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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한편] 시대예보 I 핵개인의 시대

시대예보관 송길영 작가가 들려주는 시대에 대한 통찰

by 은퇴설계자

송길영 작가의 『시대 예보: 핵개인의 시대』는 핵가족을 지나 결국 '핵개인'으로까지 밀려난 현대인의 초상화다.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해체된 자리, 우리는 더 이상 누구에게도 의지하기 어렵게 되었다.


책은 그 사실을 애써 덮지 않는다. 오히려 이렇게 못 박는다.


“이제는 각자도생의 시대다.”

미정산세대의 삶


그중에서도 가장 뼈아픈 개념이 있다. 바로 ‘미정산세대’.


부모를 봉양하며 버텨 왔고 자식에게는 짐이 되지 않으려 스스로를 소모해 왔지만, 정작 노년에는 누구로부터도 그 돌봄을 ‘정산’ 받을 수 없는 세대. 나 역시 이 범주 안에 거의 확정적으로 포함된다.


질문은 자연스럽게 하나로 모인다.


미정산세대의 생존 전략


"그렇다면 미정산세대의 생존 전략은 무엇인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본격적으로 '노령화'되는 시점에, 세상은 급격히 ‘지능화’되기 시작했다. AI가 인간의 사고를 대체하는 흐름은 위협인 동시에 기회다. 돌봄의 회로가 끊긴 시대에 기술이 새로운 ‘외장 두뇌’가 될 수 있을까?


나는 가능하다고 본다. 아니, 사실상 그 길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70대 이후까지 ‘생산적인 삶’을 요구받는 시대가 도래했다면, 우리에게 체력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인지적 체력’이다. 미정산세대는 경제적 자립뿐 아니라, “혼자 판단하고, 혼자 배우고, 스스로를 지탱하는 능력”을 요구받기 때문이다.


AI를 사고의 확장 장치로


여기서 AI는 단순한 생산 도구를 넘어 사고의 확장 장치로 등장한다.


브런치 커버 이미지를 AI가 몇 초 만에 그려주는 건 사소한 일이다. 중요한 건 그 과정을 통해 내가 새로운 도구를 수용하고, 작업 방식을 재구성하며, AI 문해력을 높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AI는 감정이 없다. 그래서 지치지 않는다.


리서치, 정리, 글쓰기, 투자 시나리오, 학습 계획….


핵개인에게 꼭 필요한 사고의 반복 작업들을 AI는 묵묵히, 그리고 지속 가능하게 함께 해낸다. 이것이 곧 나의 인지 체력이 된다.


송길영 작가는 `24년『호명 사회』, `25년『경량 사회』로 흐름을 이어가며 핵개인화와 AI의 결합을 진단하고 있다. 그 흐름 속에서 나는 한 가지를 분명히 이해했다.


정산해 줄 상대가 사라진 시대, 결국 스스로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AI는 그 설계의 일부가 아니라, 핵심 엔진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핵개인의 시대는 고립의 시대가 아니다.


더 오래, 더 단단하게 버티기 위해 각자의 삶을 어떻게 확장할지 재설계해야 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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