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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타 Apr 20. 2024

그림일기보다 참 쉬운 '그냥' 일기쓰기

생애 첫 독자는 학교 선생님

국민학교(!)에 들어가고 생긴 새로운 미션. 한글을 배우고, 그림일기를 그려야 했다. 


나는 요즘 아이들의 그림일기를 보면 아직도 익숙지 않게 놀랄 때가 많다. 매번 밑그림을 그리고 색을 곱게 칠한 후, 작문까지 해야 했던 어린 시절의 그림일기와는 달리 정말 가볍고 손쉽게 그릴 수 있는 그림일기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내 기준으로 요즘 아이들의 그림일기는 낙서 정도의 수준으로 생각될 때가 많다. 내가 어릴 때 다른 친구들 그림일기장도 그러했는데 나만의 강박 속에 살았던 것인지, 시대가 바뀐 탓인지(?) 그건 알지 못한다. 친구들 일기장을 훔쳐본 경험이 없어서다.


어찌 되었든 국민학교 시절, 그림일기 숙제를 고된 작업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그럴만한 일이었구나 싶은 생각이 뒤늦게 들기 시작했다. 매일 한 시간 이상씩 걸려 손바닥에 크레파스가루를 묻혀가며 힘들게 밑그림을 그리고 채색까지 하고 작문까지 해야 했으니 한글을 겨우 읽기 시작한 어린이에게 얼마나 고된 작업인가. 게다가 그것을 매일 했으니.. 방학 때 일기가 며칠씩 밀리는 날은 꼬박 빈 그림을 그려 넣기 바쁜 시간을 보냈다.



국민학교 3학년쯤 되자 더 이상 그림일기장을 챙기지 않아도 되었고, 순수하게 작문만 하면 되는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우리가 일기장을 제출하면 담임선생님은 아이들의 일기를 읽어 보신 후 볼펜으로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교정해 주셨다. 그리고 일기장 여백에 덧글을 달아주셨다. 유일한 내 일기장의 독자는 바로 담임선생님이었던 것이다. 읽는 이가 있다는 생각 탓에(라고 쓰고 '덕분에'라고 읽는다.) 솔직하게 모든 일들을 일기장에 고백할 수는 없었지만, 나는 선생님이 달아주시는 덧글이 좋아서 일기 쓰는 것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힘들게 밑그림을 그리고 색칠까지 꼼꼼히 한 이후 작문까지 정성껏 해야 했던 그림일기에 비해 '작문'만 하면 끝이 나는 일기 쓰기 숙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숙제가 되었다. 



© perspectivaerronea,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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