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0일, 아침 8시경 천안역 근처에서 출발, 청주 공항까지 1시간 남짓 걸렸다. 출근 시간과 겹쳐 천안삼거리 부근에선 부분 정체가 심했다. 공항까지 카카오 택시로 4만 9천여 원이 나왔다. 평소 여행을 즐긴다는 친절한 기사분을 만나, 미리 제주여행 이야기까지 들으며 잘 도착했다.
청주공항은 처음이었지만, 표지판 안내대로 따라가니, '이스타 항공' 찾기는 수월했다. 탑승 수속을 마치고 잠시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청주공항은 군사시설인 공군 비행장과 붙어있어, 공항 활주로 촬영은 금지였다. 통창 밖으로 아파치 헬기가 웅장한 소리를 내며 나는 모습도 볼 수 있었고, 늘어선 여러 대의 경비행기도 보였다.
어른들은 1시간 채 걸리지 않는 제주행 비행을 가볍게 생각했으나, 비행기에 첫 탑승한 꾸미에겐 지루한 시간이란 걸 뒤늦게 깨달았다. 간식거리까지 수화물로 보내고 가볍게 탑승했던 우리, 그런데 심심해하던 꾸미가 과자를 먹고 싶어 했다. 심지어 기내에 들고 탄 꾸미의 펭귄 캐리어에도 꾸미 옷과 물놀이 용품만 들어있었고. ㅠ
국내선에선 과자나 초콜릿도 살 수 없어 크게 기대를 하진 않았지만, 승무원 한 분께 혹시 사탕이라도 구할 수 있을지 물었다. 손녀 사랑이 흘러넘치는 할머니는 용감해지는 법이다.
스치며 건넨 할머니 마음이 아름다운 승무원에게 전해졌던지, 그분은 우리 꾸미에게 사탕과 쿠기, 오렌지주스까지 세 잔을 가져다주었다. 친절한 그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다.
국내선에서 이런 배려를 받고 보니, 과자를 받은 꾸미보다 할머니와 꾸미 맘이 더 큰 감동을 받았다. 미소와 친절을 사무적인 것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청주 공항에서
이스타 항공에서 국토를 종단하는 하늘길에서 내려다 본 풍경
꾸미 덕분에 국내 항공기내에선 받을 수 없는 서비스까지 받은 우리 가족
할머니, 엄마, 손녀 세 여자는 승무원 언니의 아름다운 마음을 가득 품고 내렸다.
'즐거운 여행 되시라'던 밝은 목소리와 친절한 미소, 꾸미에게 흔들어 주던 바이바이 손짓까지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것이다.
첫날부터 제주도에서 하루가 종일 기분이 좋았던 건 이스타 항공기 내에서부터 시작된 약속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아, 그리고 꾸미 바로 뒤에 앉았던 초등학교 5학년 오빠가 꾸미에게 조심스레 건넨 청포도 사탕 한 알도 무척 고마웠다.
파란 하늘 아래 아름다운 섬, 제주특별자치도 도착
제주도에 도착 - 우리가 타고 온 이스타 항공기
렌터카 셔틀버스에서 꾸미 모녀
렌터카 셔틀버스를 타고 공항을 벗어났다.
공항에서 멀지 않은 곳(셔틀버스로 5~10분 정도 소요)에 '조아 렌터카' 회사가 있다.
우리는 렌터카 키를 받아 들고, 자동차에 올랐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푸른 제주 바다와 나란히 함께 달렸다. 우리는 꾸미 맘이 미리 검색해 둔 제주 흑돼지 맛집으로 유명한 '그때그집'으로 향했다.
제주 흑돼지 맛집 '그때그집'
'그때그집' 주차장에서 우릴 반기는 제주 흑돼지가 아닌 뽀얀 돼지 한 마리
푸른 제주바다가 바라보이는 '그때그집' 테라스
우리는 실내가 아닌 '그때그집' 테라스에서 점심식사를 즐겼다.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와 제주 해변도로가 서로 사이좋게 맞닿아있는 풍경이 이국적이면서도 편안해 보였다. 공항 근처여서 하늘 위로는 비행기가 낮게 자주 날았지만, 그 기다란 직선까지도 바다와 조화를 이룬 듯 근사해 보였다.
부드러운 바닷바람이 하늘과 바다와 지상을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깊고 넓은 제주 앞바다를 지나온 파란 바람은 시원하면서도 따스했다.
제주에서는 바람까지 파란 색깔로 불어오더라!
아직 12시 전, 점심을 먹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었다.
우리가 맛있게 먹기 시작할 무렵, 중국인 손님 몇 명과 한국인 여자 손님 2명이 들어섰다.
친절한 주인장은 고기를 알맞게 구워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주었다.
제주 흑돼지 오겹살과 목살 2인분(500g) 6만 원.
흑돼지 김치찌개가 양은 냄비에 담겨 기본으로 나왔다.
주인장은 고기를 구워주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맛깔나게 풀어놓았다.
최근 비난과 관심을 모으고 있던 밀양 사건과 한 트로트 가수의 음주 뺑소니 사건까지 조리 있는 말솜씨로 의견을 피력하시니, 사건들이 새삼 더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