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장은 다소 철학적인 내용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배우는 사람과 가르치는 사람, 공격하는 사람과 방어하는 사람, 오른쪽에 있는 사람과 왼쪽에 있는 사람, 윗사람과 아랫사람, 성실한 사람과 게으른 사람, 휘두르는 사람과 휘둘리는 사람, 살아남는 사람과 죽어가는 사람, 다수에 속한 사람과 소수에 속한 사람, 부유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
여러분과 내가 어떤 삶을 살아가든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는 '어떤' 사람. 바로 내 앞에 있는 그 어떤 사람에게 한번 물어보자.
그래서 행복하세요?
이렇게 질문하면 열에 열 명은 동공이 흔들리며 말이 없어지고, 대충 얼버무리면서 상황을 모면하거나, 일단 "그렇다."라고 대답하며 스스로를 속인다. 이 질문을 했을 때 단 1초의 망설임 없이 그 누구보다 당당한 어조로 "물론이지."라고 말하는 사람을 지금까지 만나본 적이 없다. 행복이 이렇게도 어려운 단어였었나?
사람들은 행복이 지극히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글쎄, 나는 잘 모르겠다.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행복도 누군가에겐 존재하지 않을까. 하지만 중요한 건 그런 것들이 아니다. 행복이 절대적인 것이든 상대적인 것이든 그게 뭐가 중요한가. 지금 내가 행복을 느끼는가가 중요할 뿐.
이제는 지엽적인 것들에 얽매여 행복의 본질을 흐리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자. 그렇게 따지는 시간조차 아까운 것이 이십 대 청춘이니까 말이다. 그런 청춘을 살고 있는 여러분은 현재 행복을 느끼는지 묻고 싶다. 사실, 묻지 않아도 많은 친구들의 대답을 알 것 같은 느낌은 기분 탓일까, 혹은 현실의 문제일까?
그 무엇이 문제든 우리는 행복하고 싶다. 행복을 느끼고 싶다. 그렇다면 행복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하지만 나는 행복에 대해 가르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오직 대단한 사람만이 행복에 대해 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대단한 사람도 행복에 대해서는 선뜻 설명하기 쉽지 않을 테니까. 소확행, 대확행, 워라밸 등 모두 각자의 행복론이 있겠지만, 나는 여기서 내가 생각해왔던 행복론을 감히 말해보려 한다.
나는 행복의 종류를 총 3가지로 나눈다. 행복한 삶을 위하여 이 3가지 중에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으며, 이 행복감들이 서로 조화를 이룰 때 "나는 진짜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다."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셋 중 하나라도 빠진다면 훅 들어오는 행복하냐는 질문에 계속해서 우물쭈물 댈 것이다. 그럼 각 행복의 특징을 잠깐 살펴보도록 하자.
1. 물질로 인한 행복
첫 번째는 물질로 인한 행복이다. 간단히 말해 우리가 원하는 물건을 얻었을 때 느끼는 행복을 말한다. 그 물건이란 만인이 원하는 좋은 집과 좋은 차, 맛있는 음식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게 해주는 '돈'을 일컫는다. 물질을 가져서 얻는 행복은 흔히들 말하는 '부귀영화'를 누리며 느끼는 행복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제법 많은 사람이 이러한 행복을 다음과 같은 말로 과소평가한다.
"그건 별로 중요치 않아. 정신적으로 행복한 게 더 중요한 거지."
"남들보다 더 가졌다고 해서 얻는 행복은 오래 못 가."
"진정한 행복은 물질에서 오지 않아."
얼핏 보면 뭔가 멋있어 보이고 참 그럴싸하게 들리는 말이다. 그런데 정말로 위와 같이 말할 수 있으려면 실제로 노력하여 물질을 얻어본 사람이어야 한다. 하지만 자수성가하여 물질적으로 좋은 것들을 누리는 사람 중 열에 아홉은 저렇게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물질이 있는 것에 감사하고 기쁜 마음으로 자신이 가진 것을 만끽한다. 그럼 누가 대체 저런 말을 한 것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저런 말을 하는 사람은 물질을 누려본 적 없는 사람들이다. 나는 그들이 저렇게 말하는 이유를 알고 있다. 물질로 인한 행복을 제대로 느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또, 자신들은 그 물질을 가질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실은 그 누구보다도 물질을 원하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여우와 신포도 이야기'를 생각해보자. 배고픈 여우는 나무에 주렁주렁 맺힌 탐스러운 포도송이를 무척이나 먹고 싶었지만, 차마 나무를 올라갈 자신이 없어 '저 포도는 상했을 거야'라고 생각한다. 그리고는 결국 포도를 따먹지 못한 채 배고픔을 참는다.
너무나도 어리석은 짓이다. 놀라운 사실은 무의식적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는 점이다. 그렇게라도 해서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허탈함을 스스로 위로한다. 그러나 정신승리로는 현실을 바꿀 수 없다. 그래서 우리 주변엔 행복한 사람보다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이 아닐까.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욕망을 무시하며 사는 사람 중에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을 나는 본 적이 없다. 여러분은 적어도 자신의 욕망에 솔직해지길 바란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부귀영화를 누리는 게 뭐가 나쁜가? 한번 태어난 인생, 물질적으로 풍요로움을 느끼면서 주변 사람들까지도 그렇게 만들어줄 수 있다면 너무나도 기쁘지 않을까?
