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의 통화

by 이재이





"뭐야, 이 시간에."


"미안, 잠깐 통화 가능해?"


"내일 출근해야 돼서, 일찍 자야 돼."


"나도."


"근데 왜 전화했어."


"일요일이 끝나가서."


"그게 전화한 거랑 무슨 상관인데."


"아쉬워서."


"술 마셨어?"


"아니."


"이런 일 없었잖아."


"응?"


"이렇게 늦은 시간에 전화하는 일. 그 전에는 일요일이 가도 안 아쉽다가 갑자기 아쉬워?"


"그렇다기 보다…음……"


"일요일이 아쉬운 게 아니라 이제 와서 우리 관계가 아쉬워?"


"……."


"그런 게 아니면, 뭐하는 짓이야 이게?"


"미안해."


"우리 둘 다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이게 뭐야."


"미안, 얼른 자. 끊을게."


"응."




하지만 곧이어 바로 다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어디야."


"응?"


"지금 어디냐고."


"집."


"잠깐 나와."


"어?"


"할 말이 있으니까 잠깐 집 앞으로 나오라고."


"나 자려고 누웠는데."


"나도 그렇게 있었는데 너 때문에 이러고 있잖아, 지금. 12시 넘었는데."


"미안."


"네가 멋대로 전화했으니까, 결과에 책임을 져야지. 나도 내 맘대로 얘기할게, 지금 나와."


"지금? 정말 나오라구?"


"20분 정도 후에 도착해. 나 지금 차 타고 갈 테니까, 전화하면 내려와."


"미안, 자는데 깨워서. 다신 전화 안 할게. 그냥 우리 둘 다 지금 조용히 자고 내일 아무렇지도 않은 듯 출근하자."


"넌 참 모든 게 쉽지. 아무렇지 않은 듯 출근? 웃기네."


"……"


"그게 자정이 다 돼서 헤어진 사람한테 전화해서 할 소리냐. 넌 참 좋겠다, 이기적이라서. 너만 생각하니까. 나도 좀 그럴 수 있으면 좋겠네."


"미안. 지금 화 많이 난 거 같은데, 그냥…"


"나 지금 가고 있어, 그니까 나와."


"그래, 알겠어."




지이잉,


진동과 함께 수화기 신호음이 울린다.

원래 진동이 이렇게 컸었나.

머리가 멍해진다.


잠들었다고 해 버릴까.


그럼 우리 집으로 올라와 문이라도 두드릴까, 그러려나.





그렇게 까지 하진 않을 거라는 걸 알지만,

그렇지만,


후,


이제 와서 이 용기 없음은 무엇인가.



나는 비겁해.




부재중(1)

기어코 멎은 진동과 남겨진 부재중,

빨간 글씨.




다시 수화음이 울린다.



"여보세요."


"나와."


"잠시만."


"아님 올라간다?"


"아냐, 내가 내려갈게. 1분만."




"5분은 기다려야겠네. 무튼 나와. 밑에 주차장에 있어."



나와


나와 나와 나와 나와 나와



나와



나와


나와




일요일은 다 갔고,

이제 전화기에는 '월요일'이라는 글씨가 떠 있다.


몇 시간 후면 우리는 출근을 해야 하고,

그러려면 잠을 자야 하고,


그냥 아까 조용히 자고 출근이나 했으면 가장 완벽했을 텐데,



12시,

자정에 통화버튼을 눌렀고


기어코 잠이 달아나 버렸다




더 최악인 건

네가 우리 집 앞에 와 있다




이런 멍청한 상황





헤어진 후로도

간혹 통화를 했지만

아니 숱하게 하긴 했었지만,


이렇게 만나는 건 정말 몇 년 만인데.






추악한 마지막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마지막을

그 끝을

마중 나가듯 나는 복잡한 심정으로

어떠한 준비도 없이

조급한 듯 여유로운 듯

그렇게 설렁설렁 걸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