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바다] 직장인으로서의 프리다이빙 도전기_6편
때는 2024.05.22.(수)
일상 속 힐링 한 티스푼, 즐거움 한 스푼, 푸른 바다 한 줌과 햇살 한 아름 안고 살고 싶은 30대 직장인 씀
노란색 기억의 구슬
내가 좋아하는 작품들과
새롭게 가지게 된 운동이
‘물’과 많이 관련된 이유는 아마도
‘바다’와 ‘수영’에 얽힌 내 특별한 경험 때문일 것이다.
사실 물에 대한 나의 사랑은 꽤 오래되었다.
어린 시절 욕조에서 동생과 장난치며
러버덕과 물총으로 물놀이하던 기억부터,
비록 실력은 뛰어나지 않았지만
어릴 때 배운 수영에서 느낀 행복감까지.
PT, 필라테스, 플라잉요가, 스피닝, 러닝 등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다양한 운동을
지금까지 조금은 경험해 보았는데,
운동을 그리 즐기지 않는 나조차도
앞으로 더 배우고 싶은 운동이 있다면 단연코 ‘수영’이다.
수영과의 인연은 아주 어릴 때
일곱 살 때 다녔던 어린이 수영반부터 시작됐다.
꼬맹이 주제에 접영을 배우며
어른들의 칭찬을 한 몸에 받았던 그 순간들,
90년대 수영장의 락스 냄새, 어린아이들의 재잘거림,
꼬물거리는 올챙이 같은 어린이들을
사랑스럽게 지켜보던 어른들의 눈빛,
그리고 그 시절 파란색 자판기에서 뽑아 마신
밀키스의 한 모금은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물속에서
타이트하게 머리를 감싼 수영 모자를
마치 새싹이 땅을 뚫고 솟아 나오듯,
물밖으로 힘차게 박차 나오며
열심히 수영하던 유아반 꼬꼬마는
벌써 건장한 30대 중반 여성
대한민국 K-직장인이 되어
홍수와 같은 일거리들 속에서
간신히 헤엄치며 살아가고 있지만
그때 작은 몸을 가득 채운 뿌듯함과 자부심은
지금도 여전히 가슴 한편에 남아있다.
그 당시 수영장 위에는
수영장 전체를 아래로 내려다볼 수 있는
유리창으로 구성된 외부 휴게실이 있었는데,
그곳에는 보통 자녀들을 지켜보는 어머니들께서 계셨고,
어머니들의 다정 어린 시선 밑에는
항상 자녀들이 있었다.
그리고 항상 나를 향해 웃던 우리 엄마 미소도. :)
내가 올챙이처럼 꼬물꼬물 열심히 수영할 때면
인어공주처럼 예쁜 수영 지도 선생님께서
내 자세를 잡아 주면서 이마에 아주 살짝
가벼운 뽀뽀를 해 주시곤 했는데
나중에 알게 된 재미난 사실은 Fun Facts!
선생님이 나에게만 뽀뽀를 해주셨다는 것
그래서 위층에 많은 학부모들이 질투했었다고.
그 당시 승자의 미소를 보이셨을 어머니께 들은 후문이다.
어렸을 적 기억이라 나를 예뻐해 주셨던
선생님의 성함도 얼굴도 목소리도 기억나지 않지만,
다정했던 시선과 아이들을 열심히 가르치려 했던
젊은 선생님의 열정 가득한 수업은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인어공주 선생님, 혹시 보고 계신가요?
저는 황제펭귄이 되었어요."
뽀뽀도 뽀뽀지만
사실 선생님의 뽀뽀보다도
기억에 더 강하게 남아 있는 것은
수영을 하고 나서 마실 수 있었던
자판기 음료수 '밀키스'에 대한 기억이다.
자판기 음료수 자체가 어린 나에게
'돈'을 넣으면 빛나는 '버튼'을 누를 수 있고
'버튼'을 누르면 맛있는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수영장에서만 허락된 작지만 특별한 행복이었기에
엄마한테 받은 동전을 하나하나 넣고
버튼을 눌러 '밀키스'를 뽑아 한 모금 마셨을 때
그렇게나 달달할 수 없었다.
가벼운 뽀뽀든 달달한 (밀)키스든
이런 경험들이 나에게는 일종의
긍정 강화 작용을 했던 것 같다.
지금으로 치면 어린 시절의 '소확행'과도 같았을 것이다.
'뽀뽀 + 밀키스 + 엄마의 미소 = 행복한 꼬꼬마'
이런 작은 기쁨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여전히 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간직하게 해 주었다.
내 자존감은 그때 뽀뽀와 밀키스의 힘으로 건강히
생성되어 지금 어떤 고난과 역경이 와도
꺾. 여. 도 그냥 하는 어른이 될 수 있었을지도.
인사이드 아웃에서 라일리가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 속에서
기쁨이의 비중이 점점 줄어들어가자 기쁨이가 하는 말이 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기쁨이 줄어든다는 것인가 봐.'
어른이 되면서 기쁨의 양이 줄고
형태도 엉망으로 변할지 모르지만,
나의 기쁨이는 여전히 나와 함께한다.
때로는 과로에 치여 한쪽에 쭈그려 있다가,
몸에 하나씩 붙는 각종 잔병들 때문에 뻗어 있다가,
심한 스트레스에 머리가 산발되어 미쳐있다가
내가 정말 한 번쯤은 기쁨을 필요로 할 때
힘겹게 나타나곤 한다.
30대 중반, 어린 티는 진작 벗어낸 나이대
삶이 항상 즐겁지만은 않지만,
그렇다고 늘 불행하지도 않다.
노란 구슬, 파란 구슬, 무지개 구슬
모든 구슬을 구슬아이스크림 맛보듯이 살아가고 있고
다양한 감정과 상황들도 맛보고 있다.
물론 인생의 쓴 맛도 단맛도.
그래도 앞날에 기쁜 날이 많으면 좋으니
여러모로 쉽게 비교당하고
좌절에 빠지기 쉬운 이 세상 속에서
어느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셨던
'행복 압정'들을 주변에 많이 설치하려 애쓰며 살고 있다.
꾸준히 내 일상에 즐거움을 유발하는
행복 압정들을 많이 발견해서
일상에 대차게 깔아 놓아야지.
그 과정에서 그냥 진짜 압정을 밟고
악! 소리를 지를 수도 있겠지만
아픈 건 내 인생이 아니야 내 발이지...
프리다이빙 취미생활이나
맛집의 음식
좋아하는 향 등
즐거움 유발 행복 압정을
여기도 콕
저기도 콕콕
여기저기 콕콕콕
깔고 또 깔고
그렇게
하루하루 조금 더 즐겁게
가끔 아프지만 종종 행복하게.
너와 나
우리 모두
즐겁고 행복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p.s
이름 모를 선생님,
저는 덕분에 잘 컸습니다.
저의 노란 구슬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도 누군가의 노란 구슬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