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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한편] 바이브코딩? 이게 된다고?

바이브코딩으로 퇴직연금 계산기를 만들다

by 은퇴설계자

공대를 나왔지만 코딩은 애초에 내 인생과 무관하였다.
신입사원 연수 끝나고 부서 배치 면담할 때도 “기술부서는 절대 안 갈 거예요”라고 거의 외치듯 말했다.


덕분에 문과적 감성도, 이과적 논리도 적당히 섞여 있는 콘텐츠 기획팀으로 들어갔다.
기술은 이해하되, 직접 손을 대지는 않는 거리감.
그게 내 포지션이었다.


코딩?
“잘하는 사람 곁에 두면 되지.”
이게 내 철학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의 강의를 보다가 진짜 뒤통수를 맞았다.

앞으로 80점짜리 일은 전부 AI가 한다.
살아남는 인간은 ‘슈퍼스타’뿐이다.


바둑계에서 이미 벌어진 양극화가 거의 모든 직업에 생긴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아무나 슈퍼스타가 될 수 있나? 누군 슈퍼스타 되면 좋은지 몰라서 안 하고 있는 게 아니다.


우리는 모두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미리 좌절하고 안 되는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김대식 교수는 평범한 사람들의 생존 전략은 딱 세 가지를 제시하였다.

에이전트 AI를 직접 써봐라

바이브 코딩을 직접 해봐라

AI 영상툴로 영상 하나 만들어봐라


이유도 단순했다.
자전거는 타봐야 타는 거지, 책 100권 읽는다고 탈 수 있는 게 아니니까.

AI를 직접 겪어보고 자신의 삶과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을지 가능성을 발견하라는 취지였다.


AI가 우리 삶을 얼마나, 어떻게 바꿀지 알기 위해선 직접 손을 대보고 경험을 해봐야 안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그동안 “내 일 아님” 했던 코딩을 한 번 해보기로 했다.
내 삶에서 코딩이란 단어가 다시 등장할 줄은 몰랐다.


GPT에게 물었다.
“바이브 코딩을 하고 싶은데… 뭘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어.”

GPT가 말했다.
“뭘 만들지는 당신이 정해야 합니다. 나머지는 내가 알려드립니다.”


퇴직연금 계산기 같은 것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딱 떠올랐다.

그래서 퇴직연금 계산기라고 했더니,
진짜 1분 만에 코드를 뽑아줬다.


퇴직연금 계산기용 코드


“이게 된다고…?”


사실 이건 코딩이 아니었다. 그냥 코드를 복사해서 옮기는 작업만 하는 거였다.


이 감정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20년 넘게 ‘내가 할 일 아니다’라고 밀어두던 문이 갑자기 열리는 기분.
그동안 ‘결핍’이라 불렀던 것들이 이제부터는 결핍이 아닐 수 있다는 깨달음.


과연 어떤 결과물이 나왔을까? (아래 링크는 12월 3일까지만 유효하다)


https://pension-simulator--enchn3.replit.app

이 기능을 계속 쓰고 싶으면 매월 구독료 3만 원을 내야 하기에 그냥 Trial 기능만 쓰기로 했다.


이 모든 일에 소요된 시간은 5분이 채 안된다.


7일 뒤 날아갈 Replit 결과물이 아까워 GPT에게 물었다.

“영구적으로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GPT는 또 담담하게 말했다.

“GitHub Pages에 올리세요.”


그래서 또 했다.
코드를 두 개 파일로 저장하고 올렸다.
이번엔 10분 걸렸다.
웹 기반의 앱이 또 하나 만들어졌다.


https://enchn3.github.io/calculator_for_retire_pension/


슈퍼스타가 되라는 말이 이제 조금은 이해된다.

AI가 80점을 다 해주니까,
우리는 20점짜리 ‘아이디어’만 있으면 된다.

생각하고, 판단하고, 내 삶의 결핍을 발견하는 능력.
그게 인간이 해야 할 일이다.


나는 코딩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해 왔고, 그 생각은 사실이었고,
그러나 동시에 이제는 “그래서 못 한다”는 말은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


AI가 나에게 준 건 기술이 아니라 가능성의 확장이다.


내가 원하는 걸 내가 직접 만들 수 있다는 것은 —
생각보다 훨씬 감동적이고, 훨씬 현실적인 미래다.


지금은 연금 계산기를 만들었지만,
글쓰기 트레이닝 기록 앱도 조만간 내 손으로 하나 만들어볼 생각이다.

AI가 옆에서 다리를 놓아주는 시대라면,
우리는 그 다리를 건너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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