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외할아버지도 아빠처럼 무서웠어?"
저녁을 먹으며 아이가 물었다. 저녁식사에 집중하지 않는 모습에 목소리가 바뀐 남편을 보면서 아이들은 무섭다고 했다. 아이들 덕분에 아빠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 일이 잦아졌다. 이젠 너무 오래돼서 아빠의 목소리도, 말투도 기억나지 않지만 아이의 물음에 아빠가 무서웠던 순간을 떠올려본다. 늘 말없이 웃거나 무표정했던 아빠였지만 한 번씩 화를 내고 매를 든 적이 있었다. 동생과 내가 다툴 때면 아빠에게 한 번씩 크게 혼이 나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어린 나는 아빠가 무서웠다.
"아빠가 무서워? 아빠 정도면 안 무서운 건데. 외할아버지는 더 무서웠어. 아빠는 다정하잖아. 너희랑 이야기도 잘하고 장난도 잘 치고. 운동도 같이 하고."
아빠도 나에게 다정했던 순간이 있었을 텐데. 나와 이야기도 잘하고 장난도 잘 쳐주었던 순간이 분명 있었을 텐데.. 야속하게도 기억나는 게 없다. 너무 어릴 적이라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거겠지. 처음부터 그런 일이 아예 없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남편은 아이들에게 좋은 아빠다. 아이들을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한다. 나는 안다. 사랑 표현을 섬세하게 잘하지는 못하지만, 함께 운동을 하고 책을 읽어주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이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아이들이 그런 아빠의 사랑을 알았으면 좋겠다. 온몸으로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게 훗날 얼마나 큰 힘이 될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나는 오늘도 아이들에게 남편이 얼마나 좋은 아빠인지 이야기한다.
"아빠는 좋은 사람이야. 너희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그리고 나도 아빠에게 사랑받았다는 걸.. 이젠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