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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처돌이 Jun 19. 2021

-36kg을 빼며 얻고 잃은 것:요요 현상

탄수화물 중독자의 다이어트 이야기



다이어트를 한 번도 안 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한 사람은 없다. 체중은  어느정도 탄력성을 가지고 있어서, 2-3kg가 갑자기 쪄도 이전처럼 생활한다면 신기하게도 다시 돌아간다. 거꾸로 말하자면 2-3kg를 빼고 예전처럼 생활하면 다시 찐다는 뜻이다. 참 얄궃은 일이다. 내가 느끼기에 인간의 몸은 변화를 싫어한다. 어떻게든 일상적인 패턴을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추우면 체온을 높이려 하고 더우면 땀을 흘린다. 당연한 현상이 체중에서도 반복되는 거다. 


나는 35kg를 빼기 전에도 몇 번이나 다이어트를 시도했다. 헬스도 다녀보고 단식에 가까운 절식도 해보고 밤마다 창문과 방문을 닫고 춤을 2시간씩 춰보기도 했다. 탄수화물을 끊어보기도 했고 거꾸로 저탄고지(당시에는 저탄고지가 아니라 황제 다이어트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기억이 난다)를 시도했다. 당연히 다 실패했다. 지금처럼 노력하지 않은건 아니다.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요요현상이란 지독하고 잔인하다. 5kg를 빼면 8kg가 찌는 식이었다. 모든 다이어터들의 의욕을 사라지게 하는 마법의 단어다. 야금야금 불어가는 체중을 보다보면 내 노력과 땀이 아무것도 아닌게 되어버린다. 나는 늘어난 체중보다 이게 더 무서운 현상같다. 더 이상 다이어트를 하고 싶은 마음조차 들지 않는 것. 요요 현상이 불러일으키는 심적 허탈감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전문가가 아니기에 요요 현상을 여러번 겪으면 살이 찌기 쉬운 체질이 된다던가 하는건 잘 모른다. 하지만 살을 빼기 어려운 정신 상태가 된다는 건 확실하다. 어차피 빼도 또 찔텐데 하는 자포자기를 여러 차례 겪게 된다. 


내 경우 요요 현상의 이유는 명확했다. 마지막 다이어트라고 굳게 다짐하며 20kg 정도를 감량한 날, 나는 내 다이어트를 점검했다. 식단은 부실했고 운동량은 과하지 않았으나 내 체력을 감안하면 힘들었다. 운동에는 문제가 없으니 문제는 식단이었다. 이전에 썼던 브런치의 탈모편 https://brunch.co.kr/@d26c6b587abd4ad/7 에서 말했듯 극심한 다이어트 탈모와 빈혈이 심했다. 


이 상태를 지속하며 다이어트를 했다간 분명 또 요요 현상이 올게 뻔했다. 밥을 제대로 챙겨먹고 돼지고기 목살이나 치킨 두어조각, 그토록 그리워하던 빵을 먹기 시작한건 내 스트레스 절감에 큰 도움이 되었다. 체중 감소 속도가 유의미하게 느려지진 않았다. 나는 성격이 무심해서 정체기를 잘 버텨내는 타입인지라 정체기에 대해 크게 조바심을 내지 않은 점도 한 몫 했다. 보통 2-3주 정도 정체기가 지속된다는데 나는 그 정체기 내내 머리숱에 대해서 신경 썼으니 신경을 다른 곳에 돌렸다고 하는게 맞겠다. 


요요 현상은 다이어트가 끝난 후 나타난다. 그러니까 열심히 살을 뺀 기간 꽉 조였던 식단과 운동이 느슨해지며 인간의 몸이 다시 본래대로 돌아가려고 하는 거다. 이 몸의 저항을 이겨내기 위해 다이어트가 끝난 후에도 다이어트 기간 쏟았던 노력의 60%정도는 유지해야만 한다. 그럼 평생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는 무시무시한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이 공포를 줄이려면 한가지 방법 뿐이다. 다이어트 기간동안 조금 덜 조이고 내가 지속 가능한 다이어트를 계산해야 한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일명 치팅 데이의 일수와 빵의 양, 밥양이었다. 한국인의 비만 원인이 과다 탄수화물이라는 글을 읽고 탄수화물과 액상과당을 줄이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름의 계획을 세워 평생 지키기로 마음 먹었다. 이 방법과 계획은 예전에 썼던 식단편 https://brunch.co.kr/@d26c6b587abd4ad/3 에 좀 더 자세히 소개했다.


