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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삼한 수의사 May 04. 2024

[수의사가 보는 동물 캐릭터] 포켓몬스터 라프라스

수의사가 말해주는 포켓몬스터 라프라스






 선생님들, 안녕하세요. 삼삼한 수의사입니다. 요즘 가장 핫한 포켓몬은 뭘까요? 아마 4월 말부터 석촌호수에 자리 잡은 거대한 포켓몬 라프라스가 아닐까요? 4월 26일부터 5월 중순까지 포켓몬 타운 2024 행사가 잠실 롯데타워에서 열리고 있는데요.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석촌호수에 있는 라프라스였습니다. 석촌호수를 둘러싸고 많은 사람들이 라프라스를 찍기 위해 몰려들었죠. 



 저 역시 라프라스를 보기 위해 잠실 석촌호수로 갔습니다. 기념하기 위해서죠. 주말에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잠실 롯데타워 근처 행사장으로 가니 입장을 위한 대기시간이 2시간 반이어서 포기할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라프라스를 찍고 오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는데요. 라프라스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라프라스는 어떤 동물을 모티브로 했고 그 동물에 비해 어떤 차이점이 있을지에 대해서 말이죠. 라프라스를 모티브로 한 동물이 이미 멸종한 고대 동물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추측성이니 재미로만 봐주세요.






석촌호수에 자리 잡은 거대한 라프라스









라프라스는 플레시오사우루스일 것이다.





 라프라스는 긴 목과 노처럼 생긴 4개의 다리, 그리고 꼬리를 가졌습니다. 현생의 동물 중에서 가장 가까운 동물은 아마 대형 파충류인 코모도왕도마뱀 정도가 있겠군요. 그러나 라프라스의 모티브가 된 동물은 장경룡(수장룡)에 속하는 플레시오사우루스라고 불리는 고대 해양 파충류입니다. 플레시오사우루스라는 이름만 들어도 공룡이 아닌가 하실 텐데요. 그런데 공룡이라는 게 육상을 다니는 동물이라는 개념이 포함된 말이므로 동물은 아닙니다. 그래서 물에서 사는 공룡 같은 장경룡(수장룡)은 해양 파충류라고 불리는 것이죠.




현재 실존하는 동물 중에서 라프라스와 그나마 비슷한 코모도왕도마뱀 / 출처 : 위키백과





 장경룡 중에서 가장 유명한 동물이 바로 플레시오사우루스(P. dolichodeiru)인데요. 플레시오사우루스는 2.5m-3.5m 정도에 200-500kg 정도 되는 거대한 해양 파충류입니다. 라프라스가 2.5m에 220kg의 신체를 가지고 있으니 플레시오사우루스와 굉장히 흡사하네요. 그리고 외형도 긴 목을 가지고 있고 노처럼 생긴 4개의 다리를 가졌으니 라프라스는 플레시오사우루스로 보입니다.




플레시오사우루스(P. dolichodeiru)






라프라스는 피하지방층이 발달한 것 같다.





 플레시오사우루스와 라프라스의 차이점은 라프라스가 조금 더 짧고 몸이 좀 육중한 것이 특징인데요. 아마 피하지방층이 발달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플레시오사우루스는 열대, 아열대 상관없이 넓은 지역의 바다에서 서식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바다가 춥던, 덥던 플레시오사우루스는 살 수 있었다는 뜻이죠. 만약 환경에 따라 온도가 변하는 변온동물이라면 이렇게 살지 못했을 것입니다. 플레시오사우루스는 정온동물로 추측하는 이유 중 하나죠. 그래서 라프라스도 춥거나 따뜻한 바다에서 잘 생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라프라스는 오히려 아주 추운 겨울바다에 더 서식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속성도 얼음일 정도로 라프라스는 차가운 바다에서 잘 지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제 생각에는 라프라스가 플레시오사우루스보다 육중한 몸을 지니게 된 이유가 추운 바다에 적응하기 위해 피하지방층이 발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피하지방층이 있으면 열이 덜 빼앗기게 되므로 추운 바다에서 적응하기 쉽기 때문이죠. 추운 바다에서 서식하는 해양 포유류 대부분이 두꺼운 피하지방층을 가지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플레시오사우루스(녹색) 서식지 추정




차가운 얼음바다에서도 추위를 덜 타는 건 라프라스의 피하지방 덕분일 듯





라프라스는 다른 플레시오사우루스보다 목뼈가 많은 것 같다.









