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수화물 중독자의 다이어트 이야기
현대인에게 다이어트는 때로 단어보다 더 넓은 의미를 갖는다. 다이어트는 자기 관리, 분기마다 한번씩 언급하는 계절 행사 같은 것, 사람들에게 묘한 승부욕과 패배감을 적립하는 단어다. 살을 빼야겠다는 말은 한국인에게 너무 자연스러워서 인삿말처럼 들릴 때도 많다. 나 살 쪘지? 살 빠졌네? 같은 문구는 이제 안부 인사에 속한다. 나는 다이어트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던 비만인이었다.
어느날 갑자기 다이어트를 시작하기로 했고, 약 1년 반 동안 36kg를 감량했다. 지금은 심각한 비만에서 사람들 속에 섞이면 어색하지 않을 만큼의 몸을 얻었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운동을 하고 식습관을 뜯어 고치며 배운 것이 너무나도 많다. 당연하게도 잃은 것도 많다. 천천히 느긋하게 생각 나는 감정들과 나만의 습관을 기록하고 싶다.
나는 약 1년 반 동안 -35kg를 감량했다. 짧지 않은 기간동안 적지 않은 체중을 뺐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기절초풍할만한 인생역전 스토리는 없다. 살을 뺐더니 드라마틱하게 아름다워져서 같은 류의 이야기도 없다. 성공한 다이어터들이 한번씩 찍는다는 프로필 사진에도 관심 없다. 세상의 무심한 말과 눈초리에 지친 나는 어디까지나 이 사회에 겉돌지 않을 만큼의 체형을 원했다. 물론 여전히 날씬보다는 통통한 체격이다. 그래도 옷가게에 가서 마음에 드는 옷의 사이즈 여부부터 묻진 않는다. 하고 싶은 운동을 하고 먹고 싶은 음식을 먹는다. 내 삶에서 내가 주도적으로 선택 할 수 있는 부분이 크게 늘어났다.
다이어트를 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그래서 몇 kg 빠졌냐' 다. 나는 숫자에 민감한 사람은 아니지만 다이어트를 하다보면 1kg에 희비가 엇갈리는 법이다. 매일같이 체중을 재고 식단을 기록했다. 지인들은 다들 응원해 주었다. 지금도 나를 위해 모임의 메뉴를 바꾸거나 식사를 건너 뛰고 카페로 향하는 무례함을 용납해준 친구들에게는 고마운 마음 뿐이다. 그래도 가끔 무신경할 정도로 가슴을 후벼파는 발언들은 두고두고 생각났다. 브런치에는 적지 않으려 한다. 만약 이 글이 세상에 공개된다면 읽으실 분들은 아마도 다이어트를 결심하시거나 염두에 두신 분들일텐데... 다이어트라는 과정 자체가 너무나 힘들기에 먼저 상처입을 필요는 없다. 결국 모든건 나 행복해지자고 하는 일이다.
아래엔 간략히 나의 운동과 식단, 기타 팁을 적어보았다. 앞으로 올릴 브런치에는 좀 더 자세히 쓰고자 한다.
1) 운동
너무 많은 정보와 지식이 인터넷에 산만큼 쌓여 있다. 개인의 체력과 건강에 맞춰 운동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는 한창 코로나가 확산되기 직전 반년 정도 다이어트 전문 소규모 운동짐에 다녔다. 스트레칭 - 20분~30분에 걸친 고강도 운동 - 마무리 운동과 스트레칭을 하는 방식이었다. 운동 시간은 많아도 1시간을 넘지 않았다. 크로스핏과 비슷한데, 강도는 훨씬 약하면서 유산소와 근력이 적절히 병행된 형태였다.
가격은 그럭저럭 납득할만한 선이었다. 개인 pt나 헬스장을 염두에 두지 않은 이유는 내가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서다. 나는 운동을 할 때 늘 옆에서 지켜보고 자세를 교정해주고 때로는 호되게 채찍질해줄 사람이 필요한 타입이다. 헬스 클럽의 pt는 너무 비쌌다. 헬스 클럽을 다니며 혼자 운동을 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다이어트 전문 소규모 운동짐이니 나처럼 고도 비만이신 분들이 많겠지 하는 얄팍한 생각도 있었다. 인바디를 통해 체지방과 근육량을 분석하고 꼼꼼하게 상담해 주셨다. 하지만 등록하고보니 오히려 다이어트 목적보다 개인 운동을 위해 등록하신 분들이 더 많았다. 운동짐 등록 직후에는 운동복을 입고 전신 사진을 찍는다. 난생 처음 똑바로 서서 찍은 내 몸을 보고 충격 받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게다가 다이어트 짐이라고 써 있었지만 정말로 다이어트가 필요해보이는 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
다른 운동짐은 어떻게 운영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당일 방문해 상담 후 2번 정도 무료 체험을 하고 등록했다. 운동 타임마다 4~6명 정도라서 나의 잘못된 운동 자세를 제대로 잡아주는 시스템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꼼꼼하게 곁에서 지켜보며 체중이나 체력에 따라 운동 강도를 바꿔주시기도 했다. 나는 무릎이 좋지 않아 운동 동작에 제약이 많았기에 가장 필요한 장점이었다. 무엇보다 헬스장에서는 엄두도 못 내던 운동들을 여러가지 체험했다. 로잉 머신이나 턱걸이나 박스 점프같은 단순한 맨몸 운동과 웨이트를 병행하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짧은 시간 고강도 운동을 진행하기 때문에 나처럼 끈기 없는 사람도 집중하기 좋았다.
