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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씨 Nov 09. 2024

삶에 음악이 필요한 이유

11월 9일





피아노 건반을 칠 때 손가락을 통해서 가슴으로 전해지는 울림을 좋아한다. 가락으로 누른 선률이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것 같아서.


어릴 때 잠시 배운 피아노였지만 항상 마음속에는 피아노 연주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지금은 손가락이 굳어서 제대로 칠 수 있는 곡이 하나도 없지만 연주를 듣는 것만으로도 참 좋다. 눈을 감고 피아노 연주를 듣고 있으면 의 아름다움 속에 서있는 느낌이 든다.


드뷔시의 <달빛>을 들으며 단풍나무들 아래 잠시 발걸음을 멈추어본다. 나뭇잎 사이를 비추는 햇살이 따사롭다. 눈을 감으면 칠흑처럼 고요한 우주가 펼쳐진다. 나만의 달빛이 나를 비추어준다. 어둠 속에서는 달빛이, 밝음 속에서는 햇빛이 나의 삶을 어루만져 준다.


드뷔시의 <달빛>은 폴 베를렌의 시 <하얀 달>에서 영감을 받아 지어진 곡이라고 한다.



하얀 달이
빛나는 숲 속에서
가지마다
우거진 잎사귀 사이로
흐르는 목소리

오, 사랑하는 사람아

깊은 겨울
연못에 드리운
버드나무의
검은 그림자는
바람에 흐느끼네

아, 지금은 꿈꾸는 때

별들이
무지갯빛으로
반짝이는 하늘에서
크고 포근한
고요가 내려오는 듯

아득한 이 시간


폴 베를렌의 <하얀 달>




11월은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중간지점이다. 나무들이 형형색색 단풍으로 물들어 가는 모습이 만연한 가을 같다가도 아침저녁으로 차가워진 바람에 몸을 웅크리게 된다. 이제 겨울을 채비할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된다. 단풍을 채 즐기기도 전에 하룻밤 사이에 추운 바람을 맞고 벌거벗은 나무들을 보면 왠지 모를 씁쓸함이 든다. 나 이 씁쓸함 조차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선율이기에 조용히 자연의 고요를 만끽해 본다.


삶에서 음악이 필요한 이유는 우리의 삶자체가 음악이기 때문이다. 고달프면 고달픈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기쁘면 기쁜 대로. 무엇인가 배우기 위해 이 지구에 온 우리가 하루를 잘 버텨 나가게 하기 위함이다. 조용히 귀 기울여 보면 자연은 늘 노래하고 있다. 나도 자연의 일부이니 노래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힘으로 오늘 하루도 아름다운 선률속에서 살아내어 본다.




우리는 모두 보이지 않는 연주자가 멀리서 보내주는 신비한 선율에 맞추어 춤을 춘다."

-아인슈타인-





11월의 단풍 사이로 비추는 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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