 플레시오사우루스는 목뼈가 많다고 합니다. 보통 40개 정도의 목뼈를 가진다고 합니다. 우리 인간이 7개(심지어 기린도 7개)인 것에 비하면 굉장히 많은 편이죠. 그러나 플레시오사우루스는 이렇게 많은 목뼈를 가져도 그다지 유연한 편은 아니라고 고생물 학자들은 추측하고 있습니다. 백조와 같이 목을 감으며 우아한 자태를 뽐낼 수 없다는 뜻인데요. 그런데 라프라스는 목이 상당히 유연한 것처럼 보입니다.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더 많은 목뼈 개수 등의 조건이 있으면 좀 더 유연한 목을 가질 수 있겠군요. 7개 목뼈를 가진 사람보다 10개가 넘는 목뼈를 가진 조류가 조금 더 목이 유연한 것처럼 말이죠. 아마 라프라스는 일반적인 플레시오사우루스보다 훨씬 더 많은 목뼈를 가지지 않았을까 추측합니다.




유연한 목을 가진 백조





은근히 목뼈가 유연한 라프라스





플레시오사우루스의 목뼈/출처 : 위키피디아





 그러면 기린은 사람처럼 같이 7개 목뼈를 가졌는데 왜 유연한 것일까요? 기린은 사람과 다르게 목뼈와 목뼈를 결합하는 방식이 ball-and-socket(둥근관절) 구조인데 우리 몸에는 어깨관절이 있습니다. 어깨관절이 둥근 관절 구조로 되어 있어서 우리는 360도로 팔을 돌릴 수 있죠. 그래서 기린은 굉장히 유연한 목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린 3번째 목뼈, 1번처럼 둥글게 튀어나온 부분이 있다. / 출처 : The Cervical Osteology of Okapia johnstoni and Giraffa camel







라푸라스는 등껍질 때문에 잠수를 잘 못할 것이다.





 여러분은 라프라스가 수중 아래서 잠수하는 모습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네, 라프라스가 잠수하는 모습을 종종 보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라프라스는 주로 수면 위로 떠다니는 모습이 관찰되죠. 그 이유는 라프라스가 가지는 등껍질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등껍질은 포식자로부터 보호하기 딱 좋은 방패지만 잠수할 때는 몸의 표면적을 넓혀 수중에서 앞으로 나아가는데 마찰을 주어 방해가 됩니다. 그래서 육지거북의 등껍질이 상대적으로 더 큰 이유가 여기에 있죠. 그런데 라프라스는 일반적인 플레시오사우루스는 가지지 않는 등껍질이 있어서 수중 아래에서 수영하는 것이 굉장히 불편할 것입니다. 그래서 라프라스는 수중 아래보다는 등껍질로 인해 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수면에서 수영하는 것으로 진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라프라스는 등껍질 때문에 수영 속도도 그다지 빠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네요.





등껍질 때문에 잠수가 쉽지는 않을 것.




등껍질 때문에 수면에서 수영하는 것으로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




마치며





 지금까지 라프라스에 대해 분석하였습니다. 라프라스는 플레시오사우루스일 것이며 두꺼운 피하지방 덕분에 얼음 바다에서도 잘 지내는 것이며 목뼈 개수가 많아 목이 유연하고 등껍질 때문에 잠수를 잘 못해서 수면에서 헤엄치는 것으로 결론내렸습니다. 라프라스는 포켓몬세계에서 멸종위기동물이라고 하더군요. 라프라스라는 포켓몬이 워낙 보기도 힘들 뿐더러 사람을 워낙 잘 따르는 탓에 사람들에게 무자비로 사냥당해서 그런거라고 하더군요. 마치 과시하기 위한 트로피 사냥으로 희생당하는 멸종위기동물 같네요. 어찌나 현실이랑 비슷한지... 





석촌호수에서 잡은 리본 라프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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