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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Jul 07. 2024

애월 브릭 하우스 입실 / 곽지 해수욕장 낙조

낙조는 내 두 눈 속에 붉은빛 잔상을 길게 남기며 짧은 작별인사를 전했다

여행 첫날, 애월 브릭 하우스 입실

아직 휴가철도 아니고, 우리도 평일 나들이다 보니 브릭 하우스에는 빈 방도 많았고, 주차장도 넉넉했다.

오후 4시 30분경, 주인장이 안내해 주는 201호에 입실했다.

주인장은 다음 날 퇴실할 때 방문을 그냥 열어두고 가면 된다며, 비밀 번호를 알려주고 갔다.

어딜 가나 서로 특별히 마주칠 일이 없으니 더 편하다.


11일 오전 퇴실 시, 브릭 하우스 외관 전경 / 10일 오후, 입실 시 찍은 사진


애월읍 브릭 하우스 stayB - 201호

'애월 브릭 하우스' 201호 거실
애월 브릭 하우스 2층 거실 창에서 보이는 풍경 - 앞에는 청보리 밭, 뒤로는 제주 푸른 바다

어른 2명 어린이 1명이 묵기엔 널찍했다.

1박 할 곳이니, 캐리어 물건들을 꺼내 정리할 필요도 없었다.

꾸미 맘이 바닷가 쪽에 있는 편의점에서 물과 음료수를 사 왔다.

가까운 바닷가 쪽으로 나서면 편의점, 음식점, 카페들이 해변 길을 따라 형성되어 있다.

거실 창으로, 한눈에 들어오는 청보리 밭과 탁 트인 푸른 바다가 지친 눈길을 어루만져 주는 곳이었다.

 

큰 방 2개 / 거실 옆 뒤쪽으로도 침실 한 개 더 있음


주방 및 4인용 식탁 / 화장실 2개

저녁식사는 즉석 밥에 짜장과 카레를 얹어서 간단하게 먹었다.

첫날이어서인지 저녁시간이 되었지만 그리 피곤하진 않았다.

우리는 다시 자동차를 타고, 가까이 있는 곽지해수욕장으로 달려갔다.


http://brickhouse.kr/B-201.html



3대가 제주도 푸른 밤하늘 아래서 - 곽지 해수욕장 모래사장 산책과 낙조 이별

곽지해변은 석양에 물들고 있었다.

모래 위에서도 지치지 않고 뛰어노는 꾸미의 모습은 저물어가는 노을과는 대비를 이루고,

쳐진 할머니 걸음걸이와는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는 붉은빛이다.

밝음과 어두움을 잇는 고운 빛깔은 꾸미와 할머니처럼 아름다운 대비현상이다.



낙조는 깊은 심연으로 빠져드는 것 같지만, 다시 새날을 준비하라는 여유로움을 넌지시 전한다.

노을과의 이별은 '내일은 또 내일의 찬란한 빛이 떠오른다'라는 약속이기도 하다.


곽지해변에서 모래놀이를 즐기는 꾸미, 애니메이션

석양도 빛은 빛인지라, 그 빛의 방향에 따라 사진이 밝게 나오기도 하고 짙게 찍히기도 한다.

폰 카메라 속에서 역광으로 마주하는 붉은빛은 어둠을 품고 묵직하게 담긴다.


곽지 해수욕장 모래사장은 맨발로 밟기에 적당했다.   

아주 고운 모래 알갱이는 아니었지만, 적당하게 밟히는 모래 입자의 살짝 까칠한 느낌이 오히려 더 좋았다. 유치원생 꾸미도 밟고 신나게 놀 정도이니.



바다는 붉은 하늘 끝자락을 힘껏 끌어당겨 품는다.    

곽지해변을 지키는 해녀상 뒤로 붉은 노을이 서서히 짙어진다.



낙조를 바라보던 사람들의 모습도 붉게 물들어간다.

