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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이월 Aug 17. 2024

여름의 흐느낌을 듣는다

시 | 여름이 울면


너는 햇빛을 눈물 삼아 울고는 했다
꾸지 못한 꿈이 남아있는 것 같다며

네가 울 때는,
비어버린 매미 허물들이
나무에 다닥다닥 매달려
나를 책망하던 여름만이 떠오를 뿐이었다

닳아버린 구름을 올려다 본 나는
"네가 너무 울어서 그래"
너에게 말했다
입에서는 매미 허물 맛이 났다

너와 함께 세상의 멸망을 꿈꾸던 때가 있었지
그건 우리가 아직 푸르던 시절이었다

여백마저도 사랑할 수 있던 시절이었다

나는 그렇게
올해도 천천히 다가오는 여름을 기다리며
여름의 흐느낌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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