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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처돌이 Jun 01. 2021

-36kg을 빼며 얻고 잃은 것: 생리

탄수화물 중독자의 다이어트 이야기




나는 생리의 고통을 잘 모른다. 정확히는 잘 몰랐다.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고도 비만이었던 나는 생리 주기가 아주 들쑥날쑥 했다. 심지어 1년에 생리를 2번 한 적도 있다. 심각한 생리 불순이었다. 모르는 분들을 위해 말씀드리자면, 살이 너무 찌면 생리조차 자주 오지 않는다. 이것도 개인차가 있다곤 들었는데 적어도 나는 그랬다. 사실 생리를 달가워하는 여자는 없다. 게다가 생리주기가 불규칙 하다는 것은 언제 어디서 생리가 시작할지 모른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매일 생리대를 가지고 다녀야만 했다. 


다이어트와 생리 기간이 겹치면 그야말로 최악이다. 체중은 2kg가 쑥 늘어나고 가슴은 부어오른다. 식욕은 또 어찌나 거센지 내가 짐승처럼 느껴졌다. 생리통과 맞서 싸우며 운동을 하는 여성은 대통령 감이다. 나는 그 정도의 의지는 없었기 때문에 생리 기간에는 그냥 푹 쉬었다. 별 수 없었다. 가만히 있어도 체력이 쭉쭉 빠지는데 여기서 운동을 했다간 다이어트고 나발이고 다 포기할것만 같았다. 편의점에 가서 하염없이 다이제니 홈런볼같은 과자를 바라보다가 감동란 하나 사들고 나온적도 부지기수다. 


살을 빼고 유지어트 기간인 지금은 꽤 꼬박꼬박 생리를 한다. 물론 월급날마냥 규칙적으로 찾아오진 않지만 적어도 한달에 한번은 한다. 게다가 생리의 전조증상을 몸으로 느끼게 되자 그 가공할 공포와 위력을 제대로 실감 할 수 있었다. 나는 내 자신이 생리전 증후군이 없다고 생각했다. 완전 착각이었다. 생리전 증후군이 없다고 생각한 이유는 그냥 생리전이나 후나 많이 먹었기 때문이다. 되도록 건강하게 먹고 간식을 줄이는 식단을 병행하며 나는 내 의지가 얼마나 모래성처럼 스러지기 쉬운지 깨달았다. 


생리 일주일 전부터 온갖 음식이 생각이 다 난다. 정말이지 그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충동적이고 짐승같은 내 안의 공허함. 뭘 먹어도 배가 안 부른다. 밥을 먹고 돌아서면 다시 속이 허하다. 그토록 맹렬한 식욕이 내 안에 숨어있으리라곤 생각조차 못 했다. 과자를 먹어도 한 봉지를 1/4로 나누어 먹는게 내 유지어터 나름의 철칙인데, 생리 중에는 과감하게 1/2로 늘린다. 


왜냐하면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짠걸 먹으면 단게 먹고 싶고 면을 먹으면 밥을 먹고싶다. 미칠 것 같은 식욕과 호르몬 분비는 마치 화산같다. 내 평생 호르몬을 이토록 생생한 날것으로 느꼈던 시절이 있던가? 보통 체격의 평범한 생리주기를 가진 여성들은 매달 이 고통을 느꼈단 말인가? 나는 생리를 매달 1번씩 시작하며 진심으로 나와 같은 여성들을 존경하게 되었다. 그녀들은 이 모든 고통을 한달에 한번씩 겪으면서 살아왔던거다.


생리중에 탐폰을 사용하고 운동을 했다거나 하는 다이어트 일화도 꽤 많이 읽었다. 당시 나는 생리에 대한 고통이 그닥 없으니 가능할지도 모르겠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나는 복통이 심하고 생리 양도 많아서 도저히 운동은 무리다. 적당히 걷기도 힘이 들 정도니 다이어트 기간이라고 해서 생리때도 열심히 운동해서 몸을 축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살은 언젠가 뺄 수 있지만 내 몸은 평생 아끼고 가져가야 한다. 

      

흔히 말하기를 생리가 끝난 후 2~3일을 다이어트의 황금기라고 한다. 신체의 호르몬이 어쩌고 저쩌고... 과학적인 이유는 잘 모른다. 하지만 생리통의 고통과 식욕의 굴레, 생리대에서 벗어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몸을 움직이고 싶어하는 법이다. 유지어터 기간동안 꼬박꼬박 대출금 상환마냥 찾아오는 생리가 아직은 신기하고 반갑기까지 하다. 내 몸이 건강한 사이클로 돌아왔음을 알려주는 신호이자 고통이지만 그래도 기쁘다. 


몇년 전 까지만 해도 1년에 한두번 할까말까 했던 생리다. 이제는 매달 찾아오는 생리가 괴롭고 불편하지만 이것도 내가 다이어트로 얻어낸 값진 성과(?) 라고 생각하면 좀 흐뭇하다. 이 긍정적인 마음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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