 주고, 누구도 신뢰할 수 없을 정도로 인생을 송두리째 흔든다. 때문에 심리상담과 정신과 치료를 함께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특히, 외도 기간이 길고 친자인지 의심까지 되는 경우라면 가족이 해체되는 수준의 고통을 겪게 되기에, 불안, 수면장애, 공황장애를 호소하시는 경우가 많다.


 크게 사업을 하는 재력가인 B구제님은 바쁜 업무와 해외출장으로 아내의 외도를 뒤늦게야 눈치챘다고 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아내는 10년 이상 이중생활을 하며 오랜 외도를 하였음을 알게 되었다. 구제님은 설마 설마 하며 두 아이의 친자확인을 위한 유전자 검사를 하였는데 첫째 아이는 구제님의 아이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구제님의 아내는 결혼 전에 임신을 하였다. 구제님은 임신을 기뻐하며 기꺼이 아내와 결혼을 하였는데, 사실 아내는 구제님 외에도 불륜남을 동시에 만나 성관계를 하였었고 결혼은 재력가인 구제님과 하였던 것이다. 10년 가까운 세월을 불륜남과의 사이에서 생긴 자녀를 친자식인 줄 알고 키웠던 구제님. 10년 간 서로를 친 형제로 알고 자랐던 아이들. 구제님의 분노와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였고, 정신과 진료를 받아 어렵게 일상생활을 이어나가셨다.


 구제님의 아내는 아이가 구제님의 아이인 줄 알았다고 끝까지 주장했다. 구제님의 아내가 불륜남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면서도 일부러 구제님과 결혼했는지, 누가 친아빠인지 헷갈려서 구제님과 결혼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구제님이 아이의 친아빠가 아닐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더 큰 비극이 생기기 전에 유전자 검사를 했어야 했다. 이것은 아내분과 구제님의 신뢰관계가 있는지 그 신뢰가 파탄이 되었는지의 문제 이전에 아내분이 자신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었던 한 인간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있는 인격인지의 문제로 귀결된다. 설령 구제님의 아내가 누가 아이 아빠인지를 잘못 찍는 최악의 실수를 했던 것이라고 가정하더라도, 결혼 이후에도 불륜남과의 만남을 이어갔다는 사실은 면죄부를 받을 수 있겠는가.





 C구제님의 경우는 더 황당한 상황을 겪게 되었다. 바람이 나서 가출한 지 오랜 아내로부터 소장이 도착했다. 그런데 그 소장은 이혼소장이 아니었다. 바람난 아내가 이혼 말고 무얼 더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일까? 열어보니 그것은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의 소장이었다.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 란 가족관계 등록부상의 부 또는 모와 자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하는 소송이다. 구제님의 아내가 가출한 후 바람을 피웠던 남자와 동거하고는 그 사이에 자녀까지 낳았던 것이다. 두 사람은 동거는 할 수 있었으나, 구제님의 아내는 구제님과의 혼인관계가 이혼으로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혼인신고를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구제님의 아내는 불륜남과의 사이에 아이를 낳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자녀를 두 사람의 혼인관계 중의 자녀로 등재할 수 없었던 것이다. 안타깝다는 의미는 태어난 아이에게도 몹시 유감이지만, 구제님의 입장에서도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 펼쳐진다 라는 뜻이다.



법률상 혼인 중 포태한 자는 부의 자로 추정한다


  민법 제844조 1항은 ‘법률상 혼인 중 포태한 자는 부의 자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법적으로 구제님이 아직 법률상 남편으로 되어 있다는 이유로 구제님의 아내가 불륜남과의 사이에서 낳은 자녀는 구제님의 자녀로 추정이 되게 된다. 불륜남의 자녀, 혼외자임에도 불구하고 내 자식으로 본다고? 배우자가 바람피운 것도 화가 나는데, 바람을 피워서 낳은 아이가 내 아이인 것으로 추정된다니 참으로 기가 막힌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구제님 입장에서도 당장 이 아이를 내 호적에서 파내라! 라고 주장하고 싶기는 매한가지일 것이다.


 만약 구제님의 아내가 사정이 이러하니 이혼을 해달라고 구제님에게 먼저 연락하여 사과하고 협의이혼을 하였다면 일이 순리대로 풀렸을 것이다. 그러나 구제님의 아내는 일언반구없이 막바로 구제님에게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부터 제기해왔다. 그동안 구제님은 아내가 버리고 간 자녀들을 양육비도 받지 못한 채 홀로 묵묵히 키워왔다. 노심초사 아이들이 상처 입을까 봐 걱정하면서 최선을 다해서 키우고 있었는데 가출한 아내의 보답은 사과나 양육비 지급이 아니라 일방적인 소제기였다. 이로 인해 구제님의 심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변변은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를 방어하면서 이혼 위자료 및 양육비 합의를 별도로 진행했다. 사실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의 경우, 친자관계가 없음이 분명하고 우리 구제님의 입장에서도 내 자식이 아니다 보니 친자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받을 필요가 있는 상황이었다. 사실 부인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구제님의 아내가 구제님과 더 이상 동거를 하지 않고 혼인의 실체가 완전히 끝난 상태에서 불륜남과 동거를 하였고 그 과정에서 아이가 태어난 것으로 정리하게 된다면 곤란한 부분이 있다. 특히나, 불륜행위로 낳은 아이가 불륜에 대한 유일한 증거라면! 불륜 행위를 한 구제님의 아내와 상간남에게 제기한 위자료소송에서 불륜남은 구제님과 아내가 구제님과 완전히 파탄되어 별거하였고 사실상 혼인이 파탄된 이후 두 사람이 만나 자녀를 낳게 된 것이라며 위자료를 지급할 수 없다고 방어해 올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구제님에게 당당하게 나오며 소장을 들이밀었던 아내는 상황이 반전되자 형편이 어렵다며 위자료와 양육비를 깎아달라고 부탁하기 시작했다. ‘어림도 없지’ 나는 위자료와 과거 양육비를 에누리 없이 다 받아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다. 그런데, 구제님은 그냥 덥썩 합의를 하겠다고 했다. 나는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고 했다. 그런데, 진짜 반전은 따로 있었다. 구제님은 원고가 제시하는 것보다 더 낮은 금액의 위자료와 양육비를 받는 걸로 합의해주겠다는 것이었다.



