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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처돌이 Jun 06. 2021

-36kg을 빼며 얻고 잃은 것:기왕이면 맛있게

탄수화물 처돌이의 다이어트 이야기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다. 주말에는 본래도 헐렁하게 지켜나가던 식단이 와장창 무너진다. 느즈막히 일어나 빵도 먹고 커피도 마시며 한가롭게 보낸다. 이번주는 몽블랑 컵케이크와 구움 과자를 사서 아침 겸 점심으로 먹었다. 나는 빵처돌이에 탄수화물 중독자라서 저탄고지같은 핫한 다이어트는 언감생심 꿈도 안 꿨다. 내키면 한시간 정도 산책을 한다. 평일 아침과 점심을 나름대로 조이는 만큼 주말에는 나에게 후해진다. 


다이어트는 평생 습관이라는 말은 실로 정답이다. 아무리 열심히 다이어트를 해도 그걸 유지하지 못하면 말짱 꽝이다. 적어도 다이어트 기간에 가지고 있던 긴장감의 60% 정도는 늘 유지하면서 살아야 한다. 극단적인 다이어트의 위험성은 다이어트 기간 뿐만 아니라 끝낸 후에도 후폭풍처럼 밀려온다. 나는 살을 뺀다는 고통을 뼈저리게 알기에 더더욱 요요 현상을 주의해야만 했다.    


'그래도 사람이 어떻게 매일 다이어트 식단만 먹고 살아?'


정답이다. 사람은 절대 평생 다이어트 식단을 지킬 수 없다. 대단한 자제력의 소유자라도 길어야 6개월,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해도 1~2년일까? 다이어트를 업으로 삼는 전문 모델 분들이면 모를까 일반인에게는 너무나 힘겹다. 물론 나도 맛있는걸 많이 먹는다. 하지만 야채와 닭안심을 심심하게 볶은 요리나 샐러드를 먹을때면 울컥 화가 날 때도 있다. 결론은 그거다. 다이어트 식단도 기왕이면 맛있게 먹어야 한다. 그래야 다이어트를 오래 할 수 있다. 정말 웃기는 결론이지만 하여튼 내 깨달음은 그렇다.


하지만 닭가슴살이나 안심을 어떻게 하면 맛있게 조리 할 수 있을까? 생야채는? 양념을 덜어낸 반찬들은? 흰 쌀밥은? 안타깝지만 나는 다이어트 식사에 맛은 어느정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가능한, 최대한 맛있게 만드는게 중요하다. 평생 건강한 몸을 유지하고 싶다면 가급적 자주 먹는 건강한 음식들을 맛있게 만드는 방법을 열심히 찾아내야 한다.


통밀 파스타는 말 그대로 거칠거칠한 통밀로 만든 파스타다. 일반 파스타에 비해 오래 삶아야 하고 식감도 약간 꼬들꼬들하다. 부드러운 밀가루 파스타처럼 후루룩 씹히지도 않는다. 나는 이 파스타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야채를 한번에 많이 먹을 수 있으며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통밀 파스타를 꽤 오래 해먹었다. 그런데 최근 sns에서 물파스타라는걸 발견했다. 


당연히 물로 만드는 파스타는 아니고, 파스타 면을 찬물에 넣어 반나절에서 하룻밤쯤 불리고 1분 정도 삶으면 속도도 단축되고 맛도 훨씬 부드러워진다는 거다. 생각해보니 예전에 내가 아르바이트를 했던 브런치 카페에서도 아침마다 전날 밤 담궈놓은 파스타 면을 1인분씩 나눠 담았었다. 아주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해서 바로 활용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10분을 삶아도 어딘가 부들부들하지 않았던 통밀 파스타는 마치 머리카락처럼 부드럽고 탱탱했다. 삶는 시간이 줄어드니 편리했다. 손품을 팔면 좋은 정보가 쏟아지는 세상이다.


닭안심과 닭가슴살은 너무 많이 먹어서 물릴 정도다. 그래도 가장 간편한 것은 야채와 굴소스를 조금 넣어 볶는 음식이다. 하지만 만들다보면 어쩐지 비주얼이 볶음밥 재료 준비같다보니 밥을 많이 먹고 싶을때가 있는데, 그럴때는 냉동 브로콜리 라이스를 사용한다. 브로콜리 라이스는 원재료가 브로콜리지만 잘게 잘라 냉동해서 파는 건데 밥을 조금 넣고 양을 늘리고 싶을때 사용한다. 실제로 볶으면 볶음밥과 크게 구분되지 않고 나름대로 맛도 괜찮아서 애용중이다. 


빵... ... 은 절대로 대체하지 못한다. 나는 아주 확고한 밀가루와 버터 신봉자다. 수 많은 대체품도 편의점에서 파는 천원짜리 빵 한봉지를 따라오지 못한다. 그렇다면 기왕 먹을거 오전에, 소량으로 끼니 대신 먹는게 가장 적절하다고 하겠다. 어쨌든 나름의 기준을 세우고 식단을 짜면 크게 힘들이지 않고도 유지어트가 가능하다. 지금도 그닥 힘들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도시락을 싸는게 좀 귀찮긴 하지만 아낀 식비는 고스란히 내 지갑이 되니까 이득이다. 다이어트 하면 맛없는 음식을 억지로 먹거나 생야채를 씹는 고행에 가까운 식사는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하지만 맛있는 걸 먹으면 죄책감을 느끼는 분들도 꽤 있다. 나는 모든 분들이 죄책감 없이 건강한 재료를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게 훨씬 도움이 되는데다 결국 다이어트 역시 나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일 아닌가.   



+) 이 글로 브런치 10개를 달성했다. 스스로도 좀 놀랍다. 나처럼 끈기 없는 인간이 브런치 10개라니. 말 없이 읽어주시는 분들과 흔적을 남겨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린다. 모두 건강하게 이 시국을 이겨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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