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깃에서 툭, 가을이 떨어진다.
산책길에 묻어온 노란 가을 한조각.
슬그머니 어깨에 내려앉아
숨죽이며 방까지 따라왔다.
어둑한 방,
벚나무 노란 잎 하나가
소리없이 작은 호롱을 켠다.
가을이 이처럼 따듯한 빛이었나.
노란 달빛 머금은 벚나무 이파리.
방안 가득 가을을 불러온다.
그림자 옅은 산책길
등굽은 뒷모습이
가지에 내려앉은 가을보다
더 짙은 가을처럼 쓸쓸해 보였던가.
그래서 툭,
마음 살풋 담아 전해주고
벚나무는 가을을 한가득 안고 서있었다.
방안에 들어온 노란 가을.
흰 벽과, 책들과 허전한 가슴을 물들이고
적막한 잠자리로 파고든다.
오늘 밤 꿈길에는
짙은 가을,
잊었던 사랑을 만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