그쪽도 없는 살림살이에 애 낳아 키우기 힘듭니다.
애들 양육권 받은 걸로 만족합니다


 돈을 주겠다는데 안 받겠다고 하는 의뢰인은 변호사 생활하다 하다 또 처음 겪는 일이었다. 구제님은 자녀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지만, 배우자에 대한 배려와 베푸는 마음 또한 큰 분이었다. 전처가 다른 남자와 바람피워 낳은 아이를 키우는 수고로움까지 배려하여 위자료를 양보할 수 있는 사람이 이 각박한 세상에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숙연한 마음마저 들었다.





 상황이 좋을 때는 누구나 좋은 사람인 것처럼 행동할 수 있다. 막 연애를 시작했을 때, 결혼 생활이 원만하고 모든 것이 순조로울 때는 필요에 의해서 좋은 사람인 양 포장하기 때문에 옥석을 가리기 힘들다. 그러나, 모든 이해관계가 끝났을 때에는 어떤가? 결혼생활에 작별을 고하는 순간 그 사람의 민낯이 드러난다. 유종의 미를 거둔다는 것이 참 힘든 일이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형기의 낙화 中-



 바람과 외도를 호르몬에 지배당하는 인간이라는 동물이 겪는 불가피한 권태로움의 귀결로 보는 이도 있다. 사람이 사랑을 느낄 때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이 뇌에서 분비되는데 이것이 행복, 쾌락을 느끼게 하고, 이 때 사랑에 빠진 사람의 뇌는 마약중독자의 뇌의 모습과 유사하다. 하지만, 그 유효기간은 고작 30개월 내지  3년 정도. 그래서, 그 시기가 지나면 권태감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구제님들의 케이스를 보면서 알게 된 배우자의 바람, 외도는 사랑의 유효기간이나 호르몬의 문제로 면죄부를 주기에는 지나치게 사악했다. 오히려, 불륜을 저지른 사람의 인격과 됨됨이와 결부되는 경우가 많다. 배우자의 바람? 아님 바람피운 이후의 거짓말과 이기적인 행동들? 구제님들에게 뭐가 더 큰 상처였을지를 가끔 생각해본다. 물론 비교한다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둘 다 쓰라린 고통일 것이다. 구제님들이 배우자의 바람을 '배신으로 인한 충격'으로 설명한다면, 바람피운 이후의 거짓말과 이기적인 행동들을 '인간에 대한 실망과 그 사람과 함께 한 내 인생에 대한 허탈감과 좌절감' 으로 호소하신다. 비록 배우자에 대한 불만과 원망을 걷잡을 수 없어 외도를 하였더라도, 결혼관계를 정리할 때에 내 아이의 엄마, 아빠, 한 때 나의 배우자였던 사람이라는 관계에 대한 마지막 예의와 배려를 다하는 것이 상대방과 다른 가족구성원 뿐아니라 나 자신과 내 인생에 대한 존중이 된다. 그런데, 애초에 결혼의 서약을 손바닥 뒤집듯이 쉽게 깨는 의리없는 사람들에게는 배우자에게 해가 되는 거짓말과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것 또한 너무나 쉬운 일이다. 배신행위도 내력이 있는 것이다.


  변변은 생각한다. 인생은 긴 항해다. 인생이라는 긴 항해를 3년의 유효기간만이 보장되는 호르몬에 의존하는 사람과 이어나갈 수는 없지 않겠나. 험난한 긴 여행을 함께 하기 위해서는 관계에 대한 예의와 의리를 지킬 수 있는 배려심 깊은 사람이 필요하다. 좋은 사람은 좋은 친구가 되어도 좋고, 좋은 연인이 되어도 좋고, 좋은 가족이 되어도 좋다. 하지만, 나쁜 사람은 친구, 연인, 가족 그 무엇이 되어도 치명적이다. 나쁜 남자, 나쁜 여자와의 애정의 말로는 비참하고, 결혼의 말로는 참담하다. 반짝반짝 빛나는 매력을 가진 통통 튀는 개성을 가진 사람에게 한 동안 마음이 끌릴 수도 있지만, 그 빛이 금세 사라질 것은 예정되어 있다. 때문에 눈부신 매력을 과시하는 사람보다 오랜 정성으로 끓여 낸 사골국처럼 한결같은 사람이 진가를 발휘한다. 평생 좋은 친구가 되어 줄 수 있는 사람과 반려자가 된다면 인생의 긴 항해 길 또한 순항할 수 있지 않을까.



부산 경남 이혼전문 / 법률사무소 구제 /변경민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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