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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이민이야기 6 –노란 머리 파란 눈의 아이들

이민 스트레스로 아이들이 이상행동을 보이다.

사실 나는 새로운 것에 대한 적응이 빠른 편이다. 그리고 변화를 좋아한다. 내가 견딜 수 없는 것은 반복되는 일상이다. 그래서 독일로의 이민이 나에게는 새로운 도전으로 느껴지고 새롭게 무언가에 적응해야 하는 일들이 삶의 활력소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한국에서 독일로의 변화는 천지개벽과 같은 엄청난 일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아이들이 변화를 그렇게 크게 느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아빠가 독일로 떠난 이후로 아빠를 그리워하면서 독일로 너무 가고 싶어 했고, 우리는 꿈에 부풀어 있었고, 독일로 오면서 드디어 그 꿈을 이룬 것이었다. 게다가 이민을 결정하게 된 이유 중에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아이들 때문이었다. 아이들에게 조금 더 다양한 기회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이민이 자신이 알던 세상이 송두리째 바뀌는 어마어마한 변화로 다가왔던 거 같다. 엄마 뱃속에서 나와 처음으로 보고 듣고 만지고 경험하면서, ‘세상은 이런 것이구나’라고 비로소 인지하고, 이제 사회로 자신감 있게 발을 내딛고 있던 그 시기에, 자기가 알던 규칙과 생활방식, 언어 모든 것들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세상에 맞닥뜨린 것이었다. 아이들이 정확한 언어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라고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이런저런 모습들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첫째 아이는 놀이터에서 독일 아이들이 있으면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한 아이가 그네를 타고 있으면 다른 한 그네가 비어있어도 절대 타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놀이터에서 5분만 같이 놀면 친구가 됐었는데, 8살 배기 아이의 눈에 노랑머리, 파란 눈의 아이가 얼마나 낯설었으면 그랬을까 싶다. 둘째는 한 번씩 심기가 건드려지면 말이 안 통할 정도로 울고 떼를 부렸다. 그러면 나도 덩달아 감정조절이 안돼서 같이 언성을 높여서 싸우게 되었다. 이런 일이 발생되는 횟수가 잦아지면서 언어로 표현하지 못했지만 둘째 아이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거라는 것을 알게 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첫째 아이가 ‘엄마 우리는 왜 독일에 왔어?’라고 물었다. 그래서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설명해주니, 이제 이만하면 됐으니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잔다. ‘독일로 간다’라는 걸 잠깐의 여행 정도로 생각했었나 보다. 한국과 독일이 이렇게 많이 다를 줄 몰랐던 거다. 그리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건 정말 더더욱이나 생각하지 못했을 거다. ‘우리는 이제 여기에서 살 거야’라고 말하니 아이들의 눈에서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자신이 가진 삶의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절망과 한탄과 원망의 눈물을 흘리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내 마음도 미어졌다.


‘한국이 그리워, 할머니 할아버지가 그리워, 친구가 그리워’라고 말하는 아이들의 나지막한 말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도 내 마음을 슬프게 했다. 친구들과 뛰어놀며 하하호호 즐겁게만 놀아야 할 나이에 외로움과 절실한 그리움이 아이들 마음 한켠에 깊숙이 새겨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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