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한편] 먼저 온 미래
AI를 먼저 만난 바둑계 이야기
2016년 이세돌의 한 수는 세상을 놀라게 했다. 믿기 어려운 승리였고, 그 한 수로 인해 알파고의 승리할 확률이 50% 이하로 떨어지게 되었다. 결국 이세돌과 알파고의 제4국은 인류가 유일하게 AI를 이긴 대국이 되었다.
이세돌 기사는 말했다.
그 순간 그 자리 외에는 수가 없었다고.
인간이 AI를 상대한 바둑계의 예술적 반란이었다.
이세돌 9단장강명 작가의 "먼저 온 미래"에서 AI의 거대한 침공이 진행된 바둑계의 뒷 이야기를 전해준다.
어떤 프로기사는 더 이상 정석과 사활풀이 같은 바둑 학습에 대해 회의를 품고 바둑을 그만두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AI의 신수를 연구하고 기존의 막연했던 "뒷맛"을 정량화해서 확률로 블루스팟을 찾아내는 공부에 신나 하며 실력을 쌓아갔다.
문하생들 사이에 암묵지로만 전해오던 바둑의 기풍을 AI는 승리 확률로 환원하여 한 수 한 수 코치해 주니 누군가는 무력감을 느꼈고, 누군가는 새로운 세상에서 실력을 맘껏 끌어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은 바둑의 예술성, 낭만이 사라졌다는 점에 대한 아쉬움을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승률 0.1%의 기적을 꿈꾸던 시절은 끝났다. 바둑판 위의 낭만은 숫자와 확률에 흡수됐다
정답이 없는 바둑 세상에서 누군가는 기풍으로, 누군가는 수 읽기로 승리를 위해 돌을 놓았지만,
AI의 바둑은 오직 승리 확률로만 수를 놓기에 왜 그렇게 두었는지 해석을 할 수 없고 승리에만 매몰된 차가움에 질린다고들 했다.
하지만, AI의 차가움과 효율성은 승리로 그 효능감을 획득했고, AI의 승리하는 수를 먼저 연구하고 자기 것으로 만든 프로바둑기사만이 AI 세상의 바둑계에서 승자가 되었다.
AI 바둑을 피할 수 없다면, 빨리 AI 바둑을 받아들이고, 자기 것으로 만든 바둑 기사만이 생존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AI 세상을 먼저 맞이한 바둑계의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챗GPT 이후 대화형 AI는 에이전트형 AI, 피지컬 AI로 진화 방향을 거세게 드라이브하고 있다.
대화형 AI만으로도 놀라운 세상인데, 앞으로 닥칠 AI 세상은 어떨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바둑계가 먼저 맞은 미래는, 결국 우리가 맞게 될 미래였다
"먼저 온 미래"는 확실히 이야기하고 있다.
먼저 AI와 손잡는 자만이 생존하는 세상이 오고 있다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