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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유니버스 May 31. 2024

그 다음은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할까?

기술사가 된 후의 삶의 가치

이제 연재의 끝이 보인다.

10편의 연재를 쓰면서 힘든 것보다 얻은 것이 더 많았던 시간이었다.


기술사라는 주제로 주제넘게 글을 써본 건 이번에 처음은 아니다. 책으로도 엮어 전자책으로 내어보기도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기술사로 지내온 시간이 이제 2년 밖에 안된 신참내기가 글을 써서 기술사에 대해서 논한다는 건, 시간이 갈수록 어려운 일임을 알게 되었다.

기술사도 나름의 등급이 있고, 사실 취득하기 더 어려운 기술사들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글을 써내려가 본 이유는, 기술사라는 공부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나 두려움을 갖고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Fact기반의 내용들을 알려주고, 공부에 대한 도움이나 빠른 방향전환을 돕기 위함도 없지 않아 있었다.

누구든지 도전하면 합격할 것처럼 부추기는 학원과는 달리 실제로 경험해 본 사람들의 리얼한 목소리를 들어보는 것이 시험을 준비해 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도 기술사를 공부할 때 많은 글들이 있었으면 했었다. 하지만, 많은 정보보다는 그저 가벼운  후기들만 난무하였고 예전에 출간된 책을 보면서 그저 가늠하여 볼 밖에는 없었다.

아마 어려운 시험을 치르고 난 후, 현업으로 돌아가 그동안 못했던 일과 소홀했던 가정생활로 인해 후기를 남기거나 책으로 엮는 등의 또 한번의 고통스러운 작업은 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 추측이 든다.


이 때문에 합격을 하고 나면 좀 더 상세히 정리해서 알려주고 싶었다. 아직 내가 써놓은 글들로는 많이 부족하겠지만, 10%만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었다.

나도 역시 합격 후에 몰려오는 풀어진 긴장감으로 인해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야말로 의욕상실과 삐뚤어지고 싶은 마음의 공존하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합격한 건, 합격해야 한다는 간절함과 다시 시험공부를 시작하는 고통을 겪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합격 후에 오는 즐거움과 만족감을 위해 달리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여튼 이제 기술사가 되었는데 과연 그 이후의 삶, 너무 거창한 삶보다는 생활은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 얘기해 보려고 한다.

이 또한 ‘Why, 기술사'에 대한 답들 중 하나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어설픈 기대감에 마지막 연재의 끝을 엮어본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시험이 끝내고 합격 통지서를 받아들고 나면, 이제 나에게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날들이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장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자격증을 수령하고 등록해야 하는 기관들의 홈페이지를 들락거리며, 남은 일들을 처리하기 바빴다.

당장 나에게 뭔가 새로운 일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바로 이직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승진과 출세가도도 없고, 연봉상승도 당장 일어나지는 않은 상황에서, 일부 합격생들은 학원에서 강의를 해달라는 의뢰를 받고 고민 중이었다.

나는 실력도 안되었지만 거리도 멀었고 워낙 천성이 게으른 탓에 학원강사를 하는 것은 아예 생각도 안했다. 학원대표면 몰라도...

그렇게 해서 학원강사의 길로 접어드는 합격생들이 많다. 아니 그게 가장 성공적인 기술사와 본업을 병행할 수 있는 길이었다.

학원 외에 평가위원, 책 공동 집필 등의 얘기들을 많이 하지만, 실제 실행에 옮겨지는 것은 훨씬 뒤의 일이다.


나도 합격을 하고, 자격증을 신청하고는 바로 연결하여 얻을 수(?) 있는 감리원자격들을 취득했다. 이 자격을 취득하면 노후에는 걱정없다고 해서 그냥 일단은 교육 등록을 하고 용산에 있는 교육센터에서 자격을 취득했다. 노후에 걱정없는 자격은 왜 이리도 많은지 모르겠는데, 왜 그러면 대한민국은 노인빈곤이 그렇게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까 싶기도 하다.

여튼, 좋은 의도로 인맥과 함께 여러개의 자격이 한번에 몰려드는 경험을 하게 되어 너무 좋았던 기억만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격만으로는 여전히 노후는 불명확하다.


소위, 최상위레벨, 어떤 사람들이 말하기를 기술사의 등급 중 최고 등급인 건축구조기술사는 개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학선배는 몇년간의 공부를 통해 건축구조기술사를 취득하고 난 뒤 개업을 해서 일명, ‘도장찍기’의 달인이 되었다고 한다.

도장하나에 최소 500만원이라는 믿기 어려운 장난섞인 진실을 던지곤 했다.


기술사가 되기 전 면접을 준비하는 기간동안에는 기술사의 역할을 암기하면서 기술사가 된 이후의 사명감을 생각하곤 했었다.

과학기술에 관한 전문적인 응용능력을 필요로 하는 사항에 대해 기술중재, 기술판단, 사업관리, 기술자문 등을 하는 일이라고 되어 있고, 직무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

기술사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돈을 번다는 것보다, 기술사라는 전문성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바를 먼저 강조한다는 것이다.

기술사가 되고 나서 기술사사무소를 개업하거나 평가위원, 컨설팅 등을 하게 되면 물론 돈을 벌 수 있는 건 사실이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진부한 얘기도 있다.


어떻게 되었든 어느 정도 수준의 기술사를 취득하게 된다면, 취득하기 전보다 개인의 노력여하에 따라 경제적, 사회적인 위치는 충분히 바뀔 수 있는 것은 사실이나 모든 사람이 그렇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성향에 맞는 일을 찾아 기술사 자격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 고려해 봐야 한다.

사실 합격하기 전에는 그런 생각들을 할 시간도, 그럴 필요도 없다. 합격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합격 후에 내가 어떻게 되리라는 것만 생각하는 건 ‘끌어당김의 법칙’ 외에는 그다지 도움은 되지않기 때문이다. 의지를 다질 수는 있어도 시험에서 쓸 능력을 높여주지는 못한다.

합격 후에 생각해도 늦지는 않다. 단지, 내가 전문성을 인정받고 죽을 때까지 (의미가 있든 없든 간에)기술사로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야만 가능한 것 같다.


돈과 명예,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만족감, 그 사이 어느 구간에 위치하겠지만, 그 어느 위치에 서있는 만족하는 나 자신을 볼 수 있다는 것만해도 행복한 일이다.

정말 진부하지만 사실인 얘기는, 기술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을 알리는 출발선과 같다.

사회생활의 출발선과는 다르지만, 전문적인 나의 업무영역이라는 울타리에서의 출발선이다.

이제 그 출발선에서 우상향하기 위해서는 기술사를 이용해서 어떻게 살아가느냐의 문제이고, 이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기회를 얻어가면서 달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다시 말해, 달리는 중에 마차에도 타고, 스포츠카도 탔다가 그늘에서 쉴 수 있는 여유도 주어지는 그런 기회말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기술사를 보유한다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 그 자격은 양날의 검이 아니라, 잘 갈려진 길쭉한 장검으로 활용되는 날이 더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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