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진 Nov 06. 2022

실례지만, 제가 좋은 직장 동료가 될 수 있을까요?

진팀장의 이야기-3

박 차장이 황급히 문을 열자 나는 답답하고 긴장된 분위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얼마나 열을 내고 있었는지 방 안의 공기는 후덥지근하다 못해 텁텁해서 입에서 쓴맛이 돌았다.

나는 박 차장과 고개를 숙이며 간단히 인사를 하고는 창문을 열었다.

박 차장도 이 회의실이 잘 사용이 안돼서 환기가 안 되는 것 같다며 자기 뒤편의 창문을 살짝 열었다.

겨울바람이 회의실 안으로 들어와 답답한 공기를 날렸지만 이내 분위기를 차갑게 냉각시켰다.

어색함을 느끼고 면접을 시작하려고 노트북을 켜고 면접 기록을 작성하려는데, 박 차장이 먼저 말을 건넸다.

"진팀장님, 오늘 면접을 볼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굳이 저와 면접을 보시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는 것도 들었습니다. 저를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그가 왜 이렇게까지 자리를 마련하려고 했는지 이제야 깨달았다.

다른 팀장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그가 돈을 먹었던 안 먹었던 별 상관이 없었다.

어차피 지금 내 팀은 빠른 인원 충원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었고, 항상 쓸만한 내부자들은 다른 팀에서 경쟁하며 빼내가기 바빴으니까. 그리고 미디어에서 MZ세대가 왔다며 떠들어댈 때부터 경력직은커녕 쓸만한 신입조차도 요즘은 뽑기가 어려웠다. 아마 10년 정도 더 지나면 사람이 없어서 일본처럼 나의 정년도 더 연장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그렇기 때문에, 그가 돈을 먹었다면 이미 회사에서 제거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회사에서 감사팀을 보내 조사를 했음에도 아직까지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소리는 나는 박 차장을 써서 팀을 더 견고하게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렇지만 박 차장은 아닌 것 같았다.

계속해서 불안한 모습이 마음에 걸려 나는 무엇이 고맙냐고 박 차장에게 물었다.


"모두가 제가 돈을 먹었다고 생각하고 자기 팀에 들어오는 걸 쉬쉬하는데 팀장님만 저를 보지도 않고 받아주셨으니까요." 박 차장이 미리 준비한 대사가 튀어나온 것처럼 대답했다.

"글쎄요,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저는 별로 상관없어요. 다만 팀을 위해서 저하고 하나만 약속해주세요.

돈을 먹었으면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말하고 팀을 위해 빠져 주세요. 그게 아니라면 업무 차장님의 업무 능력은 저도 걱정하지 않으니 별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빙빙 돌리지 않고 단번에 그에게 말했다.

박 차장이 2초 남짓 숨을 멈추더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괜히 빨리 회의를 마치고 나서면 다른 이들의 빈축을 살까 봐 우리는 서로의 근황을 물으며 가족 이야기, 주식, 부동산 등등 직장인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주제로 한참 사담을 나누며 시간을 죽였다.

"그런데 왜 다른 팀이 아니고 우리 팀으로 오게 된 걸까요?" 나는 상부에 아무런 요청을 하지 않은 척 박 차장도 우리 팀에 오고 싶어 했는지 물었다.

"저는 항상 진팀장님 팀으로 들어오고 싶었습니다. 한 번쯤 같이 일해보고 싶었거든요."

의례 상투적인 대답을 듣고서 이것이 박 차장의 진심인지 아닌지 계속해서 물어보고 싶었지만 회사에서 일을 할만큼한 상대에게 계속해서 물어보는 것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저는 차장님이 저희 팀에 꼭 와주셨으면 했어요, 이제 새롭게 시작하는 프로젝트들에는 영업 이력이 있는 분의 관점이 반드시 필요했거든요." 나는 대신 내가 왜 그가 필요했는지 솔직하게 전달했다.

"그렇다면 잘됐네요. 점심시간도 다 됐는데 오늘 점심이나 같이하시면서 더 이야기해도 될까요 팀장님?"

박 차장이 시계를 힐끗 쳐다보고는 나에게 물었다.

"그렇게 하시죠." 나는 짐을 자리에 가져다 놓고 그와 사내에서 처음으로 단둘이서 점심을 먹었다.








 

작가의 이전글 도시에 관한 상념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