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독일 이민이야기 7 - 친구를 사귀다

이거 한국에서 온 거야! 엄청 귀한 거야!

아이들의 마음 한켠에 깊은 그리움이 새겨짐과 동시에 무엇인가를 아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생겨났다. 한국에서 온 물건은 어떤 것이든 세상에서 제~~일 좋은 물건이고 또 아주 귀하디 귀한 물건이라는 인식이었다. 길을 가다가 현대자동차나 기아 자동차가 지나가면 꼭 한 번씩 더 뒤돌아 한참을 쳐다본다. 현대, 기아자동차를 많이 발견한 날은 그만큼 기분이 좋은 날이 되었다. 그중에서도 아이들이 너무너무 좋아하는 것은 단연코 한국 과자, 음료수, 라면류이다. 첫째 아이가 좋아했던 음식은 짜파게티였다. 짜파게티 한 봉지에 모든 향수가 다 사라지는 모양이다. 한국이 가고 싶어, 친구들이 그리워하며 울먹울먹 하는 날에는 짜파게티 한 봉지 끓여주면 다시 웃는 얼굴로 살아갈 힘을 얻는 듯했다. 어떤 날은 아침, 점심, 저녁 세끼를 짜파게티로 먹은 날도 있었다.


한글학교를 찾아가다.

아이들이 한국을 그리워하며 힘들어한다는 얘기를 듣고 어떤 분이 한글학교를 찾아가 보라고 조언을 해주셨다. 해외에서 사는 아이들이 한국문화와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곳곳에서 한글학교가 운영된다고 했다. 나는 곧바로 한글학교를 검색했고, 대중교통으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가깝지 않은 곳이었지만 우리로서는 거리를 따질 처지가 아니었다. 다행히 공석이 있어서 우리 아이들을 등록할 수 있었다. 토요일마다 두 시간 정도 수업이 진행되었는데, 또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서 우리 아이들이 너무나 행복해했다. 그곳에 있던 친구들은 대부분이 독일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이었다. 공부하러 가는 게 아니라 놀려고, 친구들을 만나려고 먼 거리를 달려 한글학교를 다녔다.


태권도와 발레수업을 시작하다.

한글학교에서 알게 된 친구를 통해 태권도 학원과 발레학원에도 등록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아직도 독일 사람과 독일어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있었지만, 한국과 관련된 것이서 조금씩 마음을 열 수 있었다. 태권도 학원은 한국 사범님께서 운영하시는 곳이었는데, 독일 사람들도 많이 수강해서 수업은 독일어로 진행이 되었다. 첫째 아이는 태권도 학원을 등록했고, 둘째는 한국에서도 발레학원을 다녔던 터라 발레학원을 등록했다. 아이들에게는 처음으로 독일어에 노출되는 시기였다. 독일어가 서툴러도 몸으로 배우는 것들이어서 거부감이 덜했던 거 같다. 한글학교와 태권도 발레학원으로 일주일에 두 번 정해진 일과가 생기고 외출도 하고 그곳에서 친구들도 사귀게 되면서 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많이 줄어들었고 아이들도 점점 독일 생활에 익숙해질 수 있었다.

이전 06화 #독일 이민이야기 6 –노란 머리 파란 눈의 아이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