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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타 May 04. 2024

모든 기록이 곧 내가 되는 순간

기록으로 스며드는 삶



꽤 오랜 시간, 기록에 대한 집착을 가지고 살았다. 기록이 곧 나 자신인 것처럼.


당연한 말이겠지만 기록이 곧 내가 될 수는 없다. 그리고 기록하지 않는다고 나의 일상이 없던 사실이 되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하루하루가 영영 기억하지 못하는 날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안고 살았다. 모든 날들을 기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모든 날들을 다 기억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인정하기까지 역시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쩌면 기록은 내가 기억하고 싶을 때 찾을 수 있는 색인목록처럼 내 삶에 늘 상비해두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던 것 같다.


언젠가 내 기억 속에서 잊힌 기억을 찾을 날을 위해 집착적으로 기록을 이어 왔건만 정작 어떤 기억을 되찾기 위해 기록을 찾은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쌓여있는 많은 기록 중에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있는 기억이면 애초에 잊지도 않았을 것이다. 잊힌 기억은 애초에 기억하지 못하기에 기록을 찾을 일이 없었고, 기록되지 않은 일은 기록할 만한 일상이 아니었음을 기억하기에 기록을 찾을 일이 없는 것이 어이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기록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이제는 플랫폼의 발전으로 색인화할 수 있는 기록으로 발전했다. 먹은 기록, 읽은 기록, 만든 기록 등등. 이제는 그렇게 남겨놓은 기록들을 그럴듯한 이유들로 억지로 찾아보려 하지 않아도 주기적으로 해당 플랫폼에서 잊었던 기억까지 되살려 주기도 한다.  가끔은 잊을랑 말랑한(!) 기억들이 어딘가에 기록되어 있진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다. 그렇게 찾은 기록을 주섬주섬 모아 담는다. 조금이라도 완성작으로 구현하고 싶은 기억의 조각들을 우연히 찾게 된 기록의 도움을 받아 완성시킨다. 완벽하게 잊고 있던 과거가 퍼즐처럼 조각조각 맞춰지는 경험은 새롭고 소중하다. 사라진 과거를 하나 찾은 것이다.  그것이 무슨 의미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목적 있는 기록과는 상반되게도 나에겐 그 자체로 소소한 즐거움이다.



좋은 세상이다!




© justjullietta,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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