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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이월 Jul 13. 2024

너의 말이 나의 시이던 때

시 | 청춘

내가 너였을 때
그때는 차들이 고가도로를 달리고
하늘 위로 비행기가 날아다니고
우리는 그 속에서 자주 덜컹거렸다

또, 네가 나였을 때는
낮이 되어도 아직 밤인 듯했고
이유 모를 지독한 냄새가 났고
우리는 그걸 알면서도 말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우리의 덜컹거림은 멈췄지만
처음부터 그랬다는 듯한
수다는 끝이 났지만

여전히 고가도로를 지나고
하늘 위의 비행기를 보고
크레인이 지은 아파트와
산 위의 송전탑을 바라본다

그들 중 누구도 변하지 않았고
그렇기에 풍경은 여전하다
변한 것이 있다면 조금의 안정을 얻은 것
더 이상 덜컹거릴 필요도,
새벽을 넘기며 떠들 필요도 없는 것

그럼에도 나는 가끔
덜컹거림이 우리만의 춤이고
너의 말이 나의 시이던 때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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