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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이월 Aug 15. 2024

이미 너를 닮아버린 날들은

시 | 밤을 지나가며


투명한 유리창이
견딜 수 없을만큼 투명해져서
우리는 노래를 불렀다

창밖으로는 차가 달리는데
우리의 노래는 그 밑으로
무참히 밟힐 뿐
세상에 있어 어떠한 은유도 아니었다

다만 그것만이,
아스팔트 위에서 짓밟혀 죽아간 노래만이
나에게 있어 그리고 너에게 있어
하나의 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아무도 없었는데
나는 부끄러웠고, 도망치고 싶었고,
그래서 정말로 도망쳤다

네가 나를 불렀던 것 같기도 한데
이제와서는
쉽게 붉어지던 너의 두 눈만이 기억난다

그리고 그 이후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나 역시 그런 눈을 가지게 되었다

그걸 떼어낼 수는 없겠지
떼어낸다 한들
이미 너를 닮아버린 날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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