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경제권? 그런 게 어딨어!
ep4. 나 속 좁다.
"엄만 어떤 땐, 대담한 것 같고
어떤 땐 엄청 예민하게 생각한다"
아들이 나에게 한 말이다.
속이 좁은 건지? 옛날 사고방식인지
모르지만, 결혼하면 경제권이
여자에게 있는 줄 알았다.
결혼생활을 제대로 해보지 않았던
나였기에 당연히 아내가 남편월급과
본인월급합산하여 가계부를 쓰며
계획을 짜고 그러는 걸로 생각했다.
아버지와 오빠의 부재로
가장노릇을 한 나였고
집에선 내가 살림을
도맡아 살았기에 당연히 남편도
나에게 줄거라 생각했는지 모른다.
처음에 본인월급통장을 나에게
맡기긴 했었다.
난 매달 가계부를 보여주었고,
아들이 대학교에 갈 때나,
일이 생겨 큰돈이 필요할 땐
둘이 의논하며
맞추어 나가곤 했다.
2019년 여러 차례 경제적으로
휘몰아칠 때, 우리는 많이 힘들어
할 때가 있었다.
그때 남편은 은연중에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겠다.'
라든지, 돈이 없다는 소리를
자주 하였고. 본인 친구에게
'울 마누라 어떻게 사는지 돈이 없다'
는 하소연의 이야기를
남편친구에게 그 소릴 들었을 때
감당할 수 없도록 남편에게
배신감이 들었다.
그런 일이 생긴 후.
난 남편에게 남편월급통장을
다시 주었다.
대신 당신생활비는 주라 해서
매달 나에게 몇 십만 원 주고 있다.
정말 작은 돈이다.
내가 '무슨 하숙집아줌마냐?
하숙집도 요즘 이렇게는 안 준다.'
남편은'조금 풀리면 더 줄게'
했지만 그대로다.
돈 때문에 싸우고 싶지 않다.
아버지와 엄마가 돈 때문에
싸우는 걸 어릴 때부터 많이 보았기에
난 싸우는 걸 무서워한다.
'치사해서 안 받는다.
매달 몇십만 원 주는 게 어디냐?
주위에 남편보다 더 한 사람도
보지 않느냐?'
그러면서 위안 삼는다.
나도 남편도 서로 월급이
얼마인지 모르고, 각자 통장에
돈이 얼마 있는지 모른다.
내 휴대폰은 잠금장치가 되어있지
않다. 그런 걸 싫어한다.
남편은 어느 순간부터 잠금장치를
해두고 있다.
그렇지만 남편은 모를 거다.
내가 숫자에 기억력이 좋아서
계좌번호 잊지 않았다는 걸.
비밀번호를 바꾸지 않았다면
얼마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확인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내가 상처를 받을 것 같아서
그렇게 하고싶진 않다.
농담이지만,
'내 돈 그만 뺏어가라.'
그 말에도 상처받은 나였으니
남편도 알 것이다.
이 나이 먹도록 백화점쇼핑
가본 적도 없고, 인터넷 최저가로
뒤져서 무엇이든 사고,
메이커 옷은 비싸서 사지 않는
너의 마누라가 나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