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이 터져도 AI 세상은 온다
요즘 주식 시장을 보면 묘한 피로감이 든다.
최근 한 달 나스닥, S&P500 지수의 하락이 거세다. 올해 쌓아왔던 수익의 20% 이상은 되돌림을 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지수는 상승폭이 컸던 만큼 하락폭도 크다.
인터넷 붐을 타고 닷컴이라는 주소만 달고 있으면 주가가 올랐던 1990년대 후반, S&P500은 매년 25% 이상 상승했다.
하지만 2001년 버블이 터지자 대부분의 닷컴 기업들은 절반 가까이 하락하거나 시장에서 사라졌다.
그럼에도 인터넷이 세상을 지배할 것이란 내러티브는 틀리지 않았다.
버블이 꺼지고 난 뒤 살아남은 기업들은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이 되었고, 지금의 Mag7 시대를 열었다.
버블 붕괴의 경험은 뼈아프다. 그 시절 다이얼패드처럼 한순간 피어나고 사라진 코스닥의 유령 기업들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 쓰라림을 안다.
그리고 지금, 22년 11월 챗GPT 출시 이후 이어진 AI 내러티브의 가파른 상승을 바라보는 일이 불편한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번엔 실적이 너무 좋기 때문에 닷컴버블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는 차이도 있다.
그럼에도 엔비디아가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한 다음 날에도 나스닥은 폭락했다.
누군가는 이 하락을 기다려온 사람일 수 있고, 누군가는 AI 버블론이 맞기를 바라는 사람일 수도 있다.
하지만 퇴직연금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나에게 진짜 질문은 따로 있다.
AI 버블론이 맞느냐 틀리냐가 아니라, 내 투자가 이 시대를 통과할 수 있느냐이다.
닷컴버블이 지나간 자리에 인터넷 시대가 열렸듯,
AI 버블이 꺼지든 말든 AI 시대 그 자체는 더 강하게 이 세상을 재편할 것이다.
여기서 필요한 건 승자를 맞히는 예언이 아니다.
나의 투자가 버텨낼 구조와 시간을 견디는 인내심이다.
AI 버블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버블은 꺼질 것이고, AI는 남을 것이다.
나는 그 둘을 헷갈리지 않는 쪽을 선택한다.
버블을 맞히는 투자자가 아니라,
버블을 통과하는 투자자가 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