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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씨 Apr 14. 2024

그런 날이 있어.

갑자기 혼자인 것만 같은 날.




20대 때의 나는 끝이 안 보이는 길고 긴 터널을 혼자 걷고 있는 듯했다. 지팡이도 불빛도 없이 혼자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과연 이 터널의 끝이 나오기는 할까 라는 생각에 매일매일이 우울했다.


행복은 목적지가 아니라 여정이라  하지만 나에게는 여전히 목적지에 도착해야지만 행복할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간들이었다.


그러다 누군가 포르셰를 타고 전속력으로 내 옆을 지나가며 터널을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자괴감이 들었다. 나는 왜 저렇게 차도 못 타고 자전거도 못 타고 하다못해 지팡이도 없이 걸어가야 하는 걸까...


걷다가 이따금 터널로 들어오는 불빛들을 보며 나도 이제 터널을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에 다시금 또 힘을 내서 걸어보았다. 그러나 끝나지 않는 터널 속에서 지쳤다 다시 작은 불빛을 보고 희망을 가지고 지치기를 반복하다 보니 그냥 여기서 멈추고 싶었다. 


그 긴 터널을 얼마나 걸어온 건지도 얼마를 더 걸어 나가야 할지도 알 수 없는 순간, 정말 주저앉아 더 이상 걸어 나가고 싶지 않은 순간이 찾아왔을 때였다. 희미한 불빛 속에서 여태껏 내가 보지 못했던 누군가의 그림자가 보였다.


바로 기도하는 엄마의 뒷모습이었다.


엄마는 계속 저렇게 내 앞에서 기도하고 걸어 나가며 불빛을 비추어 주고 있었을 텐데 나는 왜 이제야 발견을까. 왜 혼자인 것만 같다고 느끼며 그렇게 사무치도록 외로워했을까.


그 속에서 차도 얻어 타지 못하고 자전거도 빌리지 못하고 뚜벅뚜벅 걷기만 하는 내 모습을 보고고하다 느끼는 내가 모순덩어리 같았다.


노력은 3만하고 7은 마치 내가 온전히 노력해서 얻은 것처럼 잘하는 척했다. 가진 건 개뿔도 없으면서 잘 사는척했다. 온갖 화장품으로 치장하며 예쁜척했다. 개뿔도 알지못하면서 마치 나는 스스로 다 터득하고 통달한 것처럼 깨우친척했다. 싫은 소리가 듣기 싫어서 혼자서 완벽한척했다.


그렇게 계속 "척척척"만 해대는 나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스스로에 대한 증오심만 늘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어두운 터널 속에 비친 불빛에서 비친 엄마의 그림자가 내 눈동자에 각인된 순간 나는 그 긴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기 때문이었다. 늘 그 자리에 있었던 내 주변의 모든 소중한 사람들을 발견하지 못했던 나의 어리석음에 죄송스러웠다.


주변을 둘러보니 곳곳에 감사함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스스로를 조금은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싫었던 모습도 나의 일부라는 점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만 이제는 남의 시선을 빌려 내 삶을 살지는 않기로 다짐했다. 남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척하며 살지 않기로 했다. 다른 사람이 100킬로 속력으로 달리는데 같이 못 달린다고 슬퍼하거나 조바심 내려하지 않는다. 나도 분명 내 인생의 어떤 구간에서는 100킬로를 달릴 수 있다고 믿되었으니. 다만 그때를 알지 못할 뿐이다. 그때가 오면 원 없이 달릴 수 있도록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낼 뿐이다.


그렇게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니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드는 게 조금은 편안하게 느껴졌다.


모든 것의 시작과 끝은 결국 나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든 것의 해답도 나 스스로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 나를 사랑하게 되니 온 세상이 사랑으로 변했다. 내가 낳은 아이는 사랑의 씨앗이 되어 꽃으로 예쁘게 자라나고 있고, 아이를 함께 키우는 내 인생의 동반자인 신랑과는 오늘보다 내일 더 사랑하며 하루하루를 감사하게 보낸다.


사랑을 주니 사랑을 받는 것도 쉽게 느껴졌다. 다른 사람의 호의가 나를 동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고 생각되던 자격지심에서 벗어나, 진심 어린 호의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긴 터널에서 사랑충만한 예쁜 꽃길이 되었다. 이제는 아무리 어두운 길이 나타나도 꽃길이 가시밭길이 되어도 두렵지 않다. 나에게는 손잡고 함께 걸어갈 내 사랑의 동반자가 있기 때문이고 나를 위해 기도해 주는 엄마가  있다는것을 이제는 알기에.


그런 날, 가끔씩 혼자인 것만 같은 날, 어딜 가도 내 자리가 아닌 것만 같아서 고개가 떨궈지는 그런 날이 와도 이제는 괜찮다. 조금만 고개를 들어 돌아보면 그런 날조 차도 내 인생의 빛나는 한 순간들임을 알게 될 테니.














메인사진 출처: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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