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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t Jul 10. 2024

50대에 어울리는 반팔 면티 고르기

아재가 고른 잘 만든 면티셔츠 – 메르츠비슈바넨

옷 잘 입는다는 소리를 듣는 많은 이들에게도 쉽지 않은 계절, 여름이 다가왔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땀 많은 내게 여름은 아침마다 갖춰 입기에 참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하고 결국은 깔끔한 반팔 폴로티셔츠나 셔츠에 구김 안 간 치노 혹은 리넨 스트링 팬츠를 매칭한다. 이것도 아니다 싶을 때, TPO을 굳이 신경 안 써도 될 때는 라운드 면티셔츠에 손이 간다.  


문제는 라운드 면티셔츠가 만능템이긴 하지만 잘 입어야 만능템이지 자칫하면 여러 불쾌한 형용사가 줄줄이 달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가장 자주 언급되는 단어가 아마도 ‘후줄근’, ‘목 늘어난’, ‘단체티’ ‘과한 프린팅’ 같은 말들인데 특히 디자인 적인 목적이 아닌 세월이 만든 목 늘어남은 패션 테러리스트 1순위가 될 수 있다.


라운드 면티셔츠를 잘 입으려면 무엇보다도 정말 좋은 티셔츠를 고르는 안목을 갖춰야 한다. 무슨 면티에 안목까지 이야기 하나 싶겠지만 명품이라고 불리는 브랜드 매장에 가보면 ‘무지면티’, ‘로고 프린팅 티셔츠’, 심지어 10년은 입은 듯한 낡은 티셔츠 가격이 100여 만원을 호가하는 경우도 있다. 누군가의 안목을 기다리는 제품들이다. 기준이 로고일 수도, 제품의 질일 수도 있지만 꼭 그런 고가 제품을 선택하지 않더라도 안목은 필수다. 최근 구매한 면티셔츠를 꺼내 보면 스스로 평가할 수 있다. 구매 이후, 만족감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본래의 shape이 얼마나 잘 유지되고 있는지, 자신 있게 입고 나갈 수 있는지.


이런 기준에도 맞고 50대 아재에게도 깔끔히 잘 입었다는 소리를 들을 만한 라운드 면티를 구매했다. 110년 간 티셔츠를 전문으로 만들어 온 독일의 메르츠비슈바넨(Merz b. Schwanen). 옷 좀 알거나 면티를 애정하는 이들에게는 익숙한 브랜드지만 아직은 낯선 브랜드다. 이런 걸 떠나, 택배 온 날, 아내에게 면티를 또 샀냐고 한 소리 들은 건 사실이다. 자분자분 설명을 해 드렸다. 

“여보, 자 봐. 이 옷을 만져 봐. 오가닉 코튼으로 만들어진 옷이야. 약간 거친 느낌도 들고 무거워 보이지만 그 맛에 입는 거라고. 짱짱하잖아. 화학약품 없이 염색한 친환경 옷이라고.”


“그런 면티는 많잖아.” 넘어오지 않는다. 다음 자랑거리 


“여보 이 티셔츠 디자인과 형태를 보라고. 이런 게 잘 만들어진 단순함이야. 그리고 이 티셔프는 옆 재봉선이 없어. 한 장으로 만들어진 몸통이라고. 입으면 얼마나 편한데. 이걸 루프휠이라고 해. 그리고 여기 겨드랑이 부분 봐. 별도로 따로 판을 만들어 움직일 때, 엄청 편해.”

아내가 옷을 들어 여기저기 보더니 한 마디 툭 던진다.


“편하긴 하겠네,” 반쯤 넘어왔다. 


“그리고 여기 목 부분이 늘어남을 막아줘서 오래 입어도 형태 변환이 없어. 면 특성상 조금 줄기는 하지만. 당신도 아는 휴먼메이드나, 와일드동키도 좋은 면에 특별한 조직으로 만들어졌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이게 훨씬 나아 보여. 잘 샀지? 그리고 어떤 옷에도 잘 어울리고 적어도 아재룩 같이 보이진 않잖아” 


이어 정곡을 찌르는 질문이 날아온다. “그래서 얼만데?”


말 잘하자. 

“쿠폰 쓰고 할인받아, 10만 조금 넘게. 내가 버버리나 발렌시아가 산 것도 아니잖아요.”

무사히 넘어갔다. 


요즘, 아메카지 룩이 유행하고 레트로가 오며 미국식 묵직한 면티, 프린팅을 가미한 미국 브랜드 면티, 특히 웨어하우스, 버즈릭슨, 맥코이, 휴먼메이드 류의 일본 면티가 많은 이들에게 연령을 뛰어넘어 선택을 받는다. ‘천축’, ‘슬럽’ 등의 전문 용어도 많이 눈에 띄고 오래전 유행하던 “링거티” 같은 면티도 사랑받는다.  

한마디로 면티는 올타임 베스트다. 수 만 가지 브랜드 면티 중, 내게 맞는 걸 득템 하려면 시간도 노력도 필요하다. 비록 면티 한 장 일지라도. 하지만 키워진 안목과 노력으로 정말 내게 잘 맞는 그리고 두루두루 오래 입을 수 있는 아이템을 소유할 수 있다면 정말 “개이득”이다. 


기분도 몸도 눅눅해지는 장마철에 뽀송뽀송한 면티를 옷장에서 꺼내 착장 하는 재미를 같이 누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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