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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먹고 물장구치던 어린시절에.
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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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빛나는 윤별경
Nov 22. 2024
동구밖 과수원길.
"
학교 안 가나?"
오빠의 호통소리에 놀라서
일어났다.
밖을 보니
어스름하니
아침이 오는듯했다.
엄마옆에서
숙
제를 하다가
스르륵
잠이든 모양이다.
엄마는
국민학교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8살
딸내미가
숙제하다
잠이 들어서
애처로우셨는지 이불을 덮여
자게 내버려 두신 모양이다
숙제
도
덜 했는데
, 큰일이다 싶어
엄마에게 깨우지 않았다고 울며
빨간
학교가방을 정리해서
학교
로
향
해 뛰어나갔다.
뛰다가, 힘이 들어 걷다 보니
다리에 다다랐고
10분 정도
걸어가면
학교가 있기에 늦지는
않을 것 같았다.
다리건너편으로 걸어오는
친구 미경이를
만났다.
미경인
가방 메고 있는 나
에
게
"
니 지금
어디가
노?"
"니는 학교 안 가나? 아침인데!"
"뭐라
카
노? 지금 저녁인데
!
"
놀란
난
오늘이 몇 월 며칠인지
물었고
,
오빠
의 장난에
속았다는 걸
깨달았다.
집으로
투덜투덜
돌아오는 길
사과밭으로 걸어오는데,
그 집의 아름다운
피아노
소리
에 발길을 멈추었
다.
사과밭주인
딸. 나보다
7살 많은
중학교
2학년 영란언니
가
피아노
치는 소리였다.
한참을
기
대어 서서
피아노소리
듣고 있었다.
이른 아침
엄마가 한 번씩
깨울 때가 있었다.
시장에 갔다 오라고 한다.
겨우 잠에서 깨어보니
쌀쌀한 날씨라 추웠다.
옷을 켜켜이 입고는,
"어제저녁에
사 오라고 하면 되지?
이따가 학교도
가야 되는데"
힘껏 짜증을 내며 투덜거린다.
"두부는 아침에 사야
된다
.
금방 해놓는 거라 젤 맛있다.
두부 한모하고
오뎅
100원
치 사
온
나.
오다가 방앗간 가서 참기름
300원
치 하고 알
았제?
빨리 가라. 두부 다 팔린다."
잠이 덜 깬 나는 신발을
질질 끌며 걸어간다.
아침 공기 마시며 사과밭길을
걸어가다 보면 시장이 보인다.
두부집에 들어가면
뿌연 김서림이
안까지 후끈거린다.
고소한 두부냄새가 군침을
돋게
만들었
다.
두부 1모
, 오뎅
100원어치
사서 조금 더 걸어가면
방앗간이 보인다.
"안녕하세요. 엄마가 참기름
300원
치 사오라 해서"
"니 왔나? 오야!"
소주병에 담아 둔 참기름을
박카스병에 따로 담아서 주신다.
가난한 우리 집은 소주병에
든
참기름은 비싸서 살 수가 없었다.
고소한
냄새의
참기름
과
따뜻한 두부와
맛있는
오뎅
을 들고
집으로 향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오뎅
한개
슬쩍 먹으면서
걸어오다 보
면
사과 밭길로 오게 된다.
고3이 된 영란 언니는
교복을 입고 자가용을 타고
다른 시에 있는 학교를 가는 걸
보게
되었
다.
"나도 부잣집에 태어났으면
저 언니야처럼
살낀
데.
가난한 집에 태어났으니
!
내가 돈마이 벌어서
부자 되거나, 아니면
부잣집으로
시집가야
겄
다."
중얼거리다 걸어오면
집
도
착이다.
부엌에 있는 엄마에게 던져주고
세수를 하고 있으면 엄마가
소리를
지른다.
"또
오뎅
먹었나?
도시락 반찬 넣어줄라캤더만
얼마 되지도 않겄다."
태어나보니 시골의
가난한
집
이었
다. 하지만
나에겐
듬직한
아버지가 계셨고
,
따스한 사랑을 주신
엄마가 계셨고
,
막내에게
장
난을
잘
치는 오빠가
있었
고, 막내를 예뻐한 언니들이
있었기에 따
뜻
함과 웃음이 있었다.
어른이 되어
영란언니처럼
부자가 되지 못하였고,
부잣집에 시집을 가지 못했다.
가난이 주는 고통과 절망감을
겪어보았기에, 어떠한 방법으로
헤쳐나가야 하는지 스스로
터득하게 되었고, 나 자신을
보듬어가며 살아야 되는지를
알게 되었다.
큰일이 생기면 부모님과
오빠와 함
께
해 나갔다.
그리고 몇 년 전까지 엄마의
의견과 함께
헤쳐나가던
나였지만
,
지금은
남편과 함께
나의 가정을
이끌어 가고 있다.
이제는 내가 진정한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나의 아들에게
지독히도 힘들었던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게 해 주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여유를 부려주기 위해
더 노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
나는 내가 참
좋다
.
감기조심하시고,
따뜻하게
지내시기를 바래요.
사랑합니당~~♡
"
keyword
오빠
아침
Brunch Book
진달래먹고 물장구치던 어린시절에.
05
좋은 아이.
06
차창너머 서울.
07
동구밖 과수원길.
08
시집가는 날!
09
아빠하고 나하고~~
진달래먹고 물장구치던 어린시절에.
빛나는 윤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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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목차 보기 (총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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