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게
전국 시대, 위(衛) 나라에 왕의 총애를 받는 미자하(彌子瑕)란 미동(美童)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어머니가 병이 났다는 전갈을 받은 미자하는 허락 없이 임금의 수레를 타고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당시 허락 없이 임금의 수레를 타는 사람은 월형( 刑:발뒤꿈치를 자르는 형벌)이라는 중벌을 받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미자하의 이야기를 들은 왕은 오히려 효심을 칭찬하고 용서했습니다.
"실로 효자로다. 어미를 위해 월형도 두려워하지 않다니…‥."
또 한 번은 미자하가 왕과 과수원을 거닐다가 복숭아를 따서 한 입 먹어 보더니 아주 달고 맛이 있었다. 그래서 왕에게 바쳤습니다. 왕은 기뻐하며 말했습니다.
"제가 먹을 것도 잊고 '과인에게 먹이다니…‥."
흐르는 세월과 더불어 미자하의 자태는 점점 빛을 잃었고 왕의 총애도 엷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미자하가 처벌을 받게 되자 왕은 지난 일을 상기하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놈은 언젠가 몰래 과인의 수레를 탔고, 게다가 '먹다 남은 복숭아를 과인에게 먹인 일도 있다."
이처럼 상황이 바뀌거나 마음먹기에 따라 모든 것은 달라집니다. 동양의 말더듬이 한비자가 자신의 저서 세난說難(혹자는 설난이라고 하나 이 경우는 '유세할 세'가 맞는 것으로 말씀설로 읽으면 무식함을 폭로하는 것임) 편에서 동일한 사안을 가지고 사람 마음이 어떻게 변해가는 가를 보여주면서 설득하기 힘든 일이나 사람 마음의 간사함을 꿰뚫어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자살'이라는 글자를 반대로 하면 '살자'가 되며 영어의 '스트레스(Stressed)'를 반대로 하면 '디저트(Desserts)'란 말이 됩니다. '내 힘들다'를 반대로 하면 '다들 힘 내'란 말이 됩니다. 이러니 생각을 바꾸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마음먹기에 따라 한순간에 천국과 지옥을 오르락내리락하게 되니 말입니다. 나폴레옹은 유럽을 제패한 황제였지만 "내 생애에 행복한 날은 6일밖에 없었다"라고 고백했습니다. 그러나 헬렌 켈러 여사는 삼중고를 겪으면서도 "내 생애에 행복하지 않은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는 고백을 했습니다. 참 아이러니합니다. 그러니 세상사는 마음먹기 나름인 듯합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하지만, 오래된 기억 속의 사람만큼 내게 따뜻함을 주는 이는 없는 것 같습니다. 늘 항상 언제 어디서나 한결같음으로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고 있는 그들과 함께 하는 자리는 주인이 된 듯 정겹고 뿌듯하며 행복하기만 합니다. 막걸리 한 사발에 저녁노을 같은 취기가 오르지만, 함께 하는 그들의 따뜻한 가슴은 언제나 지금 이대로 머물 수 없음을 채찍질해주고 달리고 또 달리게 만들어 줍니다. 그래서 지금도 달리고 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의 노닥임은 상상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하던지요.
그 사람답다는 말이 있습니다. 정말 그 사람답다는 것은 그만큼의 자질과 퀄리티가 받쳐줄 때 비로소 가능한 말인 것 같습니다.
정말 '나' 다운 것은 무엇일까요?
잘 다듬은 산문, 단정한 어순, 절도 있는 구성, 군더더기 수식을 피한 강력하고도 절제된 태도, 경박함도 작위적인 구석도 없이 표현해야 할 것은 위엄 있게 표현하지만 엄격한 행간에서는 의외의 감성과 애정이 꿈틀거리는 그런 마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지만, 참 우리 다움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이들과 영원토록 함께 할 때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