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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유니버스 May 27. 2024

기술사가 되면 세상이 달라지나?

기술사의 사회 적응기

제목이 웅장하다.

장엄한 분위기에서 이번 글을 시작해 보자.


지금까지의 연재 글을 써왔던 내용들은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얘기들이라면, 이번 글은 만약 기술사가 된다면 내가 사는 세상 주변에 어떤 변화들이 있을까에 대한 얘기들이다. 어쩌면 당연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각자가 겪어가는 경험들이 모두 다르다보니 새로운 이야기라 생각하고 읽어봐주면 그럭저럭 씹을만한 음식이 되지 않을까?


기술사, 뭐 그리 대단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쉽게 가질 수 있는 그런 자격증은 아니다.

기술사 자격을 딴다는 건, 어떤 회사에서는 기적같은 일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집에서는 그런 경사가 없다.

마을 어귀에 플랙카드를 걸고 경사났네를 외치는 동네가 없을 것 같은가?

지금도 회사 벽면에는 ‘000 과장 000 기술사 합격을 축하합니다.’라고 떡하니 걸려있는 곳들이 많다.


회사의 자랑이자 마을의 자랑, 나아가서 가문의 영광인 경우도 여전히 허다하다. 그런 걸 본적이 없다면, 다행히 아직 본인 주변에 기술사가 없다는 말이 되기 때문에 본인이 도전한다면 그 찬사를 한몸에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렇지 않다면, 은퇴하는 시점까지 그런 사람들과 만나보지 못한 채, 그렇게 기술사가 뭔지도 모른 채 행복하게 나이들어갈 수도 있다. 모르는게 약이니까.

이런 자격증은 알게 되면 그렇게 피곤할 수가 없다. 하루에도 몇번씩 생각나고, 자리를 들썩이게 하는 미묘한 힘이 살아있다.

꿈에도 생각나는 이 자격증은 정말 잊고 싶어도 잊혀지지 않는 첫사랑이 되어 버린다.


자격증에 한번 발을 들여놓게 되면 상사병은 저리가라 할 정도로 애타게 찾게 된다. 거짓말 같은가? 그 쓰디 쓴 맛을 한번 보고 싶은건가?

일부 과장이 들어갈 수도 있지만, 대부분이 겪는 수험병이 분명히 있다. 떨어져도 다시, 다시 한번 더 다시, 이번에는 정말 한번만.

이렇게 어렵게 공부한 기술사에 합격한다면 실로 즐겁지 아니하다면 사람도 아니다.

기술사, 그 까이꺼 한방에 붙어보겠다는 사람들은 요즘 어디갔는지 모를 정도로 전화를 통 받지 않는다. 그만큼 쉽지 않고, 합격하면 기쁨이 백배다.




 


시험이 어렵고 합격의 기쁨이 큰 만큼, 기술사가 되고 나면 정말 세상이 바뀌는가?

어떤 방식으로든 세상은 바뀌게 되어 있다. 물론 좋은 쪽이 더 많을 수 밖에 없는 건 숨길 수 없다.


일단, 대우가 달라진다. 회사에서든, 다른 공식적인 자리에서든, 그동안 불리던 직함 외에 새로운 직함에 생긴다.

과장님, 부장님이 아닌 기술사님, 이제 전문적인 ‘사’짜 돌림의 전문직이 된 것이다. 그저 우리만의 ‘사’짜 돌림이라도 말이다.

기술사님이라는 말은 1년 내내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상무님, 전무님보다 기술사님이라는 말이 더 전문성이 있어 보인다.

작은 회사의 부사장인 나도, 기술사님이 훨씬 더 듣기 좋다.


박사님과 기술사님이 동급이라고는 하는데, 그건 사실 분위기를 경험해 보니 잘 모르겠다.

경험적으로 느껴본 바로는 박사님은 여전히 박사님인데, 기술사님은 왠지 기술자님처럼 들리니까 말이다.

박사님인 교수님이 나타나면 기술사라는 명함을 내밀어도 전혀 표정이 변하지 않는다.

기술사들은 내심 동급이라 생각하고 있지만, 박사와 교수님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을 안하시는 것 같아서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그들은 아무 얘기도 안하는데 혼자서 기분이 좋았다가 안좋았다가 하는 이상한 이중인격이 살아나는 상황이다.


어찌되었든, 그동안 대기업의 과장이었던 사람이 기술사가 되면, 과장님보다 기술사님으로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전문성을 인정받는다.


아울러, 기술사라는 타이틀이 생기면 뭔가 모르는 수입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여러 자리에서 평가나 심사, 자문 등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기게 되고, 이를 통해 공식적이고 투명한 수입이 생긴다.

어떻게 알았는지 귀신같이 소득세를 종합소득세 신고기간에 떼어가니 이 얼마나 투명한 수입인가 싶다.

이 투명한 수입으로 ‘기술사’는 언제는 ‘술사’야 하는 그런 고귀한 존재가 되어갈 수 있다.


회사에서의 진급에도 도움이 되고, 이직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나는 그런 걸로 써보진 못해서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조금 이른 나이에 기술사를 딴다면, 인정해 주는 회사에서 멋지게 인정을 받고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조금 더 경험을 쌓은 후 개인 사무소를 통해 사업을 해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개인의 역량의 차이가 날 뿐 자격조건에는 아무런 결격사유가 없기 때문에 언제든지 시작해도 좋다.


마침 감리교육을 받을 때 알게된 교수님에게서도 연락이 와서, 좋은 평가위원자리가 있는데 같이 해보겠냐는 연락을 받았다.

104세가 되시는 김형석 교수님의 말씀이 생각이 난다. 돈보다는 일의 가치를 보고 하는 것이 행복하다.

일의 가치를 보고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그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할 수 있는 것이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자기가 직접 그 자격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아닐까?

대학교수가 가치있다고 생각해서 대학교수를 하려고 한다면, 그런 기회가 쉽게 올 수 있는 것일까?


그런 의미에서 기술사라는 자격으로 일의 가치를 충분히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냥 ‘회사원’이었다가 아닌, 전문가로서 더 활동할 수 있는 ‘기술사’라는 위치에서 말이다.


기술사로 할 수 있는 것들은 참 많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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