그때 세운 계획은 1. 액상 과당을 완전히 끊기 2. 빵은 아침에만, 먹는다면 간식이 아닌 식사로 3. 건강한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기 였는데 의외로 유지하다보니 크게 어렵지 않았다. 액상 과당의 경우 최근 대체제가 워낙 많고 건강을 생각해 단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이 많아 주변에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빵은 가급적 주말 아침에 일찍 일어나 일주일에 한끼는 디저트를 기분 좋게 즐긴다. 이번주는 쌀도너츠였다. 금요일 퇴근길마다 뭘 사갈지 고민하는게 내 행복이다. 건강한 음식 만들기는 정말 쉽다. 집에 양배추, 냉동 야채, 닭안심이나 닭가슴살만 떨어지지 않게 유지해도 한끼가 뚝딱이다. 통밀 파스타면도 아주 좋다. 


다만 다이어트를 급하게 빼도 유지를 잘 하시는 분들이 있고, 원래 살을 뺀다는게 개인차가 큰 일이다. 게다가 건강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되니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비만인들이 간과하기 쉬운 것이 자신의 건강과 감정이다. 살이 빠지면 건강이 좋아진다라고 생각하시기에 무조건적인 다이어트를 지속한다. 지금 내가 너무 힘들고 불행한 것도 살이 빠지면 다 나을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살이 빠지면서 면역력이 극심하게 낮아져 알레르기가 생길 수도 있고, 탈모는 물론 생리가 2주만에 또 시작한다던가 하는 일도 있었다. 모두 경험담이다. 나름대로 건강하게 다이어트를 했다고 생각하는 나도 이랬다. 


유지어트라는 말은 참 잘 만든 단어같다. 유지는 다이어트의 꽃이자 핵심이다. 아무리 살을 빼도 유지를 못 하면 말짱 꽝이다. 건강은 물론 정신력까지 갉아먹는다. 대부분 다이어터들은 내가 살을 빼면 예전처럼 먹어도, 예전처럼 운동을 안 해도 되겠지 하고 생각하지만 애초에 그런 몸이라면 그냥 처음부터 살이 안 찌는 체질이다. 나는 나의 체질이 살이 잘 붙고 근육이 생기기 어려운 몸이란 것을 납득했다. 대신 장점도 있다. 운동을 조금만 해도 근육통이 잘 생겨서 내가 열심히 했나? 하는 착각에 빠지게 해 준다. 쓰다 보니 좀 자학같긴 하지만... 이런 농담을 할 정도로 내 몸에 대한 여유가 생겼다는 뜻이기도 하다. 


몇 차례의 요요 현상을 겪으며 나는 더 이상 살을 빼지 못하는 사람이구나 하고 자포자기 했던 때가 있다. 하지만 다이어트에 절대 금물이라는 치킨을, 피자를, 파스타를, 빵을 먹으면서 나는 살을 뺐다. 다이어트를 되돌아보면 결국 내가 뭘 먹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먹은 후 내가 뭘 하는지가 더 중요했다. 한번의 폭식이나 좋아하는 음식을 먹었다고 해서 다이어트는 망하지 않는다. 먹은 만큼 빼자는 마음으로 벌떡 일어나 동네 한 바퀴를 뛰고 오는 순간, 신기하게도 식욕은 사라지고 의욕이 샘솟았다. 다이어트는 인생의 짧은 기간이지만 향후 몇십년을 좌우할 몸을 만드는 과정이다. 부디 이 중요한 과정에서 나의 행복과 존엄을 뒤로 미루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만큼 요요 현상은 찾아오지 않는다. 다이어트 중 너무 배고파서 맛있게 한끼를 먹었다면 그걸로 좋다. 중요한건 언제나 그 다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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