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빤 좋은 사람이었어.
나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된 글쓰기는 내 삶을 바꿔놨다. 깊은 곳에 숨겨뒀던 이야기들을 조심스레 열어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많은 것이 달라졌다. 주변을 돌아보고 돌아가신 아빠의 인생에 대해, 남겨진 젊은 엄마의 삶에 대해, 그리고 어렸던 동생과 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그곳엔 누구 하나 딱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가여워서 눈물 흘리는 날이 많았다. 꺼내놓고 들여다보고 글로 남기며 아파하는 시간을 거치면서 나는 생각했다. 그것들을 좀 더 자유롭게, 덤덤히 이야기하려면 아직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구나 하고.
글에는 분명 힘이 있다. 글을 쓰면서 놓쳤던 것들을 다시 보게 되었고, 오해했던 것들을 풀 수 있게 되었다. 미워했던 것들을 용서하게 되었다. 글을 쓰면서 나는 점점 더 깊이 들어갔다. 깊이 들어간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우울함을 동반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외면하고 살았던 지난날을 돌아보는 것 자체가 우울했다. 며칠째 이어지는 비도 한 몫했다. 아빠의 기일을 앞두고 우울함은 멈출 줄 몰랐다.
남편은 내가 너무 깊이 들어갈까 봐, 혹시나 그 과정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까 봐 걱정된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요 며칠 깊은 우울에 빠졌던 게 사실이다.
나를 알아가는 과정은 필요하다. 외면하고 살았던 삶을 다시 돌아보고자 하는 나를 응원한다. 다만 내가 거기에 너무 빠져버리면 곤란하다.
외롭고 힘든 인생을 살다 간 아빠.
아빠에 대해 생각할수록 미안하고 후회되고 그리워졌다. 그리고 더 이상 엄마가 아빠를 원망하지 않았으면 했다. 아빠 탓을 하지 않았으면 했다.
문득 엄마에게 바라는 이 마음 또한 내 이기심이란 걸 깨달았다. 아빠에 대한 나의 생각이 바뀌었다고 해서 그걸 엄마에게까지 강요할 순 없다는 걸 말이다.
내가 아빠를 좋은 사람이었다고 기억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