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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립 Jul 21. 2022

ADHD가 아니라 조울증 아닌가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직접 경험하고 쓴 성인 ADHD 이야기

성인 ADHD의 증상과 가장 비슷한 정신과 질환은 무엇일까요?

네. 양극성 장애, 조울병입니다. 서로 증상이 많이 겹쳐서 구분하기도 어렵고 심지어 같이 동반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오늘 시간은 ADHD와 조울병의 구분과 공존을 주제로 설명드리겠습니다.


@. ADHD와 조울병이 왜 구분하기가 어려운가요?

먼저 각 질환의 진단 기준이 상당히 겹칩니다.

아래 조증의  진단 기준 항목이 모두  ADHD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감정 기복이 심하다.

말이 많아진다.

생각이 비약적으로 진행된다.

주의가 쉽게 산만해진다.

수면 문제가 생긴다.

활동이 과다해진다.

충동적인 행동을 한다. (과소비, 성적 행동)


@. 그런데 왜  ADHD와 조울병은 별개의 질환으로 구분이 되어 있나요?


증상은 유사하지만 질환의 핵심적인 특징이 다르고 경과와 치료도 확연하게 갈립니다.

가장 큰 차이는 ADHD는 기질적이라고 볼 수 있는 뇌의 기능 문제가 어린 시절부터 일관되게 나타나는 질환임에 반해 조울병은 그 사람의 평소 상태와 확연히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는 병적 상태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ADHD도 처한 환경과 스트레스에 따라 심한 정서적 굴곡이 나타나고 조울병도 사람에 따라서 만성적으로 기분 문제가 지속되거나 빠른 기분 순환이 나타나다 보니 구분이 어려워집니다.


@. ADHD와 조울병은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요?


문제가 꾸준히 일관되게 나타나는 것인지
삽화적으로(특정 시기) 나타나는지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분이 과도하게 들뜬상태가 수 일 이상 일관되게 지속되는 경우 조증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ADHD에서는 평소와 비슷한 정도로 말이 많은 편이라면 조증은 평소에 비해 확연하게 말이 많아지고 심지어 내용을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말이 빠르고 비약하기도 합니다.

ADHD에서는 수면 주기 리듬에 문제가 있고 생각이 많아서 잠들기가 어렵고 피곤함을 느끼는데 조울병에서는 수면 욕구 자체가 줄어서 잠을 적게 자고도 피곤해하지 않습니다.

주의가 산만해지는 것도 ADHD에서는 외부의 자극 등 외적 상황에 영향을 받는데 조증 상태에서는 내적인 비약적인 생각들로 인해 산만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비약적 사고는 비논리적인 정도가 매우 심하여 과대망상, 피해망상에 이르기도 합니다.

성적인 일탈이나 과소비 경향도 ADHD에서는 상황에 의해 충동적으로 실행하는 것이라면 조증에서는 과대한 생각에 기반하여 마음대로 결정하고 성적인 욕구 자체가 올라간 상태를 보입니다.


위와 같은 조증의 전형적인 증상을 먼저 체크하며 비교하면 구분이 수월해집니다.


@.ADHD와 조울병이 같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요?


네. 안타깝게도 그렇습니다.

ADHD는 60~80% 정도의 공존질환이 동반이 되는데 조울병도 대표적인 공존 질환입니다.

성인 ADHD의 10%에서 조울병이 동반되고 제2형 조울병의 20~30%에서 ADHD가 동반된 것으로 보고됩니다.


뇌 기능 연구에서도 두 질환이 같은 뇌 부위의 이상이 나타나는 결과가 많이 있습니다. 가계 연구에서도 가족 내에 두 질환이 혼재되어 빈번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따라서 유전적으로 겹치는 지점이 있는 질환입니다.


@.조울병도 여러 종류가 있던데요. 각 각 ADHD와 관련된 정도도 다른가요?


네. 그렇습니다. 가장 전형적인 조증이 나타나는 1형의 조울병은 ADHD와 공존되는 경우가 드뭅니다. 대체로 조울병에 준해 치료하게 됩니다. 한편 ADHD와 빈번하게 공존하는 유형은 약화된 조증이 나타나는 2형 조울병입니다. 그리고 급속 순환형 조울병은 ADHD의 한 유형으로 보아야 할지 논란이 있을 정도로 구분하기가 어려워 통계를 내기도 어렵습니다.  


@.조울병이 동반될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어떤 차이가 있나요?


안타깝게도 증상의 정도가 더 심해서 기능 저하도 더 현저하고 불안, 우울, 중독과 같은 공존 질환이 더 빈번하게 나타납니다. 그리고 자살 시도 등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그렇다면 조울병과 ADHD가 동반될 경우 어떻게 치료를 받아야 하나요?


조증이나 심한 우울증 상태일 경우 ADHD 치료제는 보류하고 정서에 대한 치료를 우선하는 것이 정설입니다.


기분이 충분히 안정화가 될 때까지 기분조절제 등으로 치료를 받은 후 ADHD 치료제 (중추신경자극제)를 조심스럽게 적용하는 것이 권고됩니다.


@. ADHD 치료제 때문에 조증이 생기거나 조울병이 악화되지는 않을까요?


중추신경자극제는 약의 기전상 흥분, 초조, 과각성, 들뜸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조울병 소인이 있는 사람에서 조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행히, 스웨덴의 대규모 연구에서 기분조절제와 메틸페니데이트(중추신경자극제)를 같이 사용할 경우 조증이 유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급성의 기분 문제가 없을 경우 ADHD 치료제는 적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조울병이 동반된 분에게 ADHD 치료제를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은 권고되지 않고 기분 조절제와 같이 사용해야 합니다.


끝으로 강조드리는 것은 집중력은 안정된 기분과 컨디션에서 발휘될 수 있습니다.

ADHD 치료제는 기분 문제가 심각하거나 피곤한 상태에서는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안정된 기분상태와 수면이 유지될 때 ADHD 치료제도 도움이 될 수 있으니 중추신경자극제 사용에 너무 조급한 마음과 기대를 갖지 않고 때를 기다릴 필요가 있습니다.



사진 출처: 클리브랜드 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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