꾸미의 낭랑한 목소리가 울리는 작은 입, 할미의 눈동자도 붉게 젖어들었다.


붉게 물들어가던 사람들이 어둠을 맞는다.


https://www.youtube.com/shorts/_YMGnw7Jz4k


꾸미는 오히려 바닷물이 차갑다며, 발을 물속에 오래 담그지 않으려 했다.

어른도 차갑게 느껴지긴 했다.

그 차가움이 짜릿한 전율을 느끼게 했고, 부드럽게 불어오던 바닷바람은 계속 우리를 스쳐갔다.

낮엔 파랗던 바닷바람까지 어느새 무거운 회색 옷으로 갈아입었지만, 그 손길은 여전히 온화했다.


제주 바다 수평선 위로 맞닿아 보이는 하늘은 우리가 닿을 수 없는 무한대 공간이다.

지평선에 머물던 눈길을 쭉 당겨오면, 바다와 땅 사이로 들고나던 파도가 해변가를 쓰다듬듯 어루만져 주는 다정한 모습이 보인다.

우리가 남긴 발자국, 사람들이 흘려보낸 오염된 물까지 다 품어주는 바다다.

바다에서 기원한 생명체가 육지로 올라와 40억 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지구는 다양한 종을 품게 되었고, 우리도 그중 하나의 생명체가 아닌가.

강인한 생명력을 품고 있는 바다의 존재가 얼마나 대단한지!

이날, 제주 바다는 온화했고, 곽지 해변으론 파도가 쉬지 않고 들고났다.

파도는 사람들이 오염시킨 강물, 생각 없이 버린 사물(쓰레기 더미)뿐 아니라, 종종 인간이길 거부하던 찌그러진 하위 감정까지 다 끌고 갔다.

바다는 원래 순수(純水) 성을 지닌 강인한 존재였다.

지상에서 유일하게 무한대 공간인 하늘과 맞닿아있는 바다가 이제는 인류가 만들어낸 방사능 오염수까지 품어야 하는 상황이 퍽 답답하다. 바다는 지금도 여전히 강인한 생명력을 품고 있으려나?


사물을 헤아리고 판단하는 무궁무진한 생각은 깊은 바다, 높은 하늘 위로 자유롭게 넘나들지만, 결국 미약한 존재라는 한계에 부딪히곤 한다.

곽지해변 파도에 밀려가는 내 생각을 그대로 탁 놓아버렸다.

다시, 소중한 꾸미모녀 향해 시선과 관심을 보낸다.


나는 폰 카메라 줌을 당겨, 딸과 손녀의 사랑스러운 모습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나는 모래사장에 앉아 조그맣게 보이는 꾸미 모녀를 바라보며, '제주도의 푸른 밤' 노래를 흥얼거렸다.

'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 버리고 / 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 / 이제는 더 이상 얽매이긴 우리 싫어요 / 신문에 티비에 월급봉투에 / 아파트 담벼락보다는 바달 볼 수 있는 / 창문이 좋아요.....'

밝고 경쾌한 리듬과 가수 태연의 맑은 목소리가 꾸미의 생기 넘치는 모습과 닮아있다.  


제주도 푸른 밤하늘 아래로 붉은 석양이 이별을 고하는 시간.

온 세상이 평온하고 조화롭던 순간, 저만치서 '쓸쓸함'이 밀려올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지만, 이날은 꾸미의 활기찬 모습을 바라보며 그 망설임조차 밀어냈다.


낙조는 속에 붉은빛 잔상을 길게 남기며 짧은 작별인사를 남겼다. "안녕!"

이제, 온전하게 깊고 넓은 바다의 품속에 안길 시간이다. 하늘도, 그 하늘아래 우리도.   


https://www.visitjeju.net/kr/detail/view?contentsid=CONT_000000000500056



https://www.youtube.com/watch?v=JhCW-oXzNj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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