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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이월 Aug 10. 2024

우리는 가끔 전혀 알 수 없는 곳으로 흘러가고는 합니다

시 | 배를 타고


우리는 가끔 배를 타고 노를 저어
노을이 짙게 드리운
초저녁 하늘을 향해 나아갑니다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떠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어디가 되었든 흔적은 남거든요

배를 타고 가는 동안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마치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우리는 물론 눈물도 흘리지 않습니다
흘려야 할 눈물이 남아있다는 걸 알았을 때는
이미 노을 빛에 말라버린 후니까요

우리는 가끔
전혀 알 수 없는 곳으로 흘러가고는 합니다

언젠가 당신이 흘린 눈물도
어느 초저녁에 완전히 말라
이곳으로 흘러들어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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