운동짐은 매일 운동 기록을 측정해 벽에 남기고 얼마나 기록을 줄였는지 체크하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나처럼 체중이 높은 사람은 초반 감량 속도가 아주 빠르다. 나는 이 운동짐에서 거의 20kg를 감량했다. 난생 처음 근육통에 시달려 제대로 앉지도 못하는 몇 개월이 매일같이 반복되었다. 이 운동짐 외에 다른 운동은 병행하지 않았다. 너무 힘들었다. 집에 가는 길이 너무 힘들어서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 근육통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잘한 선택 같다. 아쉽게도 운동짐은 경영난으로 인해 문을 닫았다. 이 운동짐의 트레이너 분들께는 아직도 감사한 마음이 남아 있다.
운동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는 늘 북적이는 고깃집이 있었는데, 이 가게에서 풍기는 향기가 정말 근사했다. 기름 냄새가 죽여줬다. 나는 삼겹살을 그닥 즐기지 않는 사람인데도 한참 고깃집 간판을 쳐다보다 갔다. 다이어트가 끝나면 꼭 저길 가서 고기를 구워먹으리라 다짐했는데 코로나와 함께 고깃집도 문을 닫았다.
운동짐이 닫고 난 후에는 코로나가 창궐해 헬스 클럽이나 수영장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나는 당시 인기를 끌던 닌텐도 스위치를 운 좋게 구매했다. 당시 sns에서 유행하던 링피트는 품절 대란이 일었었다. 이마트에서 줄을 서서 구매하고 홈트레이닝을 시작했다. 운동짐에서 배운대로 가벼운 스트레칭 후 하루 30~40분 정도 매일같이 진행했다. 이외에도 저녁식사 후 산책도 자주 했다. 어쨌든 다이어트는 몸을 많이 움직여야 한다. 움직일 일이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움직이는게 좋다. 나는 일부러 도서관에서 시리즈 책을 한권씩 빌려 야금야금 읽거나 멀리 있는 만화방 대여점에서 한권씩 빌리거나 했다. 목적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사람에게 이런 꼼수는 꽤 잘 통한다.
고민 끝에 필라테스를 등록했다. 살을 빼면 당연하게도 근육도 함께 빠진다. 나는 근력량과 함께 유연성을 늘릴 필요성을 느꼈기에 선택했다. 필라테스는 가격도 프로그램도 천차만별이다. 현재 진행중인 운동인데 주에 2~3회는 나가려고 노력한다. 실력은 아직도 형편 없다.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필라테스 센터 내에서도 가르쳐주시는 선생님의 차이가 나기에 가능한 여러 수업을 들어보고 나에게 맞는 선생님을 고르는게 좋다.
2) 식이요법
나는 빵처돌이다. 밥보다 빵이 좋고, 밥빵면중에 고르라면 빵빵빵을 선택하는 사람이다. 다이어트를 하며 가장 스트레스 받는 일도 바로 탄수화물 줄이기였다. 밥양을 줄이고 술을 끊고 기름진 음식을 멀리하는 일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생야채와 닭가슴살을 먹는 것도 참을만 했다. 하지만 빵을 끊는 일은 차원이 다른 고통이다. 당연히 여러 빵 대용식을 섭렵했다. 프로틴 빵이니 병아리콩이니 현미곤약이니 하는 재료들로 만든 빵들이 엄청나게 팔리는 세상이다. 구매한 플랫폼에 따라 다음날 아침 도착해 있기도 하다. 정말 별걸 다 먹어봤다 할 정도로 사댔지만 그 어떤 제품도 나를 100프로 만족시키지 못했다. 당연하다. 밀가루와 버터를 그렇게 쉽게 대체할 식품이 어디 있겠는가? 이 문제는 나를 다이어트 기간동안 계속해서 괴롭혔다.
