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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Oct 07. 2024

막내가 운동회 불참을 선언했다


막내가 유치원 운동회 불참을 선언했다. 캐나다 몬트리올부터 이어진 소련 모스크바 올림픽 불참 사건만큼이나 중대한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아이들이 어린이날과 크리스마스 다음으로 좋아하는 운동회를 참석하지 않겠다는 막내 속내가 궁금했다.


막내는 골통으로 불릴 정도로 말썽꾸러기이다. 활발한 성격에 시끄럽고 요란한 녀석이다. 일반인이 하루에 15,000 단어를 말한다면, 최소 30,000에서 50,000 단어를 지저귀는 종달새이다. 그렇다고 어휘력이 풍부해서 다양한 단어를 선물하는 아니고 비슷하고 지겨운 단어만 마구마구 귀에 꽂아대는 아주 특별한 존재이다. 지난주에는 소피, 소피, 소피, 루비와 빠졌어만 하루 평균 784번 흥얼댔다.


대게 활발한 친구들은 운동회나 체육대회를 좋아한다. 자기 능력을 십분 발휘하면서 뽐내고 싶은 욕구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집 막내는 피아노, 태권도, 산수, 한자, 영어 등 본인이 할 수 있는 모든 행위를 자랑하는 자랑쟁이이다. 그런데, 다가오는 유치원 운동회는 참석하지 않겠다고 여러 번 선언했다.



그래서 혹시 트라우마가 있는 게 아닌지 걱정을 했다. 작유치원 운동회에서 풍선 터트리기를 하는 중에 소소한 일은 있었다. 누구네 엄마가 과흥분 상태로 끝난 종이 울린 다음 막내 풍선을 터트렸다. 엄청 울었고 일주일 정도 누구네 엄마가 실수한 이유를 하루 대여섯 번 대변했다. 고작 그런 것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겼을 리는 없을 테고, 도대체 즐거운 운동회를 왜 안 가겠다고 우기는지 다.


그래서 휴일에 시간을 내어 추궁했다. 추궁하는 아빠를 피해서 도망치며 혼자 있을 시간을 달라는 둥 홍팀이라서 싫다고 하더니 청팀이니까 안 간다는 둥 이상한 소리를 지저귀며 결국 끝까지 왜 안 가겠다는지 공식 답변을 하지 않았다. 사실 모르는 척 추궁했지만 막내가 왜 안 가려짐작이 .


아마도 막내는 운동회 때 경쟁하는 상황이 불편했 때문일 것이다. 경쟁해서 질 것을 걱정하며 잘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는 성격이다. 피아노 콩쿠르도 같은 이유에서 선생님 권유에도 결국 참가를 고사했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 운동회 때 청팀과 홍팀이 비겼던  좋았다면서 해맑게 던 막내 표정이 떠오른다.



거친 세상을 살아내려면 누군가와 경쟁하고 싸워 이겨야 는데, 아니면 승패를 떠나 경쟁하는 과정을 즐기고 발전하는 자신을 발견하면 되는데, 단지 허울이고 좋은 말일뿐이다. 누군가와 싸우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자신을 좀 먹을지 알면서도 혹시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줄지 모른다는 기대를 한다. 경쟁을 통해서 오는 불편함을 극복하기 싫은 막내 성향이 어디서 왔는지 나는  다.


막내와 비슷한 상황이 펼쳐지는 중요한 날에 같은 마음으로 집을 나서상황이 우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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