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나는 윤별경 Nov 06. 2023

동민여러분!바람이많이부니 비닐과부직포관리하시고

내가 오늘 저 마이크선 끊을 거야!

꿈을 꾸고 있었다.

하얗고 너무나 예쁘게 생긴 남자와

(절대로 남편 아님. 아마 연예인인 듯)

꽁냥꽁냥거리며, 키스로 이어졌는데

"친애하는 동민 여러분!

지금 바람이 많이 부니,

비닐과 부직포, 그 외 농약플라스틱

등은 바람에 날아다니지 않게 잘

관리해 주시고, 폐비닐, 농약병들은

마을회관 앞 처리장에 모아 주이소"


달콤한 꿈에서 깨어나버렸다.

'내가 오늘 저 동네마이크 전선을

끊어버리고 만다. 시도 때도 없이

나불거리는 저 마이크소리'


눈떠보니 아침 7시30분이었다.

'미쳤나 봐 내가 이렇게 많이 잤나?'

일어나서 스트레칭하는 도중,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순간 '뭔 일 있나?'

아침엔 전화를 잘하지 않는 남편이다.

특히 내 휴무인 월요일 아침은!


"당신 몸 괜찮아?

오늘 몸이 영 찌뿌둥해서

당신 걱정되어서.

난 출근하다가 고속도로 쉼터에서

잠깐 자고 나니 괜찮네."

"찌뿌둥하긴 한데 괜찮아.

바람이 많이 분다.

미친 ×널뛰기 잘하겠다ㅎㅎ"

"그 여자 잡아봐"

"바람 많이 불어 더 잘 뛰어서

못 잡아요"


시시껄렁한 저급농담으로 전화를

끊었다. 남편에게 괜스레 미안했다.

'여보 미안. 내가 꿈에서 바람 폈다오'


토요일과 일요일 바쁜 난

어제 일 마치자마자

집에 와서 강아지들 저녁사료를

챙기고 옷 갈아입고

남편과 내가 아는 분의 집들이를 갔다.

성당에서 알고 지낸 아저씨는

이혼하고 오랜기간 혼자 지낸

분이었는데 좋은 여자분을 만나

몇 달전 재혼하게 되었노라고

이야기를 들었다.


축하하러 가보고 싶었으나,

가족들과 조촐하게 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우린 몇 달만에

신접살림구경도 할겸

축하해주러 대구로 가게되었다


여자분 음 보게 된거였다.

단아하고 예쁘게 생기신 여자분이었다.

아저씨 집 근처저녁식사를

대접받고, 신혼집 아파트를

가게 되었다. 여자분의 깔끔하신

성격대로 집안 깔끔했고,디저트로 내어주신 식혜도 맛이 좋았다.


아저씨와 우리는 허물이 없어서

시시껄렁한 농담도 잘하였는데

여자분 처음 보게 뵈어서일까?

말을 조곤조곤시는 분이셔서

그런 것일까?

남편과 나는 말을 아꼈다.

우리 집 마당에서 고기 구워 먹자는

초대를 하고 난 뒤 밤늦게 집으로 왔다.


며칠 전부터 비가 오려고 했는지,

제 아침부터 몸이 안 좋았던

긴장이 풀려 그랬던건지

물을 엄청 마셨다.

그 여자분 말투가 생각나서 남편에게

"여보! 물 드릴까요?"


"왜 이래? 무섭게. 하던 대로 해"

어제 초대받아 먹었던 한정식집
이전 13화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 정답인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