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수화물 중독자의 다이어트 이야기
"네 주제를 알라"
너무 유명해서 식상한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 말을 다이어트를 시작하며 얼마나 통찰력 있는 문장인지 깨달았다. 다이어트에 '나의 주제'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내가 얼마나 살이 쪘고 얼마나 못나보이는지가 아니라, 지금 당장 어떻게 나를 바꿔나갈수 있는지에 대한 여유를 체크하는 거다.
개개인의 건강과 몸 상태는 모두 다르다. 경제력과 여유 시간도 다르다. 비만이 된 이유도 다르다. 식습관은 물론 근력이나 운동 신경도 다르기 때문에 타인의 다이어트 후기는 결국 모두 남의 이야기인 셈이다.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안다. 왜 살이 쪘는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나의 경우 당연하게도 빵과 디저트 등 탄수화물을 과다 섭취하고 운동량은 0이었다. 명확한 이유를 떠올리면 해결책을 알아차리기도 쉽다. 막연하게 '몇 kg를 빼겠다'가 아니라 '몇 kg를 어떻게 무엇을 하며 빼겠다' 가 훨씬 현실성 있는 대안이다.
인터넷은 보물창고다. 일단 다이어트를 시작하고자 마음 먹고 검색하면 줄잡아 수만개의 후기와 팁이 쏟아진다. 참으로 꿈같은 다이어트 후기가 참 많았다. 성공한 사람들의 후기를 골라 읽으며 나도 어쩐지 1kg쯤 빠진 기분이 들기도 했다. 6개월만에 40kg를 뺐다는 후기를 읽어보았는데, 어찌나 치열하게 운동을 하셨던지 내가 다 땀이 났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이럴 순 없다. 내 몸은 격렬한 운동에 적합하지 않았다. 흔히 비만인은 힘이 세다거나 하는 편견이 많은데, 내 경험상 힘과 살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나는 근육량이 전혀 없는 전형적인 물살이라 콜라 페트병을 열거나 수박 반 통 들기도 벅차했었다. 기립성 저혈압이 심했고 늘 손발이 찼다. 한 마디로 덩치만 큰 허수아비였다.
다이어트를 위해 지불할 경제력과 시간, 식사 타입도 중요한 요소다. 모든 사람들이 매 끼니 질 좋은 다이어트 식단을 챙겨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계란 2개, 자몽 한개 따위의 식단은 누군가에겐 사치다. 물론 내게도 사치였다. 나는 과일도 타임 세일 스티커가 붙지 않으면 사지 않는 유리지갑 직장인이었다.
그러므로 다이어트를 시작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주제와 현실을 파악해야 한다는 거다. 내가 하루에 얼마나 운동 할 수 있지? 쏟을 수 있는 시간이 어떻게 되지? 다이어트를 위해 지불 할 수 있는 돈은? 식사에 사용 할 수 있는 요리 시간과 여유 자금은? 내 체중과 몸 상태는? 평소 통증 부위는? ... ... 다양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 후 헬스 트레이너 등 전문가와 이야기 하는게 훨씬 도움이 된다.
다이어트는 시간과 노력, 돈이 드는 일이다. 값싸고 편리한 한끼 식사 대신 다이어트 식단을 택하는 일은 어렵다. 수 많은 다이어트 대용식이 판매되고 있지만 매번 사먹기엔 부담스러운 금액이 많다. 그러므로 내 경제력에서 다이어트에 얼마를 할애할 수 있는지 잘 따져보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돈이 없다고 해서 다이어트를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나는 저렴한 제철 야채와 사시사철 판매하는 양배추, 계란, 냉동 닭가슴살과 닭안심, 두부 등등을 즐겨 먹었다.
나는 막연하게 운동짐에 등록하면 살이 빠지겠지 생각하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설명하고 상담하면 훨씬 질 좋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어떤 자세가 어려운지, 평소 통증 부위를 사전에 설명하면 다른 자세로 교체 가능하다. 특히 무릎이나 허리 등 잘못 운동하면 만성 통증이 될 확률이 높은 부위는 처음부터 조심하는게 좋다.
운동할 체력도 시간도 없어도 괜찮다. 나의 다이어트 시작은 매일 마시던 달달한 커피를 끊는 거였다. 너무 작은 변화라 말하기도 민망한 수준이지만 어쨌든 다이어트다. 가장 좋은 방법은 하루 5분, 10분이라도 몸을 움직이는 거다. 검색만 해도 질 좋은 홈트레이닝 영상이 쏟아지는 시대다. 처음 운동을 시작하는 초심자에게는 갑자기 30분짜리 홈트를 시작하기보다 스트레칭 영상 여러개를 돌려보며 따라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내 관절의 가동범위와 유연성을 확인하는 일도 중요하다. 갑자기 어려운 동작을 따라하다가 자포자기 하는 것 만큼 나쁜 일도 없다.
짧지 않은 인생동안 정말이지 여러 다이어트를 시도했지만 결국 최고의 방법은 덜 먹고 운동하기였다. 음식만 줄여서는 일시적 방편일 뿐이라는 것을 엄청난 요요현상으로 지불하며 깨달았다. 운동은 빨리 시작할수록 좋다. 다이어트 후 깨달은 것은 매년, 매시간 체력이 줄어간다는 거다.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몸을 움직일 체력조차 사라진다. 오늘 당장 시작 할 수 있는 다이어트부터 해내는게 중요하다. 냉장고를 열어 무심코 먹으려던 음료수를 마시지 않는다거나 평소 마시던 커피를 바꿔보자. 사소한 변화는 의욕을 깨우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