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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오마오 Mar 28. 2024

요가생활 최대의 위기다!!

Day 27


27일 차 요가이다. 오늘은 일주일 중 제일 힘든 빈야사 요가 시간이었다. 어느 정도 익숙해졌고 비교적 근력도 생겼으니 ‘음. 가서 또 열심히 배운다는 마음으로 하면 되지!’하고 호기롭게 요가원으로 향했다.


올해 첫 한파시기답게 평소처럼 입고 나갔더니 너무 춥다. 후다닥 요가원으로 들어갔는데 정말이지 부지런한 회원님들… 이미 뒷자리는 만석이었고 남은 건 앞줄의 창가 자리뿐이다. 어쩔 수 없이 창가 자리로 다가가 매트를 깔고 앉았다. 헌데 외풍이 장난이 아니다. 아니면 어딘가에 살짝 창문을 열어놓은 걸까? 조금 추웠지만 본격적으로 수업에 들어가면 제일 몸을 많이 쓰는 시간이니 만큼 땀도 많이 나고 덥겠지 싶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원장님의 씩씩한 빈야사 요가가 시작이 되었고 몸은 슬슬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확실히 강추위라 그런가 이전 시간들만큼 몸이 쉽게 풀어지지 않는다. 어쩌면 내가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일 수도 있다. 아무튼 평소보다 뻣뻣한 게 쉽게 느껴졌고 손 끝, 발 끝까지 힘이 가닿지 않는 게 느껴졌다. 나는 평소 수족냉증이 심한 편이고 이런 경우 기분 탓일 수도 있지만, 몸이 차고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으면 관절도 굳은 느낌이라 힘을 쓰는 게 수월하지 않게 느껴진다. 무리하면 다칠 것도 같고.


‘아 오늘 좀 안되는데…’하는 순간! 갑자기 엄청난 위기가 찾아왔다.


이건 감히 몇 안 되는 내 요가 생활 중 최대의 위기라고 말할 수 있다.

열어놓은 어딘가의 창밖에서 음식 냄새가 올라오기 시작한 것…! 이 공기 속에 섞인 무게감 있는 냄새는 아마도 제대로 기름진 음식의 냄새일 것이다!


‘아아. 닭인가? 튀김? 뭘까? 근데 아침부터?!’


정말이지 진심으로 당황했다.

갑자기 배가 확 고파왔고 순간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매트에 눕고 싶은 충동이 마구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아. 본능이란 무엇인가.’

‘아아. 이것이 운동하는 이에게 가장 큰 고통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아아. 나는 진정 동물의 그것밖에 미치지 못하는 건가.’


오만가지 생각이 들이닥쳤다. 말도 안 되는 기습 공격이었다. 분명 아침을 좀 먹고 왔는데 이 음식 냄새에 자연스레 반응하는 내 뇌와 몸이라니… 머릿속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순간적으로 ‘탕수육인가? 치킨인가? 아랫집엔 닭강정집이 아닌데? 아. 그 새로 생겼다던 마라탕 집인가?’ 따위의 잡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배꼽시계는 갑자기 요란하게 움직였다.

‘유혹을 이겨내자! 집중해! 정신력도 강해져라!!!’

스스로 짐승이기를 온몸과 정신력으로 거부했다. 그러던 중 마치 이런 내적 갈등들을 읽기라도 한 듯 원장님은 갑자기 오늘 안 하던 동작을 추가하기 시작하셨다.


‘아. 오늘은 마라맛 빈야사로구나!’


덕분에 몰아치던 잡생각들은 싹 사라졌고 다시 오롯이 매트에 나와 내 몸만 남았다.

다행이다. 음식 냄새에 잠시 동요되어 마음과 몸이 많이 흔들렸었다. 내가 이럴 줄이야… 스스로가 웃기기도 했다.


초반, 잘 풀지 못했던 몸은 중간중간 힘이 딸리고 아파와 평소와 다르게 매트에 기대어 쉬게 만들었다. 다른 날 같으면 ‘아. 역시 아직 멀었는가…’하며 쉬이 낙담했겠지만 노노, 나는 조금 성장한 햇병아리가 아니던가!

‘이런 날도 있는 거지. 원래 뭐든 기복이란 게 있는 거니까! 다음에 잘하면 돼.’

끝까지 플로우를 따라가려 최선을 다했고 비록 많은 땀을 흘리지 않았지만 오늘도 한 시간 동안 충실하게 스스로를 빚어냈다.


요가원을 나오며 심한 허기짐을 느낀 나는, 집으로 곧장 향하던 평소와 다르게 토스트를 하나 푸짐하게 포장했다. 모락모락 나는 김과 달큰한 토스트 냄새를 맡으니 행복이 별 건가 싶더라.


최대 위기가 온 요가였지만,

후- 오늘도 했다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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