1번에 적은 운동짐에 등록하며 식단 관리도 추가했다.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은 추가금을 지불하면 되는 시스템이었다. 몇 시에 뭘 먹었는지, 어떤 영양제를 먹는지까지 체크했다. 처음에는 단순무식하게 식사량을 줄이고 간식을 끊었다. 야채 반찬 위주로 깨작깨작 먹었다. 아빠의 표현을 빌리자면 '토끼밥' 처럼 먹었다. 보통 다이어트 하면 떠올리는 그런 식단들. 하지만 당연하게도 이런 방법은 오래가지 못한다. 식사량을 줄인다는 건 영양분의 공급이 줄어든다는 거다. 심각한 다이어트 탈모와 눈 앞이 어질거리는 현기증 상태가 나타났다. 나는 가뜩이나 머리숱이 적은 편이라 이때 어마어마하게 스트레스를 받고 다이어트를 관둘까도 생각했다. 사실 식단 관리는 운동짐에서 많은 도움을 받진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분들은 회원들의 감량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식사량의 많고 적음에 크게 신경을 쓰시진 않았다. 그저 치킨이나 피자처럼 다이어트와 거리가 먼 음식을 먹을때 다그치시는 정도였다. 잘 챙겨먹는 것은 다이어트뿐만 아니라 평생에 걸쳐서 지켜나가야 하는 일이다. 무작정 식사량만을 깎는 방식은 반드시 오래가지 못한다. 탄단지라는 말의 무게감을 이때 실감했다. 지금은 여러 방법과 시행착오를 통해 나만의 철칙과 나름대로 구축한 식단을 유지하고 있다.
3) 생활 습관
운동짐이 문을 닫을때는 정말 막막했지만 상당한 체중을 감량한 터라 자신이 붙은 상태였다. 가능한 걸어다니는 횟수를 늘렸다. 나는 친구가 많지 않다. 당연히 한명 한명과의 약속이 소중하다. 약속에 나가서 나 때문에 식사에 제약을 주고 싶지 않았다. 약속 장소까지 지하철 6정거장 정도 걸린다면 약 3시간 전에 출발해 걸어가는 방법을 이용했다. 마을버스로 10분 정도 걸리는 도서관도 걸어서 다녔다. 이런 방법은 몸이 아주 피곤해지기에 자주 하진 않았고 시간이 날 때만 이용했다.
이외에도 너무 더워서, 혹은 추워서 바깥을 걸어다니지 못하는 날엔 근처 대형 마트나 백화점을 하릴 없이 뱅뱅 돌았다. 사계절 내내 적당한 온도가 유지되는 대형 마트는 의외로 걸어다니는데 최적의 장소다. 나는 일부러 현금 오천원만 들고 갔다. 충동적으로 뭔갈 사먹을까봐서다. 2시간 정도 이것 저것 구경하다가 무지방 우유 두팩 사서 달랑달랑 돌아오는 식이었다. 장을 보러 갈때면 반드시 필요한 것만 사기 위해 메모하는 습관을 들였다. 생각보다 꽤 도움이 된다.
수면 시간을 잘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건강은 물론 늦은 시간 충동적으로 느끼는 식욕도 억제해준다. 가끔 너무 배가 고파 잠을 자지 못할때면 두유나 우유, 견과류를 먹었다. 무조건 참는 것도 좋지 않다.
4) 그외 팁
다이어트를 시작할때 좋은 운동화는 필수다. 여러 브랜드와 내가 할 운동에 맞는 신발을 신어보고 가장 최적의 신발을 고르는 것이 좋다. 나는 평발에 가깝고 발볼이 넓어서 특히 신경썼다. 스포츠브라도 다소 높은 금액의 제품을 샀다. 나는 가슴이 큰 편이라서 뛸때 꽉 잡아주는 제품을 선호했기에 여러 브랜드를 알아보았다. 개인차가 크기때문에 어떤 브랜드가 좋고 나쁘다는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운동복은 비싼 것을 구매할 필요가 없다. 인터넷에서 헬스장 운동복을 검색하면 저렴한 가격에 쿨링 소재의 제품을 판다. 매일같이 땀을 흘리기에 저렴한 가격으로 여러벌 사서 입으면 된다. 비싼 제품을 구매해도 살이 빠지면 사이즈가 줄어들기 때문에 무용지물이 된다. 나는 상하의 세트 13000원 짜리 남녀공용 사이즈 운동복을 구매해서 입고 다녔다.
고도 비만인 경우에는 내 전신을 사진으로 남기는 일도 용기가 필요하다. 정 사진이 힘들다면 사이즈 측정용 줄자를 구매해 다이어트 시작때의 몸을 기록해놓는걸 추천한다. 사실 다이어트가 아니더라도 줄자가 있으면 인터넷 쇼핑시의 허탕을 크게 줄일수가 있기에 하나 장만하면 좋다. 나에게 잘 맞는 옷의 어깨/가슴/허벅지 를 측정해 새로 살 옷과 비교해보면 좋다.
체중계도 필수다. 나는 매일 아침 일정한 시간에 쟀다. 매일 체중을 재면 좋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이것도 개인차가 있으니 본인의 선택에 따라 고르면 좋다. 나는 전날보다 체중이 늘었다면 어제 무엇을 먹었는지 확인하고 별 문제 없으면 신경 안 썼다. 늘어나봤자 고작 몇백 그램이니 일희일비 할 필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