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로켓배송 배달 받은 날 찾는다
“그거, 어디 뒀지?”
“아, 그거 그때 버렸는데...”
“에이, 그게 뭐 그렇게 중요해?”
이 말들, 익숙하다.
평소엔 별거 아니라고 여겼던 것들이 정작 정말 필요할 땐
꼭 사라져 있다.
이럴 때 딱 떠오르는 말.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
작년 크리스마스 시즌,
아이 셋을 위해 산타처럼 몰래 선물을 준비하려고
몇 달 전부터 “갖고 싶은 거 있으면 적어놔~”라고 공지를 돌렸다.
애들은 신나서 적어준다.
‘또봇V, 카봇K’, ‘파산핑 티니핑’, ‘공룡 똥 연구소(?)’ 등등...
그땐 “그래, 아직 여유 있으니까 천천히 사야지” 하고 메모장에다 적어놓기만 했다.
근데 그 ‘천천히’가 문제였다.
12월 중순쯤 되자, 인기 있는 건 전부 품절.
어디선가 웃돈 붙은 중고거래를 기웃거리는 나 자신을 보며
한숨 쉬었다.
“아... 미리 살 걸.”
그뿐이랴.
일하면서도 종종 이런 일 터진다.
한참 자료 조사하다가 "오, 이거 나중에 꼭 써먹겠다" 싶어서
‘어딘가 눈에 잘 띄는 곳’에 저장해뒀는데
정작 그게 어디였는지 도통 기억이 안 난다.
데스크탑? 다운로드 폴더? 휴대폰? 메신저 링크? 클라우드?
이런 식으로 찾다 포기하고 결국 처음부터 다시 만든다.
그리고 항상 일을 거의다 새로 시작해 완성될 즈음 원본을 발견한다.
내문서 폴더 안 '최최최종(ver.4)'로 덩그러니,
혹은, 캡처한 사진은 가족 여행 사진 사이에 끼어 있는 걸...
그 순간, 마음속 외침.
“진짜 개똥도 약에 쓰려니까 없다더니…”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스스로에게 하나의 습관을 들이려 하고 있다.
‘나중에 쓸지도 몰라’ 싶은 건
→ 무조건 태그 달아서 저장하기.
애들 선물은
→ 시즌 전에 장바구니에 담고 알림 켜놓기.
괜찮은 말이나 아이디어 떠오르면
→ 메모앱에 날짜별로 정리해두기.'
사실 조금만 귀찮음을 이겨내면
나중에 정말 편해진다는 걸, 수없이 늦게 깨달았다.
(그리고 또 반복한다.)
결국 아이들도 겪으며 깨달음을 얻겠지만 그래도 아이들한테도 슬쩍 알려주려 한다.
“지금은 안 써도, 나중에 쓸지 몰라.
그러니까 네가 만든 거, 그렸던 그림, 작은 기록들…
버리지 말고 잘 간직해보자.”
그게 크면 보물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걸, 지금은 몰라도 나중엔 알게 되니까.
누군가에겐 그냥 흔한 정보,
누군가에겐 그냥 장난감 조각이지만
필요할 땐 그게 세상에서 가장 귀한 무언가가 된다.
그래서 오늘도 다짐한다.
조금 더 미리 준비하고, 지금은 쓸모없어 보여도,
내 방식대로 잘 보관해두자.
왜냐하면…
진짜 약에 쓸 개똥이 없을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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