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김장김치를 내가 기억을 따라 김장한 날
음식은 맛도 중요하지만 정성이야.
온 동네 김장을 하기 시작해서
초조함이 생겼다.
보통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많이들
하는데, 추위가 갑자기 찾아와서일까?
동네 아지매들 김장하느라
며느리와 딸들,손자들까지 집집마다
시끌시끌 이었다.
어제퇴근 후,놀다가 늦게 온 남편을
붙잡아 배추랑 무 뽑는걸 시키고
배추를 다듬어 소금에 절이기 시작했다.
엄마는 고춧가루를 2년 치
먹을 것만 사셨다.
우리는 농사를 짓지 않기에,
동네에서 고추를 사서 방앗간에
항상 기다리고 계셨다.
방앗간 주인은 추운 데 가셨다가
오시라 해도 기다렸다 고춧가루
들고 오셨다.
중국산하고 섞어버리면 모른다.
냉동실 소분해서 잘 넣어두셨다가.
김장땐 항상 고춧가루를
은근한 불로 한번 덖으셨다.
그래야 매운 것도 날아가고,
수분도 날아간다고 하셨다.
엄만 늙은 호박을 푹 삶아서 양념을
섞거나, 호박이 없으면 황태랑
멸치, 다시마를 푹 고아서 양념을
하시고, 설탕대신 홍시를 쓰셨다.
그리고 하루동안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액젓은 멸치육젓 생으로 사 와서
꼭 집에서 끓였다.
집안에 냄새난다고 밖에서 불 피워서
하시곤 하셨다.
3년 전에 말통2개나 끓여놓아
올해는 엄마덕을 보았다.
"엄마! 왜 그렇게 힘들게 하노?
그냥 마트에 파는 거하고,
양념도 그냥 있는 그대로 하면 되지!"
"음식은 맛도 중요하지만, 정성이다.
내 집식구들 먹는데 그깟 수고스러움이
뭐가 대수고"
엄마의 기억따라 어제밤에 양념을
만들어 랲을 싸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아침에 무우.배,사과,홍당무,쪽파등
채썰어 양념장에 섞었다.
엄마의 수고스러움 방법이다.
믹서기 가는것보다 채썰어넣으면
나중에 먹는 김치가 시원하다고
하셔서 나도 그렇게했다.
예전 엄마는 김장김치200포기,
많을땐 300포기도 하셨다.
금방 먹을건 굴김치.
그 다음 오징어김치,
설 지나면 먹게되는 갈치김치를
꼭 하셨다.
마당에 배추 30포기밖에
심지 않았고,약을 치지않아서
군데군데 벌레들이 먹고 배추속이
많이 차지않아 얼마되지 않기에
굴만 조금 넣었다.
아침에 절인배추 씻고 있는데
담 너머로 옆집오빠가
"김장 할라고?
할마씨꺼 진짜 맛있었는데"
"오빠야!이따 좀주까?"
한 포기만 달래서 주고,
점심때 먹었대서 물어보니
"개안터라"
첫 김장김치 그래도 성공이네!
앉아서 하다가 일어나니
어질어질 했다.누구말처럼
"전립선 저혈압(기립성 저혈압)
인가보다~~
오늘저녁엔 끙끙 거릴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