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나의 천국을 살아가기를
인간은 쓸쓸할 때가 제일 제정신 같아. 그래서 밤이 더 제정신 같아.
어려서 교회 다닐 때 기도제목 적어내는 게 있었는데, 애들이 쓴 걸 보고 이런 걸 왜 기도하지? 성적, 원하는 학교, 교우관계 고작 이런 걸 기도한다고? 신한테? 신인데?
난 궁금한 건 하나밖에 없었어.
나 뭐예요?
나 여기 왜 있어요?
21년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고 50년 후면 존재하지 않을 건데, 이전에도 존재했고 이후에도 존재할 것 같은 느낌. 내가 영원할 것 같은 느낌. 그런 느낌에 시달리면서도 한 번도 안착한 적이 없어. 이불속에서도 불안하고 사람들 속에서도 불안하고.
난 왜 딴애들처럼 해맑게 웃지 못할까.
난 왜 늘 슬플까. 왜 늘 가슴이 뛸까. 왜 다 재미없을까.
인간은 다 허수아비 같아. 자기가 진짜 먼지 모르면서 그냥 연기하면서 사는 허수아비.
어떻게 보면 건강하게 다 잘 산다고 하는 사람들은 이런 모든 질문을 잠재워 두기로 합의한 사람들 일수도.
'인생은 이런 거야'라고 모든 거짓말에 합의한 사람들.
난 합의안해.
죽어서 가는 천국 따위 필요 없어.
살아서 천국을 볼 거야.
-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11화 미정의 대사 中 -
저 여기 있어요.
여기 이렇게 살아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