분명히 말해두지만 물질로 인한 행복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 말을 오직 물질로 인한 행복만이 중요하다는 뜻으로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 앞서 말했듯, 세 가지 행복이 조화를 이루어야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또 다른 중요한 행복들이 남아있다.
2. 성취로 인한 행복
두 번째는 성취로 인한 행복이다. 이것 역시 행복한 삶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이와 관련하여, 전 영국 총리 마가렛 대처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가장 만족스러웠던 날을 생각해보라. 그날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편히 쉬기만 한 날이 아니라 할 일이 태산이었는데도 결국은 그것을 모두 해낸 날이다.
- 마가렛 대처(Margaret Thacher, 전 영국수상)
잠시 우리의 인생을 되돌아보자. 지금껏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였었나? 그 숱한 날들 중에 내 인생 최고의 하루를 꼽으라면 어떤 날을 꼽겠는가? 확실한 건 그날이 아무것도 안 하고 그저 편히 쉬기만 한 날은 아닐 것이다. 무언가를 해내기 위해 엄청 애를 썼는데 결국은 그것을 해낸 날이었을 것이다.
인간은 그저 편하기만 하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에서 큰 행복을 느끼지 않는다. 물론, 일시적으론 그럴 수 있다. 무언가를 성취해나가는 중에 잠시 쉬는 과정이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행복할 순 있다. 그러나 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행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무기력함만이 남아 있게 될 것이다. 인간은 크든 작든 지속적인 성취 속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성취라는 게 꼭 거창한 무언가를 이뤄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늦잠을 마다하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 다이어트를 위해 야식을 자제하는 것, 체력을 기르기 위해 운동장 1바퀴를 달리는 것 등도 오늘 하루 나의 노력으로 만든 성취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성취가 모여 더 큰 성취를 해낼 힘이 생기고, 지속적으로 삶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여러분은 무엇을 성취하고 싶나? 성취하긴 귀찮고 그냥 취하고 싶다는 친구들도 있다. 물론 젊은 날이기에 그런 마음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좋지 못한 결과를 초래한다. 인생을 막살다가 훗날 후회할 계획을 세워둔 게 아니라면, 지금부터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올바른 태도를 갖추고 나아가자. 무얼 해내든 성취는 여러분의 인생에 생기를 가득 불어넣어 줄 것이다.
3. 관계로 인한 행복
행복의 종류 3가지 중 마지막은 관계로 인한 행복이다. 앞 장에서 언급한 하버드 대학의 75년 연구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 관계로 인한 행복은 정말 중요하다. 아무리 물질적으로 풍요로워도, 아무리 대단한 성과를 이뤄냈다 해도 인간관계가 좋지 못한 사람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 어쩌면 많은 사람이 물질적으로 충분치 못하고 꿈을 이루지 못했어도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인간적인 관계'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족, 친구, 친척, 연인, 사제 등. 우리는 모두 주변 사람들과 특정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관계를 맺는다는 건 서로가 서로의 인생에 들어와 영향을 주는 것을 허락하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영향을 주면 좋은 관계가 되고, 나쁜 영향을 주면 나쁜 관계가 된다. 좋은 영향을 주는 관계만 맺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세상이 참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인생을 살다 보면 반드시 나쁜 관계를 만나게 되는데, 이때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행복이 크게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젊은 여러분은 좋은 관계를 많이 만들어 놓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쁜 관계를 만들지 않도록 혹은 나쁜 관계를 만들더라도 잘 대처할 수 있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나는 이 인간관계 때문에 정말 지독한 우울증을 경험했는데, 당시엔 너무 힘들어서 죽을 뻔했다(그 당시 느꼈던 끔찍한 감정과 결국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 그리고 그 과정에서 몸소 배운 삶의 지혜를 <관개>라는 책으로 집필하였다). 중요한 점은 관계로 인한 행복이 커다란 만큼 관계로 인한 불행 또한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지금부터 지속적으로 행복한 삶을 위해, 그리고 지속적으로 좋은 관계를 위해 인간의 마음을 공부하고 꾸준히 노력해야 함은 물론이다.
성취로 인한 행복. 물질로 인한 행복. 관계로 인한 행복. 세 행복은 상호작용한다. 꿈꾸던 이성을 만나 결혼하는 것은 성취와 관계로 인한 행복이다. 열심히 노력하여 상금이 걸린 오디션 또는 공모전에서 우승하는 것은 물질과 성취로 인한 행복이다. 생일날 친한 친구에게 선물을 받는 것은 물질과 관계로 인한 행복이다.
나는 이 세 가지 행복이 눈, 코, 입과 같다고 생각한다. 눈이 없으면 볼 수 없고 코가 없으면 숨 쉴 수 없으며 입이 없으면 먹을 수 없다. 결국 셋 다 똑같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무엇이 더 중요한 지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엔 자신에게 물어보자.
그래서 행복하세요?
확답이 안 나온다면 물질, 성취, 관계 중 하나 이상이 채워지지 못한 것이다. 그 부족함을 채워나가는 노력이야말로 젊은 날에 할 수 있는 가장 값진 노력임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