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누구냐? 저는 쿠퍼 부인입니다. 사장의 안사람이지요. 네 남편이 누구냐고 묻지 않았다. 목소리가 다시 엄숙한 어조로 말했다. 너는 누구냐? 저는 제니와 피터의 어미입니다. 네가 누구의 어미냐고 묻지 않았다. 너는 누구냐? 저는 선생님입니다. 초등학교 학생들을 가르칩니다. 너의 직업이 무엇이냐고 묻지 않았다. 너는 누구냐? 목소리와 여자는 묻고 대답하기를 계속했습니다.
너는 누구냐? 저는 기독교입니다. 네 종교가 무엇인지 묻지 않았다. 너는 누구냐? 저는 매일 교회에 다녔고 남편을 잘 내조했고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나는 네가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았다, 네가 누구인지를 물었다. 결국 여자는 시험에 실패한 모양인지 다시 이 세상으로 보내졌습니다. 한 여자가 죽음의 문턱에서 받은 질문입니다.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라는 책에서 보면 과연 이 질문 앞에 나는 어떤 답을 해야 할까요? 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들에게 까지 희망을 주고 천국으로 간 고 장영희 교수가 평범한 일상을 통해 독자에게 던진 질문입니다. 과연 나는 누구일까를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희망의 노래를 부르든 안 부르든 어차피 물은 차오를 것이고, 그럴 바엔 희망의 노래를 부르는 것이 낫다. (…) 그리고 희망의 힘이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듯이 분명 희망은 운명도 뒤바꿀 수 있을 만큼 위대한 힘이다. 그래서 나는 누가 뭐래도 희망을 크게 말하며 새봄을 기다린다.”
주변인들이 기억하는 나는 어떤 모습일까요?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아주 오래전, 평소 좋아하던 한 사람의 손을 잡게 되었을 때의 그 느낌만큼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혈관을 통해 온몸으로 번져 나가는 짜릿한 전율, 박자에 맞추어 콩닥콩닥 뛰는 내 가슴과 내 손을 꼭 잡은 따뜻한 그 사람의 손처럼, 나란 사람은 그렇게 되고 싶었습니다.
가슴을 향해 정조준된 따뜻한 감성으로, 흡입력 있는 모습으로, 색다른 컬러로, 세상을 향한 은유적인 새로움을 통해 그야말로 전파를 타듯 빠르게 세상 속으로 파고들고 싶었습니다.내 안엔 나만의 관념적, 철학적 언어가 담긴 새롭고 친근한 만남을 통해 시대를 사는 이들의 고민과 갈증을 전달하고 채워주는 사람이고 싶었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